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 엄마 “내 딸 성폭행하세요”
그 어떤 모녀보다 애틋하고 돈독해 보였던 두 모녀 사이에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어머니 김 씨가 조 아무개 씨(48)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조 씨와 만남이 잦아지던 김 씨는 곧 조 씨와 연인으로 발전했고, A 양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다.
그러나 내연관계에 있던 어머니 김 씨와 조 씨의 만남은 순탄하지 않았다. 내연남 조 씨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던 어머니 김 씨는 점점 조 씨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간교했던 조 씨는 김 씨의 집착을 잘 이용했다. 조 씨가 김 씨에게 ‘헤어지겠다’고 엄포를 놓을 때면 늘 김 씨는 조 씨가 원하는 것을 들어줬다.
김 씨의 집착은 딸인 A 양에게도 예외 없었다. 김 씨는 A 양에게 “너는 내가 키웠다”는 말로 자신에게 복종할 것을 수도 없이 강조하며 몰아세웠다. 내연남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을 때면 어머니 김 씨는 A 양이 자신의 소유물인 양 더욱더 다그치며 괴롭혔다.
조금씩 틈이 벌어지기 시작한 모녀사이는 어머니 김 씨가 마약을 하면서부터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어머니 김 씨가 마약을 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A 양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A 양은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를 포기할 수 없었다. A 양은 김 씨가 마약을 중단하도록 애원하고 설득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김 씨는 이미 A 양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내연남과 아슬아슬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김 씨는 어느 날 친딸인 A 양에게 충격적인 제안을 했다. 내연남인 조 씨가 자신과의 성관계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 김 씨는 A 양에게 “네가 날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조 씨와 잠자리를 가질 것을 요구했다.
A 양은 어머니 김 씨의 황당한 제안에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조 씨가 자신을 떠날 수도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어머니 김 씨는 막무가내였다. A 양은 조 씨와 성관계를 가질 수 없다며 어머니의 요구를 완강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어머니 김 씨는 되레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김 씨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A 양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했다. 김 씨는 A 양 앞에서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등의 신세한탄을 하며 화를 내기도 하고, 잠자리에 든 A 양이 잠을 잘 수 없도록 하며 갖은 협박을 하기도 했다. 어머니 김 씨는 이 엽기적인 제안을 두고 A 양에게 회유와 협박을 반복했다.
지난해 5월, 김 씨는 A 양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이 생겼다며 경북 구미시의 한 모텔로 와달라고 부탁했다. 부쩍 심적으로 불안한 증세를 보이던 어머니가 걱정된 A 양은 김 씨가 알려준 모텔로 찾아갔다. 하지만 어머니를 찾아 모텔로 온 A 양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김 씨만이 아니었다. 김 씨는 내연남인 조 씨와 함께 있었다.
A 양은 그날 어머니의 내연남인 조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자신의 보호자인 김 씨가 옆에 있었지만 A 양은 아무런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 오히려 김 씨는 자신의 내연남인 조 씨가 친딸을 성폭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감시하기 까지 했다. 김 씨와 조 씨의 반인륜적인 범행은 한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A 양은 조 씨에게 한 달 사이 3차례나 같은 수법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어머니 김 씨는 친딸인 A 양에게 인면수심의 범행을 저지르고도 내연남과의 만남과 마약을 끊지 못했다. A 양은 어머니 김 씨가 마지막 이성의 끈을 놓은 이유가 마약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고민 끝에 어머니를 고소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와 조 씨의 엽기적인 성폭행 범행 전말도 드러났다. 결국 김 씨와 조 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1일 대구고법 제1형사부는 김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김 씨의 내연남인 조 씨에게도 징역 8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또 재판부는 조 씨에게도 8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와 함께 10년간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했다. 김 씨와 조 씨는 1심에서 각각 징역 7년과 10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양육해야 할 피고인이 오히려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피해자의 정서를 이용해 반인륜적인 범행을 저지른 점은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도 “피해자가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감형했다”고 밝혔다.
내연남의 환심을 사기 위해 딸을 ‘조공’한 패륜 어머니와 모친이 마약을 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고소를 한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하는 딸 사이를 과연 어떤 ‘모녀의 정’으로 설명해야 할지, 사법부의 판결 후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