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커지는데 비상구는 없고…
불행히도 각종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노인범죄는 해가 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법무부가 발표한 노인범죄 관련 통계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 살인범은 지난 1996년 18명에서 2006년 96명으로 10년 사이 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인 강도범도 같은 기간 6명에서 73명으로 무려 12배 이상이 늘어났고 노인 방화범은 8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인 성폭력범도 10년 전 91명에서 598명으로 6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 ‘기결수용자 통계’에 따르면 노인 수감자 수도 97년 578명에서 2007년 10월 현재 1199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노인 관련 범죄가 급증하는 것은 노령 인구가 많아지면서 범죄 접촉 기회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급변하는 사회상황과 노인들의 생활패턴의 변화에 따른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온 국민을 충격 속에 빠뜨렸던 숭례문 방화사건은 토지 보상금을 적게 받은 것에 불만을 품은 한 70대 노인이 저지른 것이었다. 지난 2월 10일 강화도에 사는 채 아무개 씨(70)는 숭례문 2층 누각에 올라가 페트병에 준비해온 시너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국보 1호 숭례문을 전소시켰다. 채 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난 상태다.
의학의 발달로 인해 육체적 나이가 젊어진 노인들이 욕구를 해결하지 못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61세 이상 노인들의 성범죄가 최근 5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성범죄자가 2002년 272명에서 2006년 598명으로 2.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노인 성범죄의 상징적 사건은 70세의 어부가 저지른 보성 연쇄살인사건이다. 지난해 8월 어부 오 아무개 씨(70)가 여행 온 여성들을 배 위에서 성추행하려다 실패하자 20대 남녀 4명을 바다에 빠트려 살해한 것이다. 오 씨는 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그는 키 165㎝가량으로 왜소한 체구의 칠순 노인이었지만 그의 육체적 나이는 50대에 못지않았다.
늙은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지속적으로 성폭행하는 반인륜적 사건도 적지 않다. 2006년 7월 부산에 사는 김 아무개 씨(80)는 13년간 가족들 몰래 며느리를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김 씨는 며느리에게 갖은 트집을 잡아 성폭행과 성추행을 일삼아왔으며 이로 인해 며느리가 유산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시아버지 김 씨에게 만약 ‘성적 비상구’가 있었더라면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
과거 사회적 약자로서 주로 범죄의 피해대상이 됐던 노인들이 이제는 가해자로 변해가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또한 죄질도 이전에는 생계형 범죄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강도 강간 살해 등 강력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범죄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 경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웅혁 교수는 “기본적으로는 은퇴 후의 지위상실과 무력감, 좌절이 근본 원인”이라며 “살인의 경우 장기간 묵은 감정의 폭발이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가정과 사회 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상실하거나 홀대를 받을 때 불만이나 분노로 표출돼 우발적으로 살인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노인 성범죄의 경우 “왜곡된 남성성의 확인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욱 인턴기자 sigfri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