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선례 있지만...삼바 투자자들 ‘도덕적 해이’ 구제 부담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검찰 고발’.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지난 5월 17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를 가려내는 감리위원회에 소명하기 위해 정부청사에 들어오고 있다. 최준필 기자.
[일요신문]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검찰에 고발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를 고의적인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증선위는 20일 이같은 사실을 밝히고 삼성바이오와 삼정ㆍ안진회계법인에 제재 의결에 따른 시행문도 보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의 거래정지 기간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도 관심을 모으게 됐다.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나아가 현실적으로 부담되지만 상장폐지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선위원장이 14일 서울 세종대로 서울정부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 제재 조치 안 등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이날 정례회의에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를 검찰에 고발하고 김태한 대표이사 해임권고, 과징금 80억 원 부과 등의 제재도 취하기로 의결했다.
또 삼정회계법인은 중과실 위반으로 과징금 1억 7000만 원 부과와 삼성바이오 감사업무 5년간 제한, 회계사 4명에 대한 직무정지 등의 제재를 건의했다.
안진회계법인은 과실 위반으로 삼성바이오 감사업무 3년간 제한을 결정했다.
증선위의 이번 고발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회계처리 기준 변경이 적법했다면서 증선위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오히려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의 상장 및 거래 당시 문제를 삼지 않던 것을 정권이 바뀐 뒤에 문제 삼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4일 증선위 결정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며 삼성바이오의 주식 거래를 정지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지 심의하고 있다.
상장적격성 실질검사 대상이 될 경우 상장폐지를 안심할 수 없게 되는 만큼 삼성바이오는 심의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총 22조의 삼성바이오가 상장폐지될 경우 역대 최대 규모의 상장폐지이자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4조 5000억대의 분식회계는 결국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질 운명에 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검찰 고발. 거래정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심의, 상장폐지 등 촉각.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5조 7000억대의 분식회계로 거래정지가 1년3개월 동안 지속됐지만 상장폐지는 면할 수 있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산업은행이 채권 관리 등 사실상 정부가 개입된 사례지만 삼성바이오의 경우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소관인 만큼 여론의 움직임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정부와 각 기관들의 우려와 지적에도 “삼성이니까 괜찮겠지”라는 투자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피해 구제를 여론이 납득할 가능성이 적다.
삼성바이오는 오히려 증선위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갈 수 밖에 없어 피해보상 등 투자자와 삼성바이오, 증선위 간 법적 공방이 지루하게 이어질 수 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경영승계와 상속세 의혹 논란 등이 삼성바이오 사태와 맞물린 점도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적폐청산’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 역시 삼성바이오 사태가 적잖은 고심거리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금융당국과 재계관계자에 따르면, 주식시장 우선을 강조했던 경제 컨트롤타워의 고심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