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이 가처분신청 후 취소 여전히 아리송
▲ 이기명 씨 | ||
이 씨가 2만여 평 규모의 용인 땅을 매각, 장수천 빚 변제 자금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 인사들이 이 씨의 땅 매각 과정에 직접 관여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파문은 크게 확산됐다. 그러나 무수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에서 대부분의 사실 관계가 명쾌하게 밝혀지지는 못했다.
단지 검찰은 장수천의 채무 변제를 둘러싼 측근들의 돈 거래는 노 대통령에 대한 정치자금 무상 대여로 실정법 위반이라는 원론적인 결론만 내렸다. 또한 용인 땅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씨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이 땅을 매매하는 방식으로 장수천이 진 여신 리스 채무를 변제하는 계획을 세운 뒤 이를 노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했다는 점만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아직도 용인 땅 매각과 관련해 당시 땅의 1차 매수자였던 강 회장이 중도에 계약을 파기했음에도 이 씨에게 지급한 19억 원의 계약금과 중도금을 회수하지 않은 부분, 또 2차 계약에서도 노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소명산업개발(2005년 2월 법인명 ‘재성’으로 변경) 윤동혁 회장이 이 땅을 매수한 점 등은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당시 재성 측이 법인 설립 8일 만에 40억 원에 이 씨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곧바로 용인 땅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이 씨에게 일부를 지급한 배경 또한 의문을 남긴 바 있다.
이와 관련, <일요신문>은 문제의 용인 땅을 두고 재성 측이 올해 이 씨를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40여 일 만에 이를 전격 취소한 사실을 확인했다. 부동산등기부와 법원 기록에 따르면 재성 측은 지난 1월 5일 이 씨를 상대로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청구금액 3억 9000만 원)을 냈고, 법원이 1월 15일 이를 받아들여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재성 측은 한 달여 뒤인 2월 21일 자신들이 냈던 가처분 신청을 갑자기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용인 땅 파문 당시 이 씨와 재성의 윤 회장이 밝혔던 매매계약대로라면 실제 소유주(재성)가 회사 소유 부동산을 이전 소유주(이 씨)가 처분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한때 벌어졌던 셈이다.
확인 결과 역시 재성 측은 매매계약을 체결한 지 4년여가 지났음에도 아직 용인 땅의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권만 갖고 실제 소유권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등기부에도 재성 측의 피보전권리는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권’으로 기재됐다.
가처분 신청과 취소로 이어진 일련의 정황은 근래 들어 용인 땅 처리 문제를 놓고 이 씨와 재성 측 간에 ‘이견’이 있었을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문제가 됐던 걸까.
재성 측의 가처분 신청을 대리한 변호인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가처분 신청 사유와 재성 측이 지난 2003년 매매계약이 이뤄질 당시 실제 계약 액수인 40억 원 전부를 이 씨에게 지급했는지 여부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민감한 부분”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한편 재성 측 관계자는 “이 씨에게 잔금을 다 치르지 못해 소유권 이전이 늦어진 것일 뿐”이라면서 “더 이상 문제될 것은 없다”고 밝혔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