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우리는 ‘드라큘라’라는 존재부터 먼저 공부해야 한다. 각종 사전에 나온 그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드라큘라라는 흡혈귀 이야기는 아일랜드 작가 브램 스토커가 쓴 1897년 작 소설에서 시작됐다. 참고로 또 다른 영화에서 소개된 ‘반헬싱’ 역시 이 소설의 등장인물이다.
과연 소설 속 드라큘라의 실제 모델은 누구일까. 일반적으로는 15세기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지방 출신의 왈라키아 공 블라드 체페슈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블라드의 별명이 드라큘라라는 점, 그리고 출신지가 루마니아라는 점 정도만 일치할 뿐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실존인물 블라드는 왈라키아인이며 공작이지만, 소설 속 드라큘라는 트란실바니아의 제켈리 민족의 백작이다. 게다가 소설에선 드라큘라 백작이 자신을 블라드라고 자칭하지도 않는다. 결국 드라큘라의 실존 모델을 블라드 체페슈로 보는 데에는 이견이 많다. (위키백과 사전 참조)
그렇지만 영화 <드라큘라:전설의 시작>은 블라드 체페슈를 모델로 하고 있다. 블라드는 어떤 인물일까. 루마니아 역사에서 블라드는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군대를 물리친 용장으로 유명하다. 그가 드라큘라라고 불린 까닭은 ‘용(Dracul)’이라는 작위를 받은 그의 아버지 때문. 루마니아어에서 ‘누구의 아들’을 표현할 때 ‘(e)a’를 붙이기 때문에 용(Dracul)의 아들은 드라큘라(Dracul‘a’)가 된 것이다. 실제 그는 전쟁에서 용 그림의 문장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체페슈’는 루마니아어로 ‘꼬챙이’를 뜻한다. 전쟁 포로를 긴 꼬챙이로 처형한 데서 비롯된 표현이다. (두산백과 사전 참조)
기본적으로 영화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은 원작인 브램 스토커의 소설 <흡혈귀 드라큘라>가 아닌 그 이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다시 말해 소설 <흡혈귀 드라큘라>의 프리퀄에 해당되는 영화에 가깝다. 이미 흡혈귀가 된 드라큘라의 이야기를 그린 원작 소설과 달리 이 영화는 그 이전의 이야기, 그러니까 흡혈귀가 되기 전 블라드 체페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원제는 <Dracula Untold>로 ‘Untold’의 뜻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아무에게도 들려주지 않은’ 등이다. 결국 원제를 직역하면 ‘아무에게도 들려주지 않은 드라큘라의 이야기’ 정도가 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드라큘라의 이야기가 아닌 아무도 들려주지 않은 그 이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기 때문이다. 러닝타임은 92분이다.
소설 <흡혈귀 드라큘라>의 실제 모델이 정말 블라드 체페슈인지에 대해선 앞서 언급했듯이 논란이 있지만 적어도 영화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의 실제 모델은 블라드 체페슈(루크 에반스 분)다. 다만 실존인물 블라드가 왈라키아인인 데 반해 영화는 소설의 설정에 따라 트란실바니아 출신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는 트란실바니아의 군주인 블라드가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얘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도 그는 실제로 오스만투르크의 대군을 물리쳤으며 용이 그려진 갑옷을 입고 싸운다. 또한 체페슈라는 이름에 걸맞게 오스만투르크의 병사들을 긴 꼬챙이로 처형한다.
단순히 그가 대군을 물리친 용장이면 흡혈귀 영화가 아니었을 것이다. 작은 마을의 영주인 그가 오스만투르크의 대군을 물리친 까닭은 바로 그가 흡혈귀의 힘을 빌려 전쟁을 치르기 때문이며 이 과정에서 그 역시 흡혈귀가 된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인간 블라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복종의 대가로 자신의 아들을 비롯한 1000명의 사내아이를 오스만투르크에 볼모로 보내 그들의 용병이 되도록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들을 지키기 위해 결국 전쟁을 선택하는 블라드의 고뇌, 전쟁에서의 절대적인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우연히 만났던 산속 동굴에 사는 흡혈귀를 찾아가는 블라드의 선택, 막강한 힘을 얻었지만 피에 대한 갈망이라는 엄청난 유혹과 싸워야 하는 블라드의 고통, 결국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뒤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버리는 블라드의 결정 등이 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 라인이다.
결국 이 영화는 흡혈귀 드라큘라가 아닌 가족을 사랑하고 자신의 백성들을 지키려는 인간 블라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영화가 개봉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전투 장면이 나오는 블록버스터 영화로 알려졌지만 사실 그만큼 방대한 스케일의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블라드의 개인적인 고뇌와 그가 흡혈귀가 되는 과정에 더 포커스가 맞춰진 영화다.
