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채 발행…직원엔 관대하고 아이들만 ‘엄격’
전북도교육청은 574억원에 달하는 교원 명예퇴직금 예산확보를 위한 지방채 발행에 대해서는 교육부의 요청을 수용했다. 반면에 3~5세 누리과정 예산 832억원에 대한 지방채 발행에 대해서는 법률 위반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현행 지방재정법에는 천재지변이나 재해 예방 복구사업에 한해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게 돼 있는데 누리과정 예산을 메우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은 위법행위라는 게 도 교육청의 입장이다.
도교육청의 법리 해석이 맞다. 현행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누리과정 예산 충당은 지방채 발행을 위한 요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은 법률 위반이다.
그러나 누리과정 예산 충당을 위한 지방채 발행이 법률 위반이라면 명예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 또한 법률 위반이다.
따라서 도교육청이 법률준수라는 ‘원칙’을 고수한다면 명퇴금 지방채발행과 누리과정 예산편성 등 2개 사업을 모두 거부해야 논리에 맞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현실적 여건’ 등을 이유로 2개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해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지난 1일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의 전북도교육청에 대한 2015년도 예산안을 심사에서 양용모 위원장은 “명퇴수당을 위해 교과부가 지방채를 발행하도록 지시한 것은 지방재정법 위반인데 이 지침은 따르면서 누리 과정 어린이집 예산은 법위반을 이유로 편성하지 않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일관성 없는 행정을 질타했다.
답변에 나선 고광휘 도교육청 행정국장은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누리예산은 시행령의 불일치가 먼저 해소돼야 하지만, 명퇴금 관련은 그 정도로 사안이 심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 근거로 “지방채 관계는 재정법 관련 개정안 통과가 거의 100% 확실하다“고 말했다.
지방채를 발행해서 명퇴금을 지급하는 것은 법률에 위배되는지 알면서도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는 도교육청은 현실 앞에서 원칙을 접은 셈이다.
반면에 전북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지방채 발행은 정부가 지방재정법 개정해서 위법사항을 해소하기 전까지는 발행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학부모와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연일 도교육청 광장에서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현실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률 준수라는 원칙 앞에서는 거꾸로 현실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마디로 말해 도교육청은 명퇴 지급용 지방채 발행 문제를 놓고는 한 식구인 직원이라는 현실 앞에서 원칙을 접었지만, 누리예산 편성 즉 어린이들 앞에서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한 쪽은 직원에 관한 것이고, 다른 쪽은 어린이들에 관한 것이다. 명분상 어린이들이 더 앞선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들은 안중에 없는 듯한 진보교육감을 모신(?) 도교육청의 모양새가 학부모들에게 얼마나 어필할지 의문이다.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요구하는 자세는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