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의 사건’ 3년째 장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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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훈 대법원장 | ||
무엇보다 이 대법원장 측이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법원과 검찰의 갈등 여파로 인해 이 대법원장의 과거 전력이 여과 없이 노출됐다는 점이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 관련자들의 영장 기각 여부를 놓고 검찰과 법원이 대립할 즈음엔 이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외환은행 측 사건을 수임한 사실이 불거지면서 법조계에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흘렀다. 결국 이것이 일종의 ‘기폭제’ 역할을 하면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이 대법원장의 사건 수임 전력이 줄줄이 파헤쳐졌다. 특히 지난 연말에는 국부 유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진로 매각과 관련, 지난 98년 외국 자본인 골드만삭스 측이 진로의 법정관리를 신청한 소송에서 이 대법원장이 골드만삭스 측 법률 대리를 맡은 사실(<일요신문> 760호 보도)까지 공개됐고 이는 도덕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새해 들어 이 사건 성공보수금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은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이 대법원장의 입지에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최근까지도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 양상을 띠면서 이 대법원장의 변호사 시절 수임 사건 전력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이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수임한 대형 사건 중 일부 사건의 ‘결과’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무죄를 주장한 사건에 대해 일선 법관들이 어떠한 평가와 판단을 내릴 것인가에 대해 여론의 눈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대법원장이 취임 직전까지 법률 대리를 맡은 삼성 에버랜드 전환 사채 편법 증여 사건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눈여겨볼 또 하나의 사건은 바로 이 대법원장이 무료변론을 맡았던 대한생명과 신동아학원의 부당 이익금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대법원 2005다42××)이다. 대한생명보험이 지난 2002년 10월 신동아학원(이사장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을 상대로 ‘최순영 전 대한생명 회장이 기부한 231억 원의 기부금을 돌려달라’며 제기한 소송의 마지막 단계인 셈이다. 먼저 사건의 개요를 살펴보면 이렇다.
최 전 회장은 지난 84년 영생학원을 인수,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명칭을 신동아학원으로 바꿨다. 이후 최 전 회장은 지난 92년 11월 5억 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99년 12월 이사장에서 물러날 때까지 총 63차례에 걸쳐 모두 231억 원을 학교재단에 기부했었다. 이에 대한생명보험은 지난 2002년 10월 2일 최 전 회장의 기부가 무효라며 신동아학원을 상대로 기부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던 것이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지난 2004년 2월 “최 전 회장이 대표이사와 학교 이사장을 겸했기 때문에 학교법인이란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기부 행위는 이사의 자기거래에 해당하고 회사 이사회 승인을 거치지 않았다면 기부 효력은 회사와의 관계에서 무효”라며 “학교재단은 최 전 회장의 기부금 231억 원을 대한생명 측에 반환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어 8개월 뒤인 2004년 12월 항소심 재판부도 신동아학원 측의 항소를 기각, 대한생명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 대법원장은 ‘재야’ 시절 이 사건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피고인 신동아학원 측의 변론을 맡았고, 2005년 9월 대법원장에 임명되기 직전까지 신동아학원 측을 변호했다.
현재 이 사건은 지난 2005년 1월 상고 소장이 접수돼 2년여가 지났음에도 아직 대법원에서는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 따라서 대법원의 ‘장고’ 배경을 놓고 법원가 주변에서는 갖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물론 대법원의 심리 기간에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년 넘게 심리가 이어지는 사례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심과 항소심이 원고(대한생명) 측의 일방적인 승소로 끝난 소송치고는 상고심 심리 기간이 길지 않느냐는 게 상당수 법조인들의 시각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재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대법원장과 피고인 신동아학원의 현 이사장 하용조 온누리교회 목사의 막역한 관계를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이 대법원장은 온누리교회와 수년 전부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서울 은혜교회의 장로로 알려졌으며 하용조 목사와 상당히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전해진다.
지난해 이 대법원장이 대법원장으로 취임할 당시에는 하 목사가 은혜교회에서 직접 취임 감사 예배까지 주관했고, 지난 2003년 기독교 법률가 모임인 ‘애드보켓 코리아’(Advocates Korea·AK)에서 이 대법원장이 총재로 선출됐을 때 하 목사가 교계 대표로 조직 자문위원을 맡았을 정도다.
이 대법원장이 수임 사건 중 드물게 신동아학원 측을 무료로 변론해준 사실 또한 두 사람의 사이를 일정 부분 대변하는 부분이다. 혹시라도 인연이 법리를 앞서지 않을까 하는 일각의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 현직 법관은 “이 대법원장이 개인적 친분이나 변호사 시절의 수임 인연 때문에 심리에 영향력을 끼칠 분이 절대 아니다”면서 “대법관들 역시 주변 환경이 아니라 사건 자체만 놓고 심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적인 인연 때문에 법관의 양심을 의심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게 이 법관의 지적이다.
대법원은 수장인 이 대법원장이 한동안 변론했고 이 대법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가 연루된 사건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까. 과연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재판 일지
2002년 10월 대한생명 소송 시작
2004년 2월 1심 원고 승소 판결
2004년 12월 신동아 측 항고 기각
2005년 1월 신동아 상고 소장 접수
2007년 2월 대법원 심리 중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