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작가’ 탐정으로 거듭나다
오스카 와일드는 사생활에 있어서도 화려한 복장과 폐부를 찌르는 재치 있는 언변으로 당시 사교계의 총아였다. 그가 방문한 미국에서도 처음에는 그의 댄디즘을 조롱했지만 미국 방문이 끝날 때쯤에는 그의 천재성에 탄복해 마지않았다는 것이다.
가일드 브렌드레스가 쓰고 권도희가 옮긴 <오스카 와일드 살인사건>(서울문화사)은 바로 그런 오스카 와일드가 영국 런던에서 일어난 한 미소년의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기발한 착상의 소설이다. 그러나 소설은 추리적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오스카 와일드가 뿜어내는 매력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당시 실존인물들이 대거 등장해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소설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등장인물은 아서 코난 도일. 명탐정 셜록 홈즈를 창조해 낸 이 외과의사는 실제로도 오스카 와일드와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전기작가로 유명한 실존인물 로버트 셰라드가 화자로 등장하는 이 소설은 오스카 와일드가 탐미적 감성과 날카로운 직관으로 사건을 풀어내고 있어 코난 도일의 추리 소설에 뒤지지 않는 흥미를 주면서도 당시 유럽 문화계의 분위기를 그대로 되살리는 품격을 더하고 있다.
이 소설의 또 하나 매력은 곳곳에 튀어나오는 오스카 와일드의 재치 있는 경구들이다. “사랑은 그 자체로 모든 것의 근원이죠” “가면을 쓴 얼굴이 본래 얼굴보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법이기도 하지” 등은 오스카 와일드가 실제로 한 말들이다.
소설 표지에 쓰인 오스카 와일드의 말 “진실은 순수하지도 결코 단순하지도 않다”가 사건의 결말을 단적으로 얘기해 주고 있다.
이규용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