더욱 눈길을 끄는 부분은 마지막 장면이다. 배경이 과거 루마니아에서 현대 사회의 도시로 바뀌면서 불사의 몸이라 현대까지 살아 있는 블라드가 등장하는 것. 후속편에 대한 예고편 형식인 마지막 장면으로 볼 때 후속편은 소설 <흡혈귀 드라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알고 있는 드라큘라의 이야기가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를 흡혈귀로 만든 산속 동굴에 살던 흡혈귀 역시 멋진 중년 신사로 변신해 드라큘라와 함께 현대 사회의 도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나온다. 아마 후속편에서 소설의 주요 캐릭터인 반헬싱도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영화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은 그 자체로도 멋진 중세 시대를 그린 멋진 영화지만 후속편에 대한 예고편 역할에도 충실하다.
@ 줄거리
영화는 트란실바니아의 아픈 과거에서 시작된다. 1442년 (오수만)투르크의 술탄은 트란실바니아를 침공해 1000명의 아이를 노예로 끌고 한다. 그들은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술탄의 살인병기가 돼 전쟁에 나선다. 특히 트란실바니아 대공의 아들인 블라드는 투르크의 적들을 물리치며 ‘공포의 블라드’ 내지는 ‘용의 아들’이라 불리는 전설의 용사가 된다. ‘용의 아들’이라는 별명이 바로 루마니아어로 드라큘라다.
다시 트란실바니아로 돌아온 블라드는 대공의 자리에 올라 평화로운 통치에 전념한다. 그렇지만 투르크 군이 다시 트란실바니아에 침공할 것임을 알게 된다. 트란실바니아에서 투르크 척후병들의 시체가 발견된 것. 투르크의 용병이었던 블라드는 척후병을 먼저 보내는 투르크의 전법을 잘 알고 있다.
투르크 군을 찾아간 블라드에게 술탄은 트란실바니아가 척후병을 살해한 것을 문제 삼고 나온다. 하지만 척후병을 죽인 것은 산속 동굴에 사는 정체불명의 누군가다. 블라드 역시 그 동굴을 찾았지만 정체불명의 누군가에게 아끼는 측근들이 살해당하는 아찔한 상황에서 겨우 도망치게 된다.
투르크는 다시 1000명의 사내아이를 요구한다. 여기에는 블라드의 아들도 포함돼 있다. 아들을 비롯한 1000명의 사내아이를 노예로 내줘 살인병기가 되도록 만든 뒤 투르크와 화친할 것인지, 아니면 맞설 것인지를 두고 블라드는 고뇌에 빠진다.
전쟁은 대패가 불가피하다. 투르크가 워낙 대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들에게 투르크의 살인병기가 돼야만 했던 자신과 과거를 똑같이 되풀이하게 만들기 싫었던 블라드는 결국 전쟁을 선택한다.
투르크와의 전쟁을 위해서는 절대적인 힘이 필요한 상황에서 블라드는 산속 동굴을 찾는다. 거기서 만난 정체불명의 누군가는 바로 흡혈귀다. 어둠 속에선 막강한 힘을 갖고 있지만 햇볕에 약해 수백 년 동안 동굴 속에서 살아온 흡혈귀다. 그는 블라드에게 자신의 피를 마시라고 제안한다. 그 피를 마시면 블라드는 막강한 어둠의 힘을 갖게 된다. 그렇지만 인간의 피를 끝없이 탐하게 된다. 단 사흘만 그 유혹을 버티면 블라드는 다시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다. 만약 사흘 이내에 블라드가 인간의 피를 마신다면 산 속 흡혈귀처럼 엄청난 어둠의 힘을 갖은 불사의 몸이 되지만 다시는 태양 아래서 살 수 없다. 대신 산 속 흡혈귀는 블라드로 인해 다시 동굴 밖으로 나와 태양 아래서 살 수 있다. 잔혹한 사흘 동안의 게임이 이렇게 시작된다.
이제 블라드는 사흘 이내데 투르크와의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 또한 인간의 피를 끝없이 탐하게 되는 유혹도 이겨내야만 한다. 과연 블라드는 전쟁에서 이겨 아내와 아들, 그리고 자신의 백성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또한 인간의 피를 마시면 안된다는 금기를 지켜낼 수 있을까.
@ 배틀M이 추천 ‘초이스 기준’ : 흡혈귀 영화보단 중세 시대 전쟁 영화를 좋아한다면 클릭
드라큘라의 이야기이며 흡혈귀가 중요 소재인 영화지만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은 오히려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전쟁 영화에 가깝다. 드라큘라라면 잔혹한 흡혈귀가 떠오르지만 이 영화에서 드라큘라는 아내와 아들을 지키려는 가장으로, 또 평화롭게 백성들을 통치하는 대공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의 인간적인 번뇌가 중세 시대의 전쟁이라는 소재와 맞물려 그려지고 있다.
@ 배틀M 추천 ‘다운로드 가격’ : 1500원
영화 자체만 놓고 평가하면 1000원 정도의 추천 가격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후속편을 기대케 하는 마지막 장면으로 인해 500원이 상승해 1500원의 추천 가격을 책정했다.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은 그 자체로 완성도 있는 영화지만 마지막 장면을 접한 뒤에는 훨씬 흥미진진한 후속편이 기대된다. 제목처럼 ‘전설의 시작’일 뿐 진정한 전설이 후속편에서 그려질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