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안에 ‘QT밴’이 58대나…!
초대형 모터홈 ‘스튜디오’와 그 내부.
최근 공개된 <2015년 기네스북>에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라반’이 수록돼 있다. 카라반(caravan)은 차에 연결해 끌고 다니는 이동식 주택을 의미하니, 이 차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캠핑카라고도 할 수 있다. 4륜 전기스쿠터로 끌고 다니는 이 카라반의 크기는 경차인 쉐보레 스파크(차 길이 약 3.6m, 높이 1.52m, 너비 약 1.6m)의 절반도 안 된다. 길이 2.39m, 높이 1.53m에 너비는 0.79m에 불과하다. 무게도 131.1kg밖에 나가지 않는다. QT밴(QTvan)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데, QT는 SNS 약어로 ‘귀여운 사람’(cutie)을 의미한다.
이 카라반으로 세계 공인 기록을 세운 주인공은 43세의 영국 웹 사이트 작가이자 발명가인 야니크 리드(Yannick Reed). 이미 몇 해 전부터 런던에 모습을 드러낸 은빛의 QT밴은 작은 크기에도 카라반으로서 갖출 것은 거의 갖추고 있다. 풀 사이즈 침대와 실내 조명, TV와 싱크대, 주전자 등등. 야니크 리드는 이 밴을 끌고 도로 위를 달릴 때 사람들이 짓는 미소를 보는 게 가장 즐겁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장 큰 ‘캠핑카’는 어떤 것일까. 여행 및 캠프용 주거 기능을 지닌 자동차를 ‘모터홈’(motor home)이라 부르는데, 가장 큰 모터홈으로 꼽히는 것이 일명 ‘윌 스미스 캠핑카’다.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가 <맨 인 블랙3>을 촬영할 때 이용해 화제가 됐던 초대형 모터홈이다. 너무 덩치가 크다 보니 시내에 주차해 놓는 것만으로도 교통문제로 민원을 야기했다고 한다. 2층 구조로 된 이 모터홈은 길이 16m에 면적이 111평방미터(약 33.7평)에 이른다. 단순 비교하자면 앞서 소개한 ‘가장 작은 카라반’ QT밴을 58대나 실을 수 있는 크기다.
경차보다 작은 캠핑카 ‘QT밴’은 ‘가장 작은 카라반’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윌 스미스 캠핑카’는 미국의 모터홈 제조업체 앤더슨 모빌(Anderson Mobile)이 제작한 차로 공식 모델명은 ‘스튜디오’(Studio)다. 가격은 옵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200만 달러(약 20억 7000만 원) 안팎. 앤더슨 모빌 웹사이트의 뉴스에 따르면 윌 스미스는 이 차를 180만 달러(약 18억 6500만 원)에 사들였다고 한다.
모터홈 ‘스튜디오’는 내부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유압식 동력장치로 차의 너비와 높이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고, 내부 인테리어는 최고급 오크우드와 대리석으로 마감돼 있다. 대형 침실과 고급 화강암이 깔려 있는 욕실이 각각 두 개, 바 형태의 라운지, 100인치 스크린이 설치된 영화감상실, 드레스 룸 등을 갖추고 있다. 모터홈 내부에 설치된 TV만 모두 14대에 달한다. 말 그대로 ‘달리는 오성호텔’이라 불릴 만하다.
차의 크기는 앤더슨 모빌의 ‘스튜디오’ 모델보다 좀 작지만 가격은 오히려 훨씬 비싼 모터홈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모터홈’으로 불리는 ‘엘레멘트 팔라초’(eleMMent Palazzo)가 바로 그것. ‘팔라초’는 이탈리아어로 귀족의 집, 궁전 등을 뜻하는데, 이 트레일러의 첨단 설비와 호화스러움은 가히 ‘도로 위의 궁전’이라 할 만하다. 무려 200만 파운드(약 33억 8000만 원)에 달하는 이 고가의 호화 모터홈이 중동 두바이의 석유재벌에게 팔렸다는 외신 보도로 최근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모터홈 ‘엘레멘트 팔라초’.
오스트리아 자동차 메이커인 마치 모빌(Marchi Mobile)이 제작한 이 모터홈의 길이는 약 12m. 스튜디오 모델과 마찬가지로 트레일러의 옆면을 외부로 빼내 내부 공간을 더 넓힐 수 있다. 마치 비행기처럼 자동으로 여닫히는 트랩(계단)이 내장돼 있어 이를 통해서만 승하차가 가능하다.
거대한 침실과 40인치 대형 TV, 바와 벽난로 등은 기본(?) 설비. 호화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은 버튼 하나로 지붕 위에 돌출하는 스카이 라운지다. 여기에는 칵테일바와 바닥 난방장치, 그리고 화려한 대리석 조명시설이 갖춰져 있다. 차 내부의 모든 시설은 터치스크린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모터홈 2층에 마련된 운전석에는 타원형의 대형 유리창이 설치돼 마치 미래의 우주 자동차를 보는 느낌을 준다. 항공역학적인 설계와 독특한 탄소섬유 소재를 활용한 차체 덕분에 크기에 비해 연료 소모도 적은 편이다. 최대 출력은 500마력. 가구와 설비를 작동하기 위한 별도의 동력장치가 내장돼 있다.
주로 유럽 내에서만 엘레멘트 팔라초를 임대-판매하던 마치 모빌은 지난 1월부터 미국에 상륙해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미국 토종기업인 앤더슨 모빌은 영화배우와 기업인을 주요 고객으로 삼아 오다 최근 고객층을 넓히고 있는 상황. 반면 마치 모빌은 투어가 잦은 프로골퍼들을 중점 공략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호화 모터홈 시장을 두고 북미에서 펼쳐질 앤더슨 모빌과 마치 모빌의 뜨거운 경쟁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