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매너보다 솔직함이 더 낫다
직장여성인 30대 초반의 K 씨는 지난 주말에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꼭 뭔가에 홀린 것 같다. 그녀는 지인을 통해 한 남성을 소개받았다. 그녀의 이상형을 아는 지인은 ‘맞춤형’ 남성을 선별해 소개했다. 첫인상도 좋고 말도 잘 통해 그녀는 내심 기대가 컸다.
그 남성은 차를 마시더니 그녀에게 선뜻 식사를 하러 가자고 했다. ‘식사까지 하자는 걸 보면 내가 싫지는 않나 보다’라고 생각한 그녀. 식사 후 드라이브까지 즐긴 두 사람은 그녀의 집 앞에서 헤어졌다. 그녀는 거의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매불망 기다려온 이상형을 드디어 만났다’는 생각에 흥분까지 되는 것이었다.
K 씨는 그가 애프터 신청을 하지 않는 걸 보며 ‘나중에 전화로 하려나 보다’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잘 들어갔느냐’는 그의 전화를 기다린 K 씨. 하지만 연락이 없어 그녀가 먼저 안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도 그에게선 답장이 없었다. 이튿날이 되자 그녀는 그의 마음이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도 마음에 안 드는 여자와 저녁 먹고, 드라이브까지 한 그에게 은근히 화가 났다. 그를 만난다면 이 한마디를 던져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마음에도 없으면서 여자 마음을 흔들어 놓느냐”고.
♥ 차라리 차 한 잔 짧게 마시고 정중하게 마무리하라
지나친 매너는 상대가 오해하게 만들고 심지어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첫 만남에서 상대가 마음에 안 들면 가볍게 끝을 내는 게 옳다. 다음 코스로 이어지면 십중팔구 호감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마련이다.
물론 그도 K 씨를 만나는 순간엔 그녀에게 호감을 품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먼저 문자메시지를 보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녀의 문자에 답은 했어야 했다. 그게 진짜 매너다. 상대를 들뜨게 만들고 나서 헤어지면 딴판이 되는 건 폭력에 가깝다.
첫 만남에서 상대에게 잘해주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다. 우선 상대가 마음에 들었을 때다. 또는 딱히 다른 할 일도 없고, 이왕 만났으니 즐겨보자는 생각에서 잘 해주는 경우도 있다. 혹은 주선자의 입장을 고려해서 상대가 마음에 안 들지만 잘해줄 수도 있다.
물론 못마땅하다는 식의 표정을 확연히 드러내는 몰상식보다는 낫다. 하지만 K 씨의 경우처럼 상대의 마음을 백팔십도 잘못 헤아려서 나중에 사기당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면 그의 매너는 매너가 아닌 독이다.
매너는 상대에게 잘해준다는 자기만족이 아닌, 상대 입장을 배려해주는 행위다. 상대가 마음에 안 든다면 완곡하게 감정을 표현해주는 것이 낫다. 차 한 잔 짧게 마시고 나서 정중하게 마음을 전달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예의다. 그러면 상대도 거절당해서 자존심 상한다는 생각보다는 예의바른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좋은만남 이웅진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