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작가는 작고하기 4년 전에 이미 책의 제목을 ‘나의 딸의 딸’이라 지어 두고 손녀 정원이에 대한 글을 꾸준히 써나가고 있었다.
병이 깊은 중에도 작가는 소중한 책이 곧 탄생하리라는 기쁨에 충만해 있었다.
사랑하는 딸 다혜와 그 딸의 딸 정원을 위한 책.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하는 ‘임’께 바치는 애틋한 사랑의 노래.
하지만 그러는 동안 작가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불같은 열정으로 전작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와 아픈 이들을 위한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담은 <최인호의 인생>을 잇달아 써내게 된다.
자연히 그토록 바라던 <나의 딸의 딸>의 출간은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작가 최인호는 그토록 고대하던 책의 모습을 끝내 보지 못하고 그렇게 별들의 고향으로 훌쩍 떠나가고 말았던 것이다.
작가의 타계 이후 여백출판사는 작가의 유고집 발행을 준비한다. 작가의 책상 원고지 더미에서 새로이 발견된 200매 가량의 미공개 원고와 기존에 작가가 교정을 보았던 글들을 엮은 <눈물>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그토록 소망했던 <나의 딸의 딸>은 작가의 1주기에 맞춰 2014년 9월 25일에 출간하기로 결정한다.
그것이 이 책에 담긴 사랑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보다 뜻 깊게 전달할 수 있는 길이라는 작은 믿음 때문이었다.
여백. 1만 4800원. 335쪽.
조현진 기자 gaba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