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씨’가 오히려 걸림돌 됐다?
▲ 지난 2002년 12월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의 결혼식에 참석한 친인척들의 모습. | ||
<일요신문>은 각종 의혹으로 인해 구설수에 올랐던 노무현 전 대통령 친인척들의 근황을 취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인척 중에 눈에 띄는 인물들은 금융권에서 일하고 있는 처남 권기문 씨와 사돈 배병렬 씨다. 권기문 씨는 권양숙 여사의 동생으로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다. 권 씨는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에 1973년 입사해 노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말 우리은행 부산 범천동 지점장이었으나 3년여 만에 각종 자리를 거치며 이사급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에서는 권 씨의 승진 배후에 대통령의 처남이란 배경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배병렬 씨는 지난 2003년 3월 김해의 한 마을에서 경찰관의 승용차를 들이받은 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에 불응한 사실이 3년 후에 밝혀지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배 씨는 김해의 한 단위농협에 전무로 일하다 대통령의 사돈이 된 지 한 달 만인 2003년 1월 농협CA투자신탁운용의 비상임감사로 임명됐다. 농협 조직의 특성상 단위농협의 전무가 중앙회 자회사 감사자리로 옮기는 일은 흔치 않았기 때문에 특혜 시비가 일기도 했다. 배 씨는 2005년 6월부터는 이 회사의 정식 등기이사로 재직 중이다. 최근 들어 여의도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배 씨가 이름만 걸어놓고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농협CA 관계자는 “매일 출근해 정상적인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두 사람의 거취 문제가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정권교체 이후 공기관에 부는 사정바람과 맞물려서다. 우리은행은 정부가 대주주인 사실상의 공기업이고 농협도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노 정권 인사들에 대한 물갈이 작업을 하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의 친인척인 이들이 얼마나 오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 이가 많은 것.
특히 권 씨의 직책은 통상적으로 임기가 3년 정도만 보장되는 비등기 이사이기 때문에 현 직책에서 3년이 지나면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수도 있다. 권 씨는 주택금융단장에 오른 지 2년이 넘었다. 최근 우리은행 박해춘 행장이 청와대 측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차기 행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권 씨의 거취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재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우리은행 측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제기됐던 특혜 의혹에 대해 “능력에 따라서는 이사급이 아닌 부행장으로 승진할 수도 있었지만 대통령의 처남이란 이유로 오히려 불리한 대우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 노건평, 민경찬 | ||
노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 가장 많이 구설수에 올랐던 인물은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다. 그는 2003년 9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사장 연임 청탁과 관련해 3000만 원을 받았다가 석 달 뒤 돌려준 혐의로 서울지검에 불구속 기소됐다. 실제 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허가가 나지 않는 경남 거제시 한려해상 국립공원 내 토지에 있는 주택 두 채와 커피숍을 소유해 부동산 투기 의혹을 사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불과 20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살고 있는 노건평 씨는 노 전 대통령 귀향 이후 주로 아침시간을 이용해 자주 사저를 오가며 ‘형’이 아닌 ‘말벗’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동안 논란이 됐던 집 옆 조그만 골프연습장에서 가끔 연습을 하고 있으며 그 옆에 위치한 조그만 작업장에서 종종 동네 지인들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는 등 소박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4년 초 ‘650억 원 펀드 모집’ 의혹 사건으로 파문을 일으킨 뒤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민경찬 씨는 2년여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지난 2006년 자유의 몸이 됐다.
민 씨는 2005년 11월 이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2월에 벌금 1000만 원, 추징금 1억 2056만 원을 최종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6년 4월 여주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했다. 민 씨는 출소 이후 거처도 수원에서 용인으로 옮겼으며 집 전화번호와 휴대폰 번호도 모두 바꾼 상태다. 가지고 있던 김포의 푸른솔 병원도 법원 경매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카 노지원 씨는 지난 2006년 바다이야기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면서 주목받은 인물. 노 씨는 2005년 8월 바다이야기 제조업체(지코프라임)가 인수한 회사(우전시스텍)에서 이사로 근무했는데 회사가 당시 코스닥에 우회상장하면서 사세를 키워나가자 특혜 의혹이 일었다. 검찰에서 무혐의로 판결났지만 노 씨는 회사를 그만뒀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 씨는 LG전자에 휴직계를 낸 후 아직도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지난 2월 노 전 대통령이 귀향했을 때 잠시 귀국한 후 다시 출국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언제 노건호 씨가 다시 복귀할지는 알 수 없으며 현재는 무급 휴직 상태라고 말했다.
박혁진 기자 phj197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