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다양한 분야에 걸쳐 방대한 글을 쓴 지식인이었지만, 특정 분야에 자신을 정박하지 않았던 사람. 일생의 대부분을 읽고 쓰는 일에 몰두했고 그때마다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으나, 정작 어떤 독자들의 관심도 받지 못했던 고독한 지식인 발터 벤야민.
<발터 벤야민의 공부법>은 자신의 시대의 문제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던 지식인 발터 벤야민이 품었을 법한 질문을 추적하고, 그 질문이 어떤 경로를 통해 해답을 찾아가는지, 그에게 공부란 무엇이었는지 가늠해보고 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에게 공부란 무엇이고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차지하고 있는지 되짚게 한다.
1982년 독일 베를린에서 부유한 유대인 상인의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발터 벤야민은 명문가의 엘리트 자녀들이 다니는 프리드리히 황제 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그의 내성적이고 민감한 성격은 위압적 분위기의 학교와 잘 맞지 않았다. 학교에 대한 그의 부정적 시선은 학교를 개혁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나아간다. 대학에 들어간 뒤에는 친구들과 함께 ‘토론실’ 생활을 통해 학교와 학교 공부,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적 활동을 이어간다.
벤야민이 더 큰 앎의 기회를 가진 곳은 도시였다. 도시는 그에게 학교이자 세계였다. 유년 시절을 보낸 베를린, 처음으로 지도 없이 길을 찾고 길 헤매는 연습을 한 나폴리, 사회주의혁명 이후 소비에트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를 보여준 모스크바, 그의 사상이 무르익은 파리.
벤야민이 누군가에 대해 공부하는 방식은 한마디로 ‘되기’의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즉 공부하는 대상을 기존의 지식이나 편견 속으로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대상 쪽으로 이동하고 스며드는 것이었다. 프루스트를 만나면 프루스트가 되고 보들레르를 만나면 보들레르가 되며 카프카를 만나면 카프카가 되는 식이다.
벤야민은 사소하고 쓸모없는 사물들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아이들의 놀이에 주목하여, 이를 자신의 작업에 활용했고, 수집한 자료들을 ‘몽타주화’ 하는 방식으로 배치함으로써 파편적이고 지엽적인 것들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새롭게 드러내는 실험을 했다.
이 책을 통해 벤야민의 이론적 사유 그 자체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공부란 무엇인가, 공부를 통해 어떻게 세상과 만날 것인가 하는 존재론적 질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발견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권용선 지음. 역사비평사. 정가 1만 5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