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유비스병원 이성호 병원장
평소에도 손빨래나 설거지, 청소를 많이 하는 주부들은 김장까지 하다보면 어느새 손목이 쑤시고 아프고 저리게 된다. 주부들의 손목 저림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증상이 계속되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손목에는 팔과 손을 연결해주는 힘줄과 손가락의 감각을 주관하는 정중신경이 지나가는데 이것들이 지나가는 통로를 터널이라고 부르고 터널은 인대로 둘러싸여 있다. 배추와 무 씻고 자르고 채썰기, 양념 버무리기 같은 반복적인 손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손목 근육이 뭉치거나 인대가 두꺼워지면 터널안의 정중신경을 눌러 손저림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손목 통증을 예방하려면 손목 아대 등을 이용해 손목 부담을 줄여주고 중간중간 손목 돌리기나 털기, 깍지 끼고 앞으로 뻗기 등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장을 하다가 손이 심하게 저리거나 통증이 생기면 일을 잠시 중단하고 따뜻한 물에 손을 담가 5∼10분 정도 쥐었다 펴주기를 반복하는 것이 좋다.
김장 후에도 통증이 지속 된다면 손목터널 증후군 외에도 손목 염좌나 연골 손상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연골 손상은 컴퓨터 사용, 주부들의 가사 일 등 반복적인 동작으로 한 부위에만 지속적으로 힘이 집중될 때 많이 나타난다. 연골 손상이 심하면 손목을 회전시킬 때 소리가 나고 찌르는 듯 한 통증이 나타난다. 손상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물리치료, 석고고정 등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파열이 심할 경우에는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손목은 평소 운동량이 많아 부상 시 다른 부위에 비해 치료 기간이 길고, 일시적인 호전 뒤 다시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지속되는 만성 손목 통증으로 이어지면서, 치료는 그 만큼 어려워진다. 때문에 작은 통증도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무거운 김치통 나를 땐 허리 조심해야
평소에도 ‘아이고~ 허리야’라는 말을 습관처럼 달고 사는 주부에게 김장은 허리건강을 위협하는 복병이다. 하루 종일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배추와 무를 씻고 버무리고 배추소를 넣다 보면 허리한번 쭉 피기가 힘들다. 이렇게 김장을 마무리하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게 된다. 오래 앉아있는 동안 허리는 서있을 때 보다 몸무게의 2~3배의 달하는 하중을 받기 때문이다. 무거운 배추, 김치통을 무리해서 들다 허리를 다치는 경우도 흔하다. 또한, 김장 재료를 준비할 때 외부에서 하는 경우가 많고 실내에서 하더라도 베란다 등에서 많이 하게 되는데, 외부의 차가운 공기로 인해 허리가 굳어있는 상태에서 무리를 하게 되면 급성디스크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중장년층은 허리 지방층이 두꺼워지고 근육, 인대가 약해진 경우가 많아 허리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허리에 무리가 생겨 온몸이 뻐근하고 통증이 심하다면 일단 며칠 동안은 안정을 취해야 한다. 이때 가정에서 20~30분 정도 찜질을 하면 통증을 좀 더 빨리 완화할 수 있다. 통증 부위가 붓고 열이 날 때는 냉찜질이 효과적이고 허리가 뻐근하고 묵직하다면 온찜질이 좋다. 온찜질은 최대 50℃를 넘기지 않도록 하고, 냉찜질은 6~7℃가 적당하다.
김장 후 통증이 1주 이상 지속되거나, 평소 앓던 요통이 심해진다면 병원을 찾아 X-ray, MRI 등의 방사선 검사와 골밀도 검진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김장으로 무리한 경우 인대가 늘어나거나 디스크를 둘러싸고 있는 섬유테가 찢어지면서 허리디스크로 연결 될 수 있고 골다공증이 심한 경우는 척추골절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김장은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되는 작업이다. 김장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말을 이용해 남편과 자녀 등 온 가족이 함께 김장을 해야 한다.
현대유비스병원 이성호 병원장은 “많은 양의 배추와 무를 자르고, 무거운 배추를 나르고 김장통을 옮기는 등 김장을 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남자에게도 벅찬 일”이라며 “주부 혼자 하는 것은 건강에 무리가 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