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2만여 종의 직업이 있지만 아이들이 아는 직업은 20여 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알고 있는 직업도 의사, 선생님, 디자이너, 연예인처럼 텔레비전에 자주 등장하거나 부모에게 자주 들었던 것. 요즘 중고생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안정적인 자리가 보장되는 교사나 공무원을 선호하는 직업으로 꼽는다. 사회가 워낙 불안정하고 부모가 힘들게 일하는 모습이나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는 소리는, 아이들에게 현실이 마냥 ‘꿈’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힘들게 들어간 직장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꿈’은 실현되지 못한다.
2012년 고용정보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중 67%가 현재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 자체가 꿈이 되어버리니 막상 직업을 가진 후에는 꿈이라고 여길 만한 것이 없어져버린 것. 사실 엄마들이 아이에게 바라는 직업은 아이가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결과다. 그 직업을 택하면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거나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게 되고 이런 게 행복한 삶을 사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 아이의 행복을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결국 아이가 꿈을 잃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아이는 부모의 꿈을 이뤄주는 대리인이 아니다. 아이가 자신의 꿈을 꿀 수 있도록 허락하자.
PART1 아이들은 왜 꿈이 없을까?
요즘은 과거에 비해 직업의 종류도 폭넓어졌고 다양한 직업을 체험해볼 기회도 많지만 정작 아이가 꿈을 꿀 ‘환경’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어려서부터 학업 중심의 교육과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 비교를 먼저 접한 아이들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스스로 생각해볼 기회가 없고 자신감도 낮다. 이런 환경은 아이들의 꿈이 자라지 못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1 자기 이해가 부족하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알아야 하고 싶은 것도 생긴다. 아이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별로 없고, 엄마들은 아이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기도 전에 ‘너 00 하고 싶구나?’, ‘지금 이거 할까?’라며 대신 정의 내리기 일쑤. 이는 아이 스스로 선택할 기회가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옷을 갈아입는 것도 엄마가 도와주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책가방 싸는 것과 숙제도 챙겨준다. 아이는 자기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더 많이 이해하고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깨닫고 행동하는 기회 자체가 차단되어 있다.
2 자존감이 낮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칭찬보다는 타인과 경쟁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게 만든다. ‘엄친아’로 대표되는 비교 대상은 아이뿐 아니라 엄마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옆집 아이는 또박또박 책도 잘 읽고 동생도 잘 돌보는데 우리 아이는 그러지 못할 때 엄마는 아이를 다그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의기소침하게 만들면 아이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저하되고 ‘난 안 돼’, ‘난 못 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아 앞날에 대한 꿈을 꿀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3 어려서부터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가령 패션디자이너를 희망한다면 예쁜 옷만 만들 줄 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옷에 대한 지식과 디자인하는 데 필요한 미술 실력 등도 필요하다. 이걸 알기만 해도 미술학원에 다녀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고 다른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공부를 해야 하는 목적이 분명해지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이는 알아서 공부를 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많은 부모들이 먼저 공부를 잘 해야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조건과 과정이 뒤바뀐 데다 동기 부여가 없는 공부는 아이가 커갈수록 학업 스트레스로만 여겨질 뿐이다.
PART2 아이의 꿈을 어떻게 키워줄까?
요즘은 시대가 달라졌다. 공부만 잘하는 것으로는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을뿐더러 앞으로 아이가 살게 될 사회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려면 진취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알아야 한다. 올바른 진로 지도는 아이의 꿈을 키우는 첫걸음이다. 여기에는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1 자기 이해와 자존감을 키워준다
자기 이해가 높은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과 부족한 것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 역시 인지할 줄 안다. 이런 이해는 적응하는 능력으로 발휘된다. 단순히 장점과 약점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도 하고 계획도 세우게 되는 것. 자존감도 높아서 쉽게 위축되거나 섣불리 포기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아이가 어릴 때는 진로 지도보다 아이가 충분히 자기를 이해하고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부모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 가령 아이가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거나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때 엄마는 아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마음을 어루만지고 아이의 장점을 격려해주자.
2 다양하게 경험시킨다
아이가 그림 그리기에 소질을 보이면 엄마는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나다고 판단해 무턱대고 미술교육에만 열을 올린다. 그러나 초등학생이 되기 전에는 아이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강점뿐 아니라 다소 부족해 보이는 부분도 보완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좋아하는 것만 하게 되면 약한 부분은 더욱 약해져 언젠가는 강점까지도 약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두뇌는 물론 흥미까지도 골고루 발달시킬 필요가 있다. 흥미와 관심 역시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 ‘균형감’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
3 아이의 의사를 존중한다
아이에게 꿈을 물었을 때 세탁소 주인이나 중국집 주인이라는 대답을 했다면 엄마는 어떻게 대응할까? 부모 강의나 교육 등으로 아이의 의견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이미 알지만 딱딱하게 굳은 얼굴 표정을 숨기지는 못할 것. 왜 내 아이는 꿈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지, 보고 배운 게 없어서라는 자책도 한다. 아이의 꿈은 자라며 수시로 바뀐다. 설령 아이가 진심으로 중국집 주인을 꿈꾼다 해도 세계적인 차이니즈 레스토랑을 운영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엄마의 역할은 아이가 앞으로 살면서 가야 할 방향을 미리 정해주는 게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옆에서 관찰하고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다. 성공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과 행복을 우선시하겠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기획 남현욱 기자 / 사진 성나영 / 모델 윤하울(6세), 핸슨 보배(7세) / 도움말 허은영(서울등원중학교 수석교사, <청소년 진로카페> 저자) / 스타일리스트 이규엽 / 참고도서 <아이의 다중지능>(지식너머)
/ 의상협찬 갭키즈·분주니어(02-3446-7725), 쁘띠바또(02-6911-0804), H&M키즈(070-8885-0201)
*BESTBABY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 복제 *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