“이런 일 할 사람 윤씨밖에 없다”
그동안 윤 씨가 자신의 카지노 출입정지를 풀기 위해 전병헌 열린우리당 의원 등을 상대로 로비를 한 사실은 이미 확인됐었다. 그러나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출입정지를 풀어 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고 로비를 벌인 사실이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새롭게 드러난 윤 씨의 카지노 로비 의혹을 파헤쳤다.
윤 씨가 강원랜드 VIP 회원인 사업가 홍 아무개 씨의 출입정지를 풀어주기 위해 3000만 원을 받고 로비를 했다는 사실은 윤 씨의 가까운 측근 인사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윤 씨의 측근인사인 A 씨는 “지난해 6월경 평소 잘 알고 있던 홍 씨가 ‘내가 3개월의 출입정지를 받았는데 이를 해결할 수 없느냐’고 말해 내가 ‘이런 일을 할 사람은 윤상림밖에 없다’고 말하고 윤 씨와 홍 씨를 만나게 했다. 며칠 후 홍 씨가 윤 씨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들었다. 윤 씨는 홍 씨의 출입정지 해제를 위해 여기저기 전화도 하고 찾아가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에 따르면 홍 씨는 이 당시 카지노 VIP실에서 여성 딜러에게 욕설을 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이유로 3개월간의 출입정지를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A 씨는 “나는 두 사람이 만나도록 주선만 했을 뿐 돈 전달과정은 전혀 보지 못했다. 윤 씨가 받은 돈의 일부를 홍 씨의 출입정지를 풀기 위한 로비자금으로 썼는지도 모른다”며 “당시 홍 씨는 수억 원을 카지노에서 잃은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출입정지를 당해 많이 답답해 했다. 돈을 써서라도 출입정지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윤 씨를 통해 로비를 시도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A 씨가 홍 씨에게 윤 씨를 소개한 이유는 이미 2003년과 지난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윤 씨가 각종 로비를 통해 자신의 출입정지를 풀었던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A 씨는 “윤 씨가 두 번이나 카지노 출입정지를 당하고도 여기저기 로비를 해서 며칠 만에 문제를 해결하는 걸 봤기 때문에 윤 씨가 일을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씨와 가까운 사이인 B 씨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B 씨는 “홍 씨에게 출입정지를 풀어준다는 조건으로 3000만 원을 받아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평소 알고 지냈던 카지노 고위관계자와 정치권 인사에게 전화로 부탁을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윤 씨가 로비를 한 사람들에게 돈을 뿌렸는지는 직접 보지 못해 모르겠다. 윤 씨가 받은 3000만 원에는 현금과 수표가 섞여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홍 씨의 출입정지는 풀리지 않았다. 로비는 실패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홍 씨에게 돈을 돌려준 것은 아니었다. A 씨는 “만약 윤 씨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때처럼 돈을 써가면서 노력했다면 홍 씨의 출입정지는 풀렸을 것이다. 그러나 출입정지가 안 풀린 것을 보면 돈을 안 썼던 것 같다”고 말했다. B 씨도 “내가 알기로는 돈을 조금은 쓴 것 같은데 카지노 측과 노조에서 반대해서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랜드 유송근 안전관리실장은 이와 관련 “윤 씨가 자신의 출입정지를 풀어달라고 부탁을 해서 거절한 적은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문제를 부탁한 적은 없었다. 강원랜드를 상대로 로비를 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며 “윤 씨가 자신의 출입정지를 풀어달라고 사장과 나를 찾아와 말썽이 일기도 했다. 전병헌 의원 보좌관도 나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을 했으나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팀은 “조사된 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 씨를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한 관계자는 “윤 씨와의 돈거래가 드러나 A, B 씨를 모두 조사한 바 있으나 조사과정에서 이와 같은 내용은 드러난 바 없다”며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 씨는 지난 2003년 12월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영구 출입제한’ 처리를 받고도 2주일여 만에 출입금지가 해제된 데 이어 2005년 1월 12일 고객들에게 욕설과 함께 폭력을 행사하는 등 소란을 피운 것을 이유로 1개월 출입제한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윤 씨는 전병헌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출입금지 조치를 풀어달라고 부탁했었다. 전 의원은 이와 같은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12월 “윤 씨로부터 출입금지 조치를 풀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보좌관을 통해 강원랜드에 체크를 한 적은 있다”며 “그러나 이 때문에 (윤 씨의) 출입금지 조치가 해제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