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몸매 만든 그녀 부속실 업무는 기밀?
헬스 트레이너 출신으로 청와대 부속실에 근무 중인 윤전추 행정관(왼쪽 원 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메이크업 박스를 들고 수행했다. 원 안 사진은 윤 행정관의 MBN 출연 모습 캡처. 사진제공=청와대
대학에서 사회체육학을 전공한 윤전추 행정관은 서울 강남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내 피트니스클럽에서 오랫동안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해 왔다. 윤 행정관은 트레이너 시절 전지현 한예슬 등 유명 여배우의 개인 트레이닝을 맡으면서 ‘스타 트레이너’로 명성을 날렸다. 이후 재벌총수를 전담하고 몇몇 방송을 통해 ‘회장님 5분 운동법’ 등을 소개하면서 ‘비즈니스맨 전문코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청와대에 입성한 윤 행정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메이크업 박스를 들고 수행하며 일부 청와대 직원과 출입기자 등에게도 얼굴이 알려졌다. 그 모습을 본 이들은 그저 대통령 미용·의상 담당 코디네이터 정도로 여겼다고 한다. <일요신문i> 보도 이후 윤 행정관의 얼굴을 본 적 있는 인사들은 “그녀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인 줄 몰랐다”며 놀랐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제2부속실 업무와 관련해서는 외부에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이곳은 영부인 일정 및 수행을 맡았던 곳이지만 현 박근혜 대통령이 미혼인 까닭에서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인수위 시절 제2부속실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소외된 계층을 살피는 민원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밝혔고, 실제 박 대통령 관저생활 지원과 현장 수행 외에도 청와대에 올라오는 민원 등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헬스 트레이너였던 윤전추 행정관이 청와대 ‘어공(어쩌다 공무원, 별정직 공무원을 지칭)’ 생활을 한다는 사실이 <일요신문i> 보도로 뒤늦게 밝혀지면서 부속실이 현직 대통령의 건강 및 몸매 관리를 위한 곳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현재 부속실은 박근혜 대통령을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문고리 권력 3인방’ 가운데 정호성 제1부속실장, 안봉근 제2부속실장이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윤 행정관이 속한 제2부속실의 안봉근 실장은 박 대통령이 개인 휴대폰과 핸드백을 맡길 정도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스타 트레이너의 청와대 행정관 발탁에 그 적절성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는 부속실에 영부인 수행과 코디네이터 역할을 겸하는 여성 인력을 둔 일은 있었지만 전문 트레이너 출신을 행정관으로 발탁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대중 정부 당시 부속실장을 역임한 김한정 연세대학교 객원교수는 “제2 부속실은 영부인 전담이다. 주로 영부인 일정 관리 및 수행과 같은 공적인 업무를 맡았다”면서 “헬스 트레이너를 행정관으로 둔 적은 없었다. 박 대통령이 건강 및 몸매 관리를 국정운영의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한 것이었는지 모르겠으나 국민정서상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실은 지난 8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윤 행정관 임명에는 법적·윤리적 하자가 없다. 건강 주치의 개념으로 근무하고 있지도 않다”면서도 구체적인 담당 업무에 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13일 <일요신문i>의 단독보도 이후 쏟아진 타 매체의 후속 보도에서도 청와대 입장은 제각각이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의상 및 화장 담당”이라고 밝혔고, <중앙일보>에서는 “민원이나 홍보 등 다양한 업무”라고 했다. 다음날인 14일 청와대는 여러 매체에 “트레이너 출신을 행정관으로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며 “대통령 외부 일정 시 옷 갈아입기 등 남성 수행비서들이 돕기 어려운 일들을 담당하는 여성 수행비서로 발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요신문>은 취재 과정에서 윤 행정관의 실제 업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부속실 소속 행정관들의 직급 및 업무분장에 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그때마다 청와대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등을 근거로 “국방·통일·외교·국가경제 등 국가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대통령비서실 업무 특성상 행정관의 정보는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비공개 결정을 통보했다.
‘청와대로 간 스타 트레이너 후폭풍’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에 자료요청권이 있는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청와대 설명만으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며 “하반기 국정 감사 때 그 적절성 여부를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