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무인도’까지 접수했다
▲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매입한 여수 사곡리 임야 끝자락(왼쪽)과 모개도(오른쪽). 아래는 사곡리 임야에서 바라본 모개도. | ||
<일요신문>은 이 회장이 삼면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해양 경관이 수려한 전남 여수 사곡리 해안가 임야 6400여 평을 지난 2004년 매입(<일요신문> 684호 보도)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말까지 인근 땅 2만여 평을 추가 매입한 사실을 단독으로 확인했다.
이 회장이 매입한 땅의 대부분은 바다와 맞닿아 있으며 특히 이곳 임야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해 있는 섬인 모개도까지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변에서는 이곳에 이 회장 일가의 휴양시설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땅 매입 규모로 보아 이 회장이 보다 큰 차원에서 여수 바다를 활용한 새로운 관광 사업을 펼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이 이번에 추가로 매입한 부지는 사곡리 산 ×5, 산 ×5-2번지 등 총 8필지. 면적은 6만 3129㎡로 평수로는 1만 9130평이다. 이 가운데 모개도(사곡리 산 ×4번지)가 9300여 평을 차지하고 있다.
이 회장 측이 매입한 부지 인근에 남아 있는 몇몇 임야도 추가로 매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마을 주변에 돌기는 했으나 아직은 매매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이 추가로 매입한 부지와 이미 지난 2004년 매입한 임야인 산 ×6, 산 ×9번지 등 7필지 6386평을 합치면 전체적으로는 2만 5516여 평의 규모다. 이 회장은 경북 칠보산 주변 부지를 2만 5460평가량 매입(<일요신문> 673호 보도)한 바 있는데 공교롭게도 여수 땅의 평수와 거의 일치한다.
추가로 매입한 8필지 땅 중 ××89-1번지는 도로 부지로 지난 2004년 5월 이 회장이 직접 매입한 뒤 그해 7월 이 아무개 씨 명의로 소유권이 가등기됐다가 지난 2005년 2월 가등기가 말소되고 이 회장 앞으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2005년 보도 당시 기자가 찾지 못했던 땅이다.
나머지 6필지는 이미 지난 2004년 6월과 12월에 각각 매매 계약이 이뤄진 땅. 그러나 매매 계약이 있은 지 2년여가 지나기까지 원 소유주 명의로 소유권 보존이 되었다가 지난해 12월 28일 6필지에 대한 매매 계약 서류가 등기소에 접수돼, 이 회장에게로의 소유권 이전 사실이 부동산등기부에 기재됐다.
이 중에는 해안가 잡종지(사곡리 ××89-2) 및 이 부지에 들어선 단층 건물도 포함돼 있지만 기자가 지난 3월 7일 현지에 찾아갔을 당시에는 건물은 이미 허물어진 상태였다.
나머지 한 필지는 산 ×2-2번지 2000여 평의 임야로 이 회장이 지난해 12월 15일 여수시에 거주하는 이 아무개 씨로부터 매입했다. 등기부상에는 이 회장이 7억 2000만 원(거래가액)에 이 땅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소유주가 5억 원 정도밖에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단 등기부대로라면 이 회장이 평당 35만 원 정도에 땅을 매입한 셈이다. 이 평당 매입가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 회장 측이 이 일대 땅을 매입하는 데 70억 원 정도를 쓴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이곳 임야의 평당 시세는 15만 원 선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건희 회장. | ||
만조가 되면 섬이 되었다가 썰물 때면 다시 육지(사곡마을)와 하나로 연결되는 이른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인근 복개도와는 달리 모개도는 전혀 바닷물이 빠지지 않아 이 회장이 매입한 임야와 육지로 연결되는 모습은 볼 수 없다. 하지만 육지와 분리돼 있는 덕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청정섬’으로 주위에 알려져 있다.
이곳 주민들은 이 회장이 모개도를 매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한때 돌았지만 실제 이 회장 소유로 넘어간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모개도 원 소유주의 ‘매매 불가’ 의지가 워낙 강했다는 게 주민들의 말이다.
그러나 사곡리의 한 주민은 “모개도에 강씨 문중 묘가 있었는데 삼성 측에서 묘소를 정리하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이 회장의 땅 매입을 대신했던 삼성 관계자와 강 씨 간에 매매 계약이 진척된 정황을 기자에게 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여수 끝자락 땅과 작은 섬을 이 회장이 개인 명의로 매입한 것은 과연 무슨 이유일까.
마을 주변에서는 이 회장 일가의 별장 조성, 가족 휴양지 조성 등 갖가지 추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칠보산에 수목원과 휴양림뿐 아니라 개인적인 재충전 공간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여수 해안 땅 역시 청정지역이라는 면에서 비슷한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특히 일각에서는 총 매입 평수가 2만 5000여 평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회장의 여수 땅 매입을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와 관련된 관광사업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 회장 개인 명의로 매매가 이뤄진 점, 교통 접근성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사업 차원의 부지 매입은 아닐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현지 주민 대부분은 이 회장이 일대의 땅을 대규모로 매입한 의도를 전혀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 회장에게 모개도 섬을 판 강 씨도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개한 사람으로부터 삼성이 이곳에 별장과 연수원을 짓는다는 말을 언뜻 듣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것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여수 땅 매입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회장님 개인적으로 매입한 땅이라 그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전해들은 바는 없다”고 밝혔다.
과연 이 회장은 한반도 남서쪽의 청정해안에 어떤 ‘밑그림’을 그려놓은 것일까.
전남 여수=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