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 액 넘 적다고? 이제 시작일 뿐!
양현종(위)은 다양한 구종을 갖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현은 포스팅 비용이 낮게 책정된 부분이 연봉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SK 와이번스
# 김광현의 포스팅 금액 200만달러는 많다? 적다?
송재우(송):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김광현이 샌디에이고로부터 받은 200만 달러의 입찰 금액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나오는 선수들도 200만 달러의 몸값을 챙기려면 랭킹 15위 안에 들어야 한다. 류현진과의 비교로 인해 다소 초라한 액수라는 인식이 있지만 김광현의 성적과 커리어를 놓고 계산했을 때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생각한다.
대니얼 김(김): SK 구단주가 김광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인지 포스팅 시스템 시기를 너무 서둘렀다고 생각한다. SK에서 급하게 진행했다고 해도 메이저리그 사정을 잘 아는 에이전트가 그 타이밍을 잡아줬어야 한다.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던 게 200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이 나왔다고 본다. 메이저리그는 시즌 종료 후 내년 예산을 세우고, 그 예산 안에서 선수를 팔거나 영입할 선수를 정한다. 그런 정리가 채 되지도 않았는데 서둘러 포스팅 시스템 공고를 하는 바람에 손해 본 부분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투수코치들은 김광현의 투구 폼을 좋아하지 않는다. 류현진처럼 간결하고 유연한 투구폼을 선호한다. 그런 점에서도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김광현은 이번 일을 통해서 자신의 구종이 단조롭다는 걸 인식하고 새로운 구종 개발에 나서야 한다. 듣기론 SK에서 김광현에게 체인지업을 가르치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안다. 샌디에이고 감독이 투수 출신이라 스프링캠프 동안 새로운 구종 장착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A 씨: 내가 예상했던 금액이 나왔다. 한국 언론에서는 김광현의 몸값에 대해 500만 달러 이상, 최고 1000만 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다며 몸값 부풀리기에 나섰지만 미국 현지에서 보는 적정가는 200만 달러였다. 샌디에이고에서 김광현에게 200만 달러를 제시한 것은 김광현을 선발 투수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SK에서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 기자회견을 통해 1000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거론했는데 이 부분이 오히려 마이너스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왜냐하면 포스팅 시스템은 입찰 금액을 놓고 메이저리그 팀들간에 경쟁이 붙는 것인데 SK에서 먼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에 그 정도의 관심이 없는 팀들은 알아서 경쟁에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포스팅에 나선 시기가 너무 빨랐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진출 추진 기자회견에서 임원일 대표이사(맨 왼쪽), 민경삼 단장(맨 오른쪽), 부모님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SK 와이번스
# 김광현은 샌디에이고와 어떤 계약을 맺을까
송: 포스팅 비용이 낮게 책정된 부분이 연봉에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류현진처럼 6년 계약은 어려울 것 같고, 짧게는 2년 또는 1+1의 계약 기간이 제시 될 듯하다. 김광현으로선 불리한 조건으로 장기계약을 하기보단 계약 기간을 짧게 잡고 그 안에 자신의 가치를 보여줘 재계약할 때 유리한 금액을 끌어내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김광현이 시애틀의 이와쿠마 히사시(33·시애틀 매리너스)를 롤 모델로 삼았으면 좋겠다. 이와쿠마는 일본에서 11년간의 프로 생활 동안 다승왕 2회, 최고 승률 2회, 최고 평균자책점 2회, 사와무라 에이지상 1회, MVP 1회, 최우수 투수상 2회 등 수많은 타이틀을 석권하며 일본 최고 우완 투수로 거듭났다. 그러나 2010년 시즌 종료 후 포스팅에 나섰다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연봉 협상 중 소극적인 구단 태도에 실망한 나머지 협상을 철회하고 이후 1년을 일본에서 더 뛰고 FA 자격을 얻었다가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 계약을 맺었다. 오른쪽 어깨 근육이 약하다는 이유로 연봉은 단 150만 달러(약 16억 원)였고, 보직은 불펜이었다. 절치부심 끝에 이와쿠마는 미국 진출 첫해인 2012년 6월까지 불펜투수로 적응기를 거친 뒤 선발진에 합류, 지난해 14승과 올해 15승을 거두며 거액의 몸값을 받는 선수로 거듭났다. 김광현도 적은 연봉에 실망하지 말고 주어진 기간 동안 자신의 건재함을 보여주고 그 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면 된다. 단, 지금 샌디에이고의 투수진이 아주 좋은 편이다. 웬만큼 잘해선 그 안에 들어갈 수조차 없다. 선발진이 탄탄하기로 유명한 볼티모어의 윤석민보다 더 좋지 않은 환경이다. 그걸 넘어서야 훌륭한 투수로 인정받을 것이다.
