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카지노논란… ‘돌하르방’ 앞마당 ‘왕서방’이 접수중
지상 56층으로 계획된 드림타워 부지(위)와 초대형 레저 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신화역사공원 부지.
제주도내 해외자본 투자금액이 지난 6월 말 기준 8000억 원을 넘어섰다. 이중 중국자본이 5800억 원으로 70%가 넘는다. 외국인 소유 토지 역시 1300만㎡로 여의도 1.5배 크기에 달한다. 이중 중국인 소유의 땅이 60%다. 크게 보면 외국인 소유 토지는 제주도 전체 면적의 1%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자본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제주도민들은 위협을 느끼고 있다.
제주도는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2010년 2월 부동산 투자이민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5억 원가량을 부동산에 투자하면 거주비자(F-2)를 내주고 5년 뒤에는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현재까지 투자이민제도를 활용한 건수는 총 1320건으로 이를 활용한 부동산 투자금액만 8600억 원을 넘어섰다.
중국자본의 손길은 제주 전역에 걸쳐있다. 특히 관광지가 많은 제주 서쪽으로 투자가 집중돼 있고 동쪽 끝에 있는 섭지코지와 성산일출봉까지 유명한 관광지에는 모두 중국 자본이 들어와 있다. 제주시가 발표한 ‘제주지역 외국인 투자기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제주도에 50억 원 이상 투자한 사업은 총 19개다. 이중 싱가포르와 일본, 호주, 말레이시아 각 한 건씩을 제외하면 모두 홍콩과 중국이다. 중국계 자본의 투자 금액은 총 6조 원가량이다.
이중 가장 투자규모가 큰 곳은 람정제주개발(주)이 추진하고 있는 ‘신화역사공원’이다. 2조 5600억 원을 투자해 서귀포시 안덕면 일대에 여의도 절반 만 한 크기(398만 6000㎡, 121만 평)의 초대형 레저 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2005년 1월에 사업시행 예정자로 지정돼 착공이 진행됐으나 당초 컨벤션 센터, 콘도, 테마파크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라는 건축허가 신청서를 내고 사업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카지노 그룹인 겐팅 싱가포르를 참여시키면서 “테마파크를 표방하고 뒤로는 대형 카지노를 조성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다음으로 규모가 큰 곳은 서귀포시 동홍동, 토평동 일대 153만㎡(46만 2000평)를 사들여 만들고 있는 헬스케어타운이다. 총 사업비 1조 원 규모로 중국의 녹지개발이 투자해 짓고 있는 곳이다. 숙박시설인 1, 2단지는 완공됐고 쇼핑몰, 헬스케어 시설이 들어서기로 예정된 3단지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1차 188세대가 100퍼센트 계약 및 입주가 끝났으며 2차 212세대는 9월 30일 입주 예정이다. 그중 한국인은 단 한 채만 분양받았을 뿐이다. 2차 단지의 분양률을 묻는 질문에 녹지그룹 관계자는 “구체적인 분양가와 분양률은 말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최근 헬스케어타운은 본래 목적과 달리 숙박시설을 먼저 추진해 빈축을 산 바 있다. 제주의 자연과 의료산업을 접목한 사업으로 사업 승인이 비교적 쉽게 났지만 의료 시설이 들어설 부지는 완비는커녕 흙먼지만 날리고 있는데 숙박시설 400세대는 완공됐다는 점 때문이다.
제주시 노형동 925번지에 2만 3300㎡(7000평)크기로 들어설 예정인 드림타워는 현재 제주도의 ‘뜨거운 감자’다. 지하 5층, 지상 56층 높이(218m)로 계획돼 도민들은 “야트막한 제주의 스카이라인을 망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드림타워 부지는 1983년 관광호텔을 짓기로 하고 터파기 공사가 시작됐으나 외환위기로 인한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지난해 11월 동화투자개발이 사업시행에 나섰고 중국의 녹지그룹과 투자유치협약을 체결하며 자금 조달 문제를 해결했다. 동화 측이 49%의 지분을, 녹지그룹이 51%를 갖고 있다. 이곳 역시 카지노 허가 논란과 높이 문제, 부실한 하수처리 계획이 밝혀지면서 각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다.
시내에 위치해있는 만큼 드림타워를 둘러싼 도민들의 찬반 논란은 거셌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우종 씨(68)는 “벌써 30년 넘게 저 상태로 방치돼 있다. 장사하는 입장에서야 건물 들어온다면 좋기야 하겠지만 도에서 차로나 상하수도 문제에 대한 장기적 계획 없이 허가해주니 저 꼴로 방치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택시운전기사 송 아무개 씨 역시 “인근에 가장 높은 건물이 22층짜리다. 그 2배 높이의 건물이 들어서면 흉물 같을 거다. 드림타워 앞 도로도 좁은데 교통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제주시 연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최찬명 씨(60)는 “드림타워 주변의 건물 가격이 40~50% 뛰었다. 그만큼 설립에 대한 기대가 큰 걸 방증하는 게 아니겠느냐. 근처 상점들도 장사가 잘 될 거고, 고용되는 인원이 많아 경제도 살아날 건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설립에 대한 도민들의 온도차를 느낄 수 있었다.
이외에 섭지코지에 중국계 오삼코리아(주)가 짓고 있는 콘도미니엄은 지난해 1월에 착공했다. 특히 이곳은 휘닉스파크로 유명한 보광의 세제혜택 ‘먹튀’ 논란으로 착공부터 시끄러웠다. 보광은 2008년 4월 섭지코지 인근을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받아 막대한 세제감면을 받으며 땅을 매입한 후에 중국자본 오삼코리아에 팔아 46억 원의 양도차익을 남겼다. 공사과정에서 보호대상인 석회동굴 훼손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한 섭지코지 입구를 콘도미니엄이 막고 있어 지역 주민들이 “경관을 완전히 망쳤다”고 입을 모은 곳이기도 하다.
이호테우해변 인근에 조성중인 분마그룹의 제주분마이호랜드 역시 공사과정에서 이호해수욕장이 포함돼 잡음이 일었다. 제주도는 공유지인 이호해수욕장이 2만여 평 포함된 사업변경계획서를 “향후 주민들이 이용하는데 제약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승인했다가 “나중에는 결국 해수욕장을 돈을 내며 이용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도민들의 반발이 일어 지난 7월 재심의 결정이 내려졌다.
심지어 중국자본은 제주의 상징인 한라산 중산간 지역까지 침투했다. 흥유개발이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차이나비욘드힐’ 관광단지는 총 7410억 원을 들여 1000실이 넘는 콘도, 800실의 호텔과 차이나타운 등의 상가시설, 어린이 테마파크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아직 개발공사는 멈춰 있지만 공사가 시작된다면 27만 평 규모의 한라산 중산간 지역이 훼손될 거라는 논란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에 중국의 부동산그룹 백통신원이 조성중인 리조트 현장 역시 한라산 기슭에 위치한다. 이곳에는 맥주박물관, 생태공원, 콘도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공사부지는 현재 나무를 베어 공사 터를 정리하고 철제 펜스가 둘러쳐져 있다. 특히 한라산천연보호구역과 700m 정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어 환경단체의 반발이 심했던 곳이다.
제주도 투자유치과 김남진 주무관은 “중국자본이 많이 들어와 도민들이 걱정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성장엔진을 돌리지 않으면 제주도 발전은 끝이 난다. 무조건 중국인과 중국자본이니 반대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카지노와 한라산 등 지역 경관 훼손에 대해 주민들이 염려하는 부분에 대해선 도 차원에서도 충분히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제주=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