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에이블씨엔씨 `어퓨`가 진행한 빅 세일 안내문.
[일요신문]에이블씨엔씨 서영필 회장의 ‘브랜드숍 신화’가 위기를 맞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1ㆍ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서 3위로 밀려났다. 또한 최근 대표 브랜드인 `미샤` 매각설까지 나돌아 안팎으로 고전하는 모양세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 39억 원, 당기순손실 27억 원. 2분기 영업손실 24억 원, 당기순손실 17억2400만 원의 초라한 성적을 보인 에이블씨엔씨.
에이블씨엔씨는 결국 올 상반기 63억 원의 영업 손실과 4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과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가 1·2위 굳히기에 들어가고 침체된 현재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에이블씨엔씨의 하반기 실적도 그리 낙관적이지만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는 에이블씨엔씨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브랜드숍간의 출혈경쟁이 `미샤`와 `어퓨`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세컨드 브랜드로 야심차게 출범시킨 `어퓨`의 경우 현재 직영 매장만 있을 뿐 가맹사업장은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미샤`, `어퓨` 세일 약발 떨어졌나...남은 건 실적악화?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 뛰어든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들의 공세에 고전하고 있는 미샤는 지난 7월 전국 매장과 뷰티넷을 통해 ‘썸머 빅 세일’에 들어갔다.
하지만 여름 빅 세일 행사의 경우 매장별 차이는 있겠지만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최대 30~40% 하락한 곳도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른바 `세일 약발`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샤가 대기업들의 할인공세에 맞서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며 대대적인 할인 공세에 나섰지만 남는 건 실적 악화뿐이었다.
특히 에이블씨엔씨가 `미샤` 이후 야심차게 선보인 `어퓨`는 지난 7월 21~27일 ‘이것이 진짜 빅 세일’ 이라는 슬로건으로 대부분의 품목에 대해 50% 세일을 단행했다. 이는 화장품 업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세일이었다.
이에 화장품업계는 50%세일이 매출에 도움을 될지 의심스럽다는 눈길을 보냈다. 한마디로 극약처방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명동 직영매장의 경우 지역 특성상 매우 비싼 매장 임대료와 직원 인건비, 도우미 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과연 파격 세일로 인한 매출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지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소비자들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세일 당시 어퓨 매장을 찾은 한 여성은 “대부분 품목 50%세일이 가능하다면 화장품 원가가 도대체 얼마인지 궁금하다”며 “차라리 화장품 원가를 공개하고 가격을 낮추는 게 소비자들한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적자 행진에 미샤 매각설까지 안팎으로 어수선
에이블씨엔씨는 매출액의 25%가 넘는 비용을 홍보비와 판매촉진비로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연구개발비는 1%가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최고 수준의 세일 일수도 매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제 살 깎기 경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한 지난 1분기에 홍보비와 판매촉진비를 각각 122억 원, 99억 원 지출했는데 이는 개별 기준 에이블씨엔씨 매출액의 26%에 달하는 큰 금액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부터 치열해진 브랜드숍 간 경쟁에서 지나친 마케팅을 펼친 탓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미샤의 부진은 광고효과가 떨어지고 비용대비 효율성이 따라주지 못함은 물론 신규 매장에 대한 고정 비용 투입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엄청난 홍보·마케팅비만으로는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 준다.
더군다나 미샤 매각설로 인해 기업 이미지도 타격 받았다. 이랜드그룹이 먼저 거론되더니 LG생활건강도 오르내렸다.
이에 대해 미샤 관계자는 “터무니없는 소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지만 이래저래 안팎으로 고전하는 형세다.
영업적자에 대해서는 “하반기는 화장품 업계로서는 성수기이고 해외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는 만큼 3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성남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