김: 위에서도 김광현의 투구 폼에 대해 언급했지만, 김광현과 양현종을 비교할 때 투구 폼은 양현종이 더 좋은 점수를 받는다. 양현종은 류현진처럼 투구 폼이 간결하고 피칭 후 발을 내딛는 지점이 일정하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김광현의 단점에 대해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이걸 샌디에이고 측에서 모를 리가 없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부각되는 상황에서 선수를 만족시킬 만한 연봉 액수를 끌어내기란 어렵다. 연봉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김광현과 샌디에이고의 궁합은 아주 좋아 보인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콜로라도만 빼면 투수친화적인 구장들이 대부분이다. 원정 다니기에도 좋고, LA와 샌디에이고가 차로 2시간 거리라 LA 한인들이 원정 응원을 갈 수도 있다. 무엇보다 류현진과 같은 지구에 속한 팀이다 보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연봉의 주도권은 선수보다는 구단이 갖고 있다. 김광현과 에이전트는 전략을 치밀하게 세워야 할 것이다.
# 양현종은 김광현보다 몸값이 높을까?
A 씨: 미국 스카우트들에 의하면 양현종은 선발 투수로 꼽힌다. 현장의 반응이 아주 좋은 편이다. 단,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양현종을 보러 온 스카우트들 중에 결정권자인 디렉터 급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샌디에이고에서 김광현을 포스팅한 것은 단장의 영향도 있다고 본다. 샌디에이고 단장은 A.J.프렐러로 지난 8월 텍사스 부단장에서 샌디에이고 단장에 임명됐다. A.J.프렐러는 지난 10년 동안 텍사스에서 일하면서 다르빗슈 유, 러그네드 오도르, 레오니스 마틴, 주릭슨 프로파 등 해외 선수 영입에 앞장섰다. 그는 텍사스 시절부터 김광현을 유심히 지켜봤고, 텍사스에서 샌디에이고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샌디에이고에서 김광현 영입에 나선 것이다. 반면에 양현종은 미국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그리 유명한 선수가 아니었다. 그랬기 때문에 양현종의 경기를 보기 위해 디렉터급의 스카우트가 나서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양현종이 김광현에 비해 다양한 구종을 갖고 있기 때문에 김광현보다는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송: 양현종이 김광현보다 포스팅 금액이 높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양현종도 김광현처럼 꾸준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래서 선발과 불펜 모두 가능성을 갖고 있다.
김: 양현종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몇 안 되는 선수다. 선발투수로서 주무기가 4개나 된다는 건 엄청난 장점으로 부각된다. 최근 뉴욕의 지역 매체인 <뉴욕데일리뉴스>의 마크 페인샌드 기자가 1페이지 분량을 할애해서 양현종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는 기사를 통해 양현종에 대해 뉴욕 양키스가 관심을 갖고 있으며 3선발급으로 2선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마크 페인샌드는 오랫동안 양키스를 담당한 기자다. 그가 그 정도의 기사를 썼다는 건 뭔가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양현종은 김광현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할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강정호만큼의 파워와 방망이 실력을 갖춘 유격수는 찾기 어렵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 강정호의 앞날은?
송: 강정호도 포스팅비는 많이 챙기지 못할 것이다. 지금 포지션이 유격수인데 유격수보다는 2루수로 전향하는 게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2루수로 전향한다면 메이저리그 진출에 여러 가지의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
김: 강정호는 잘 풀릴 것 같다. 강정호의 에이전트가 앨런 네로인데 메이저리그 에이전트 업계에서 베테랑으로 꼽히는 사람이다. 앨런 네로는 베테랑답게 메이저리그 기자들과 친분이 두텁다. 언론 플레이를 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CBS 스포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강정호가 쿠바 선수였다면 1억 달러 이상도 받았을 것’이라고 말한 데에는 언론의 습성을 잘 파악하고 대응한 내용이었다. 기자들로선 강정호를 인식하는데 ‘쿠바’와 ‘1억 달러’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과 달리 현재 메이저리그의 유격수 시장은 선수층이 두텁지 않다. 그런 점에서 강정호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편이다. 김광현보다는 포스팅 금액은 물론 연봉도 높게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A 씨: 강정호에 대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사이에서의 의견은 극과 극이다. ‘아니다’에서부터 ‘정말 좋은 선수다’까지 의견이 극명히 엇갈린다. 하지만 강정호만큼의 파워와 방망이 실력을 갖춘 유격수를 찾기란 어려운 게 메이저리그의 현실이다. 내가 알기론 강정호의 에이전트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일일이 메일을 보내 강정호의 경기를 한국에서 직접 봐주길 부탁했고, 그 덕분에 디렉터 급의 스카우트들이 목동야구장을 찾았다고 하더라. 그만큼 강정호 알리기에 적극적이라는 의미이다. 앨런 네로가 세인트루이스 구단과 친분이 깊다. 그래서 세인트루이스 얘기가 흘러나오는 듯하다. 워싱턴 내셔널스도 주전 유격수를 찾고 있다. 강정호에게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 전문가 3인은 해외진출을 도모하는 ‘빅3’가 모두 자신의 꿈을 이룰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의견을 기상도로 정리해본다면 양현종은 ‘맑음’, 강정호는 ‘아주 맑음’ 김광현은 ‘맑음과 구름’ 정도의 날씨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