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K 실세 C·Y·J·L과 친했다’
▲ 기획부동산업계의 대부 김현재 씨는 전, 현 여권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모습. | ||
지난 DJ정권 때의 소위 ‘3대 게이트’는 권폭 유착의 전형이었다. 당시 야당에서는 “호남 정권이 탄생하자 호남 조폭들이 제 세상인 양 날뛰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게이트의 주역들인 이용호 진승현 정현준 씨 등은 기업가로 수백억 원대의 돈을 주무르며 양지에서는 정치인과, 음지에서는 조폭과 만났다. 정치인과 조폭들은 비리 기업인의 배후 세력을 자처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검찰 주변에서는 “3대 게이트의 복사판인 ‘제 4의 게이트’가 현 정권에서도 터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김 씨의 주변 측근으로 자신을 소개한 한 지인은 <일요신문>과 네 차례에 걸쳐 이뤄진 전화 통화에서 “김 씨와 친분관계가 과시된 인물들은 대부분 구 여권 인사들이 아니라 현 정권의 실세들”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차동언)에서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씨는 사실 그동안 검찰이 오랫동안 주목해 왔던 인물이었다. 부동산투기로 부당 이익을 취득하는 그의 사기 행각도 문제였지만 그의 주변에 정치인과 조폭들의 왕래가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바에 의하면 그동안 검찰과 김 씨는 쫓고 쫓기는 치열한 신경전을 몇 차례 거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지난 2004년 1월경 서울중앙지검 강력부(현 마약조직범죄수사부)에서 김 씨의 기획부동산 사기 혐의가 포착돼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가 기각돼 풀려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사건은 오히려 김 씨의 배후 힘이 DJ 정권뿐만 아니라 현 정권에서도 막강하다는 사실을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 씨 주변을 잘 알고 있다는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김 씨의 영장 기각에 김 씨와 친한 정치인들이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얘기가 무성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유명 조폭 S파 두목 출신 K 씨도 한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역시도 호남 지역 정치인들과 상당한 친분관계를 과시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씨와 K 씨는 사실상 동업관계로 밀착된 사이였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김 씨는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거의 주변 세력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DJ 정권이 들어선 이후 조폭 출신 사업가 K 씨와 밀착된 이후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 K 씨, 당시 정권 실세 K 전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2004년 이전에도 김 씨는 대전지검에서 충북 제천의 관광단지 개발 건으로 내사를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에도 역시 친분이 있던 정계 인사와 K 씨 등이 나서 무마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주변의 증언에 따르면 기업가 김 씨와 조폭 K 씨는 전형적인 악어와 악어새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기획부동산 사업장 주변에는 늘 지역의 조폭 세력들이 항상 연루되어 있다는 것. 유명 조폭 두목 출신인 K 씨는 그런 김 씨를 비호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갈취한 셈이다. 현재 K 씨는 지난 2004년 9월 사기 및 갈취 혐의로 구속돼 수감 상태에 있다.
▲ 김현재 씨 | ||
검찰은 김 씨가 임직원과 가족 명의로 만든 차명 계좌 추적을 통해 K 씨가 김 씨의 돈을 세탁한 정황을 이미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검찰이 김 씨의 차명 계좌 100개를 추적했고 그 과정에서 김 씨가 1000억 원 상당의 CD(양도성 예금증서)를 매입한 사실과 이를 K 씨가 현금으로 세탁한 정황까지 확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검찰은 “현재 수사 중인 상황이어서 말할 수 없다”며 확인을 피했다.
산발적인 부동산 사업을 하던 김 씨가 K 씨와 함께 본격적인 사업 확장과 인맥 확장에 나선 것은 2000년 부터였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일요신문>이 확인한 삼흥그룹 5개 계열사의 등기부에 따르면 김 씨가 모기업인 삼흥센추리를 99년 12월에 설립한 이후 한두 달 사이에 나머지 4개사를 집중적으로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K 씨와 함께 연예기획사를 설립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또한 2002년 7~8월 사이에 각각의 이름을 모두 삼흥으로 통합해서 ‘삼흥그룹’ 회장 명함을 들고 다녔다. 대선 직전이었다.
김 씨의 정치 대외활동 역시 2000년부터 본격화됐다. 그는 당시 민주당 경기도지부 국정자문위원을 맡았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열린우리당 민생경제특위 위원을 맡으며 전·현 정권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국회의원 개인후원금 납부 자료에 따르면 김 씨가 2004년 3월 이후 자신의 명의로 낸 후원금 대상 국회의원들은 모두 여당에 집중되어 있다. 2004년에는 문학진 유선호 염동연 박영선 이계안 의원에게, 지난해에는 문학진 유선호 김한길 의원에게 각각 후원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검찰 조사 과정에서 김 씨와 가깝게 지낸 정치인들의 이름이 여러 명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위 ‘김현재 리스트’까지 등장하고 있어 정치인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씨의 한 지인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씨와 K 씨가 주변에 자신의 정계 인맥으로 과시하고 다닌 정치인들은 대부분 지난 DJ 정권 당시 정계 중견 또는 신진 인사였다가 현 정부 들어 정권 실세로 부상한 인사들이 많다”며 대표적으로 여당의 C, Y, J 의원 등을 꼽았다. 그는 “현 정권의 권력 핵심으로 통하는 L 의원과는 최근까지도 골프를 함께 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언급한 정치인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인사는 유일하게 영남 출신인 Q 전 의원이었다. 그는 가끔씩 청와대를 방문할 정도로 현 정권과도 아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원로급 인사로 알려져 있다. 이 지인은 “호남 출신이 아님에도 Q 전 의원과 상당한 친분을 과시했다. 그로 인해 김 씨가 현 정권에서도 상당히 탄탄한 정계 인맥을 갖고 있는 것처럼 주변에 비치기도 했다”고 밝혔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