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적한 법장 스님과의 인연 ‘윤회’
▲ 지난 2004년 5월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에서 불자상을 받고 있는 황우석 전 교수. 연합뉴스 | ||
이번 거액의 기부금 발표를 접한 불교계 내부는 또다시 찬반양론으로 대립되는 분위기에 휩싸였다. 도법 스님은 그 다음날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불교계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가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학계에 몸담고 있는 한 불교계 인사는 “침묵하는 다수의 불교계 인사들은 모두 냉소적이다”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의 목소리는 파장이 별로 없어 보인다. 도법 스님 또한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더 이상 말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피했고, 일부 반대파 인사들 또한 “익명으로 해달라”는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반면에 이번 600억 원 기금 조성 기자회견을 주도한 설정 스님은 “검찰 수사가 곧 끝나게 되면 황 박사가 연구에만 열중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불교계와 황 전 교수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밀월 관계’로까지 표현하기도 한다. 양측의 밀월 관계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불교계 인사들은 황 전 교수와 전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지난해 9월 작고)과의 각별한 인연을 그 근원지로 꼽고 있다.
한 불교계 인사는 “사실 불교계에 황 전 교수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최근 3년 전후의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시 총무원장이던 법장 스님과의 개인적 친분으로 그가 갑자기 불교계의 주요 인사로 떠오른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인연이 언제부터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법장 스님이 2003년 2월 총무원장에 취임한 이후 여러 차례의 공식 혹은 비공식 행사에서 두 사람은 상당한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불교계 인사는 “황 전 교수의 연구가 윤리성 문제로 가톨릭계로부터는 비판과 반대 여론이 높은데 반해, 불교계에서는 중립적이거나 다소 우호적으로 다가선 것도 양측의 밀착 관계에 큰몫을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한 인사는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던 황 전 교수가 독실한 불자라는 점을 내세워 불교계의 스타로 만들려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사람의 각별한 관계가 화제가 된 것은 지난해 6월 법장 스님이 황 전 교수의 서울대 연구실을 직접 방문했을 때였다. 당시 황 전 교수는 가톨릭계의 반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법장 스님은 “생명을 살리기 위한 황 교수의 연구는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적극적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이보다 앞서 2004년 5월에는 생명윤리 문제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계종이 신설한 불자대상의 첫 수상자로 황 전 교수를 선정해 법장 스님과의 각별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법장 스님의 열반 이후에도 불교계의 ‘황우석 지지’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고 계속됐다. 특히 11월 MBC
황 전 교수의 연구논문 조작 파문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초 지관 스님은 한 불교 행사에서 “황 교수 논란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면 불교는 죽은 존재이며, 황 교수의 연구를 불교 교리로 뒷받침해야할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불교계의 한 인사는 “지관 스님을 비롯한 현 종단 총무원과 불교계를 이끈다는 원로급들이 모두 황 박사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불교계에서 원로급들과 총무원장이 변함없는 황 박사 지지를 표명하는 분위기에서 누구도 거기에 섣불리 반대하고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말에는 조계종 원로의원의 큰스님들이 대통령과 검찰총장 앞으로 황 전 교수의 무혐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종산 스님, 혜정 스님 등 유명 원로 스님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자회견에 나선 설정 스님 역시 조계종 종회의장을 지낸 원로이다.
일각에서는 뜬금없이 등장한 이번 600억 원 기금 조성에 대해 지난 1월 불교계 내부에서 활발하게 제기된 100억 원 성금 모금 운동의 연장선상으로 의심하기도 한다. 당시 ‘황 교수의 연구 재개를 위한 100억 원 모금 운동’은 실제 수백만 원만 걷힌 채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황우석 사태’에 대한 여론의 향배가 비판적으로 치닫고 불교계 내부에서도 반발 여론이 강하게 제기되자 총무원 측에서도 최근 편향적인 입장 표명은 자제하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이번 600억 원 기금에 대해서도 총무원 측은 “우리 종단과는 공식적으로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지난 1월 100억 원 성금 모금운동도 종단 차원의 공식 행사는 아니다”라며 분명한 선을 긋고자 했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