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독주’, 한국차 ‘가속’, 독일차 ‘후진’
이 자료에서 현대기아차의 최고 평가(best model) 모델은 그랜저(현지명 아제라)와 K7(현지명 카덴자)으로 선정됐다. 반면에 현대차의 싼타페 스포츠 터보와 기아차의 K5 하이브리드(현지명 옵티마 하이브리드)는 가장 낮은(worst model) 평가를 받았다.
<컨슈머리포트> 평가 상위권은 올해도 일본 브랜드가 휩쓸었다. 1위 렉서스, 2위 도요타로 지난해에 같다. 3위는 마쓰다로 지난해보다 2단계 올랐고 4위는 혼다로 지난해보다 4단계 올랐다. 이어 아우디가 5위, 뷰익이 6위 순이었다. 7위와 8위 역시 일본의 스바루와 사이언(도요타 소형차 브랜드)이 차지했다. 일본 업체들은 10위 이내에 6개 브랜드가 올랐다. 지난해 6위였던 인피니티가 20위로 크게 떨어져 10위 이내 브랜드는 하나 줄었다.
독일 업체들은 부진했다. 아우디가 5위를 차지한 것이 유일한 위안. BMW(14위), 폴크스바겐(17위), 메르세데스 벤츠(24위)가 모두 10위권 밖이었다. 특히 벤츠는 지난해와 비교해 11계단 떨어졌다. 테슬라는 한 개 모델만을 판매한다는 이유로 투표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미국차로서는 제네럴모터스(GM)의 ‘뷰익’이 6위로, 10위 이내에 유일하게 랭크됐다.
<컨슈머리포트>는 터치스크린 무응답, 스마트폰 연결 지연, 조작 키 미작동 등의 문제가 올해 신뢰도 조사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도요타가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선 플랫폼, 변속기, 전자제어 장치 등 전 부문에서 신기술을 도입하는 데 보수적이기 때문에 그만큼 안정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컨슈머리포트> 평가 결과 현대·기아차의 최고 모델로 그랜저(위쪽)와 K7이 꼽혔다.
이번 자료에서 신뢰도가 가장 낮은 차종은 피아트(28위) 500L과 지프(27위) 체로키, 메르세데스 벤츠(24위) CLA250 포드(23위) 피에스타 등이다. 이탈리아 박스형 디자인의 피아트 500L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문제였다. 포드의 주력 소형차 피에스타 역시 자동변속기가 차량 소유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쿠페형 세단 CLA는 엔진 문제와 나쁜 오디오 품질, 그리고 전자부문, 소음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지적됐다. 지프 체로키는 새로 장착한 9단 자동변속기가 문제였으며 4기통 버전은 V-6 엔진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이 자료 발표 이후 후폭풍도 만만찮다. 지난달 28일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이 ‘2014 자동차 브랜드 신뢰성 평가 조사’의 저조한 결과로 인해 자동차 품질 담당 책임자인 더그 베츠 부사장이 사임한다고 보도했다. 전날 <컨슈머리포트>가 공개한 자동차 브랜드 신뢰도 평가에서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의 브랜드들은 모두 최하위권에 포진했다. 총 28개 자동차 브랜드 중 피아트는 28위에 올랐으며, 지프 27위, 램 26위, 닷지 25위를 차지했다. 최하위권 4개 순위를 피아트크라이슬러가 독점한 셈이다. 크라이슬러도 22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편 미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점유율은 떨어지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2010년 12월 이후 약 4년 만에 3%대로 점유율을 보인 것. 현대차 3.9%, 기아차 3.5%에 머문 것이다. 지난 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9만 4775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늘었지만 시장 평균 성장률 6.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두 회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올 7월 8.3%를 기록한 후 줄곧 떨어지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8월 7.9%, 9월 7.7%, 10월 7.4% 등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