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전속계약 해지 선언으로 ‘이름’ 사용 여부 관심…HOT·신화·NRG·티아라도 상표권 둘러싼 잡음
최근 가요계에서는 ‘현대판 홍길동전’이 재현되고 있다. K-팝 그룹의 상표권을 둘러싼 논쟁이다. 대중은 각 멤버들을 그들이 속한 그룹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통상 상표권은 이를 기획하고 론칭하고, 운영하는 데 비용을 투자한 연예기획사가 갖는다. 즉, 그룹이나 소속사를 떠나면 더 이상 그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홍길동전’은 아버지가 아들인 홍길동에게 “호부호평을 허하노라”라며 이 상황을 매듭지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있고, 형을 형이라 부를 수 있게 허락한 것이다. 하지만 K-팝 시장에서는 그리 녹록지 않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그룹 멤버들과 소속사가 불협화음을 내다가 ‘각자의 길’을 가는 경우 더 이상 각 멤버들은 해당 상표를 사용할 수 없다.

이와 별개로 뉴진스는 이 자리에서 “오늘 자정이 넘어가면 저희 다섯 명은 의지와 상관없이 당분간은 뉴진스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도 “어떤 분들께는 뉴진스라는 이름이 상표권 문제로밖에 다가오지 않을 수 있지만 저희에게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뉴진스라는 이름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저희 다섯 명이 맨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이뤄온 모든 일들에 대한 모든 의미가 담겨 있는 이름”이라고 말했다.
어도어와 선을 긋는 순간, 더 이상 ‘뉴진스’로 스스로 소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뉴진스는 12월 초 한 일본 그룹 콘서트 무대에 서며 ‘뉴진스’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스스로 “어도어와 전속계약이 해지됐다”면서도 뉴진스라는 상표 사용을 고수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모습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항간에는 “멤버 5명 없는 뉴진스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반응도 있다. 대중은 5명의 면면을 통해 뉴진스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결국 멤버들이 모두 떠난 후 어도어가 뉴진스라는 상표만 갖고 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기본적인 경제 논리에도 불구하고 K-팝 그룹을 둘러싼 상표권 논쟁이 격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상표를 일군 주체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아이폰이나 갤럭시는 매년 리뉴얼되는 기종의 디자인이나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해서 스스로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무생물이기 때문이다.
반면 K-팝 그룹은 인간이 곧 콘텐츠다. 그들은 감정을 표출할 수 있다. 그래서 소속사와 방향성이 같지 않을 수 있고 불화를 겪을 수 있다. 게다가 대다수 팬덤은 소속사가 아닌 스타를 지지한다. 뉴진스와 어도어 간 분쟁에서도 뉴진스의 팬덤은 어도어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뉴진스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다 중립적 시선으로 이 사태를 바라보면서 법적 판단을 구하길 바라는 뭇 대중들과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즉 감정의 동물인 인간이 콘텐츠의 주체라는 특수성을 배제한다면, 상표권의 주인이 누구인지 명확해지고 불필요한 싸움을 줄일 수 있다.
상표권은 특허청에 등록한 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법적으로 보장받는다. 그래서 이를 둘러싼 다툼도 끊이지 않는다. 원조 K-팝 그룹인 HOT, 신화가 긴 법정 싸움을 벌였고, NRG, 티아라 등도 상표권을 둘러싸고 잡음이 있었다.

향후에도 K-팝 그룹의 상표권을 둘러싼 다툼은 계속될 전망이다. K-팝 산업이 성장하며 상표권의 가치 역시 커졌기 때문이다. 그룹 비스트가 소속사와 결별 후 ‘하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가 다시금 의견 조율을 거쳐 비스트라는 이름을 되찾은 것은 역설적으로 상표권이 갖는 상징성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