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커플의 조건만남 혼수유감
두 사람 다 명문대를 나온 소위 일등 배우자감이었다. 집안의 소개로 선을 보게 된 두 사람. 남성은 박사학위를 받아 고학력을 원하는 여성 부모의 마음에 들었고, 여성 집안의 재력은 결혼생활을 전셋집에서 시작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남성의 마음에 들었다. 서로가 원하는 조건을 갖춘 터라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결혼하자마자 부부는 남편의 남은 학위일정 때문에 유학을 가게 됐다. 결혼하면 집을 사주겠다고 했던 여성의 부모는 귀국하면 집과 모든 살림을 장만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학위를 받고도 경력을 쌓기 위해 몇 년 더 외국에 머물게 된 부부.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 보니 떠나기 전과 상황이 많아 달라져 있었다.
그동안 장인이 사망하고, 재산권을 갖게 된 처남은 이미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상태였다. 처남에게 “장인이 약속한 것도 있으니 유산으로 집을 사 달라”고 요구하자 처남은 “결혼한 지 꽤 지나지 않았나. 나도 곧 결혼해서 살아야 하니 못해주겠다”고 거절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 집 안 사주면 ‘사기결혼’이라는데…
남편과 동생 사이에서 난처해진 아내는 동생을 만나 사정한 끝에 집 대신 전세자금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에 만족할 수 없었던 남편은 “왜 결혼 전과 말이 다르냐. 집을 사준다고 했으면 사줘야지…”라면서 ‘사기결혼’ 운운하기 시작했다. 집을 놓고 벌이던 양쪽 집안의 감정다툼은 결국 빈번한 부부싸움을 야기했다.
아내는 친정에서 약속을 못 지켜 남편에게 미안했지만, 집을 안 사주면 결국 자신을 떠날 것 같은 남편의 냉정한 태도에 정이 떨어졌다. 사기결혼이란 말은 남편이 먼저 꺼냈지만, 결국 돈 보고 결혼한 남편이야말로 자신을 속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둘러싼 갈등을 견디다 못한 아내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결국 동생에게서 받은 전세자금은 그녀의 독립자금이 됐다.
결혼은 종종 ‘비즈니스’로 여겨지기도 한다. 자신이 못 가진 조건을 배우자를 통해 충족하고 싶기도 하고, 결혼으로 좀 더 나은 삶을 누리길 원하곤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남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결혼을 타인 지향적 관점에서 보는 것에 어느 정도는 공감이 간다.
하지만 어떤 결혼이든 한 가지 분명한 전제가 있어야 한다. 상대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집을 사주는 것이 결혼 성사의 중요한 조건이었다 해도 집을 안 사준다고 그 결혼생활을 깨려는 마음가짐이라면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헤어지는 게 낫다.
혼수 문제로 갈등을 겪는 커플들이 많다. 점점 먹고 살기 어려워지는 현실 속에서 별 수 없는 선택이란 항변도 있겠지만 삶의 가장 중요한 장면인 결혼의 조건을 사랑이나 애정이 아닌 물질에서 찾으려는 세태가 안타깝기 짝이 없다.
결혼해서 둘이 살면 혼자 살 때보다 형편이 나아진다는 말들을 한다. 가정을 꾸렸다는 책임감이 좀 더 나아진 삶을 만들어주는 바탕이 된다. 약속보다 혼수를 덜 해왔다고 해도 이미 결혼하는 순간부터 두 사람은 그 전보다 여러모로 더 나은 삶을 살게 된 것이다. 내 곁에 있는 배우자야말로 ‘가장 값나가는 혼숫감’인 셈이다.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