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용 딱인데… 전국 일주까진 아직 갈길 멀다
테슬라 P85D
쏘울EV
전기차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1회 충전 후 주행거리가 500㎞ 이상은 되어야 한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전기차의 완전충전 후 주행거리는 150㎞ 안팎이다. 짧아도 너무 짧다. 또 배터리의 수명이 완전충전 500회 이상은 되어야 한다. 이 정도 되어야 25만㎞ 정도는 배터리 교체 없이 탈 수 있다. 물론 우리가 항상 완전충전을 할 수 없으므로 충방전 횟수는 더 많아져야 한다.
배터리 가격도 내려야 한다. 전기차는 비싼 이유는 배터리 때문이다. 리튬이온배터리의 한계다. 그래서 세계 유수의 연구소에서 리튬공기전지, 플로우셀배터리, 수직 구조 플레이크, 수소연료전지, 마그네슘-소금물 전지, 슈퍼 커패스터 등 여러 가지 방식의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상당한 기술적 발전이 있다는 언론 보도들이 있지만 아직 전기차에 장착할 정도는 아니다.
일부에서는 완성차업계의 음모로 인해 전기차가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기술적으로는 구현 가능한데 기존 완성차업계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시기 조절을 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석유자본의 입김까지 언급한다.
전기차마다 다른 충전 방식도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이 문제에 대한 자동차 회사들의 대응은 제각각이다. 자신의 충전 방식을 고집하기도 하고 판매하려는 나라의 여건에 맞춰 여러 방식을 내놓기도 한다. BMW와 GM은 우리나라에 전기차를 도입하면서 자신들이 고수하는 ‘콤보 방식’을 그대로 들여왔다. 기아자동차는 쏘울EV를 만들면서 우리나라에 출시한 모델은 차데모 방식으로, 미국 수출용은 콤보 방식으로 만들었다. 한편 르노삼성자동차 관계자는 “SM3 ZE(전기차)는 현재 3상 교류 방식을 쓰고 있지만, 언제든 콤보 방식으로도 출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개의 충전소를 만드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충전소를 만들 때 콤보 방식, 차데모 방식 등 여러 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충전소 건설은 쉽지 않다.
보조금도 문제다.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정부와 지자체는 천문학적 액수를 지급해야 한다. 대당 2000만 원 정도의 보조금이니 연간 10만 대의 전기차를 팔면 2조 원이 보조금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또 전기차는 기름을 쓰지 않으므로 기름에 붙는 각종 세금도 거둬들일 수 없다. 1년에 1만 5000㎞ 정도를 연비 10㎞ 가솔린 차량이 주행한다면 대략 270만 원 정도의 기름값이 들어간다. 기름값의 50%, 즉 1대당 135만 원 정도를 세금으로 거둘 수 있는데 전기차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가솔린 차량 대신 전기차가 10만 대 팔리면 결과적으로 1350억 원의 세금이 사라지는 셈이다. 여기에 자동차세 감면 등 여러 혜택을 고려하면 정부와 지자체로선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난관들을 기술적·제도적으로 극복한다면 모든 완성차업체에서는 앞다투어 전기자동차 양산에 뛰어들 것이다. 전기차 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빠르면 6~7년 후인 2020년~2025년경, 늦어도 2030년경으로 전망한다.
얼마 전 출시된 전기차의 선두주자 테슬라 P85D. 이 차는 한번 충전으로 약 400㎞ 주행이 가능하고 배터리 교환주기 16만㎞이다. 성능도 좋다. 100㎞까지 걸리는 시간인 제로백이 3.2초밖에 안 걸린다. 하지만 가격은 만만치 않다. 테슬라 P85D 모델은 12만 170달러로 약 1억 3000만 원 정도 된다. 일반인들에겐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테슬라에선 구입 고객에게 배터리 평생 보증과 차량 8년 무상 보증, 평생 무료 충전을 약속했다. 차만 사면 공짜로 타고 다니라는 마케팅이다.
우리나라에 출시되고 있는 전기차는 기아자동차는 쏘울EV, 레이EV, 르노삼성자동차 SM3 ZE, GM 스파크EV, BMW I3 등이다. 우리나라에서 전기차를 사면 여러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보조금이 1500만 원, 지자체 300만~900만 원(지자체마다 다르다), 여기에 완속충전기 비용도 지원한다. 4250만 원짜리 2014년 쏘울EV를 2000만 원이 채 안 드는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쏘울 디젤 최고급형이 2195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좋은 구입 조건인 셈이다. 여기에 개별소비세 교육세 부가세 취득세 등 500여 만 원도 아낄 수 있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