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음악은 어떻게 우리 곁에 왔고 어떻게 우리를 사로잡았을까.
<단숨에 읽는 에피소드 음악사>는 방대한 서양 음악사를 에피소드 위주로 쉽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이 책은 음악 사조에 따라 시대를 구분하지도 않으며 유명 작곡가와 작품들을 지루하게 열거하지도 않는다. 작품이나 인물에 초점을 맞추는 연대기적 방식에서 탈피해 정치, 사회, 문화를 넘나들며 음악 발전의 동인들을 파헤치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초기 기독교가 자신들의 종교를 퍼뜨리기 위해 음악을 어떻게 활용했고 음악사에 어떤 공헌을 했는지, 악보 기보법 발전에 중세 수사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어린 학생들의 합창단 활동이 정치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등의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등의 대가들 이야기도 그들의 작품에 대한 설명보다는 당대에 어떤 사회적 배경 속에서 작품 활동을 했는지, 대가들의 예술적 특징은 각각 무엇인지 등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모차르트와 베토벤에 대해서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데 명성만큼이나 잘못 알려진 에피소드도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이나 베토벤의 독창성에 대한 일화는 주변인들에 의해 신격화되고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짧은 분량 안에서 음악사를 관통하는 끈 하나를 붙잡고 음악 외적 요소들까지 잔뜩 끌어들인 이 책이 음악사에 대한 백과사전의 역할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재미와 지식을 얻을 수 있음은 물론이고 음악사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기에는 손색이 없다.
크리스티아네테빙켈 지음. 함수옥 옮김. 열대림. 정가 1만 6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