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의혹 점화 시점인 2018년부터 매출 2배, 계열사 수도 2배로…도이치모터스 “멀티 브랜드 전략 덕”
그런데 오너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진 뒤 오히려 공격 경영에 나서는 기업들이 있다. 수입차 딜러사 도이치모터스 그룹도 이들 가운데 한 곳이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주가조작 '선수' 등과 함께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2021년 10월 기소됐다. 권 전 회장은 지난 9월 2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벌금 5억 원을 선고 받았다. 권 전 회장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법원의 최종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2009~2012년 발생했다. 10년 전 사건이 뒤늦게 수면 위로 떠오른 건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 때문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이때 재산신고에서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자회사 도이치파이낸셜 비상장 주식을 가진 사실이 알려졌다.
중앙일보는 김 여사가 2017년 기관투자가보다 20% 싼 가격에 도이치파이낸셜 주식매수계약을 체결해 특혜 소지가 있다고 2018년 4월 보도했다. 해당 의혹은 2019년 7월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거론됐다. 권 전 회장은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청문회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거래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끝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2020년 2월 김건희 여사가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작전에서 전주(錢主)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전시회에 도이치모터스가 여러 차례 후원한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보도 직후 도이치모터스 측은 입장문을 내고 "일방적 주장"이라며 "대주주(권 전 회장) 또한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가 일절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서 주가조작 사건 실체가 점차 드러났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한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2021년 10월 구속했다. 한 달 뒤인 2021년 11월 권 전 회장도 구속했다.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해선 추가 수사를 이유로 결론 내리지 않았다. 3년이 지난 10월 17일에서야 검찰은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다. 김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사용된 건 맞지만, 김 여사는 주가조작 사실을 몰랐다는 이유에서였다.
#“윤석열 정부 들어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
이처럼 도이치모터스는 권 전 회장과 김 여사의 수상한 거래로 2018년부터 외풍에 휩싸였다. 의혹은 점점 커졌고 2021년 11월 권 전 회장 구속으로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했다. 논란은 여전하다. 검찰이 지난 10월 17일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김 여사를 2020년 4월 검찰에 고발했던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황희석 변호사는 김 여사 무혐의 처분에 반발해 지난 10월 31일 검찰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이에 서울고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것이 적절했는지 재검토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 수입자동차 업계에선 “윤석열 정부 들어 도이치모터스 그룹이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도 주가조작 사건으로 극심한 경영 위기를 겪을 거란 예상과 달리 도이치모터스 그룹은 승승장구하는 모양새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도이치모터스 그룹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파이낸셜 주식매수계약 체결 특혜 의혹이 처음 제기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매출과 계열사 수 모두 두 배나 증가했다. 권 전 회장과 김 여사 연루 주가 조작 의혹 등으로 경영상 크게 위축됐을 법한 5~6년 사이 되레 초고속 성장 가도를 질주한 셈이다.
우선 도이치모터스는 ‘정치적 태풍’ 속에서도 매출 규모가 꾸준히 늘었다. 도이치모터스 자회사 실적을 포함한 연결 기준 매출은 2018년 1조 583억 원에서 2023년 2조 1959억 원으로 증가했다. 5년간 매출이 두 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도이치모터스 매출 성장은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서 비롯했다. 지난 6년간 도이치모터스가 판매하는 수입차 브랜드는 2곳에서 8곳으로 늘었다. 도이치모터스는 2000년 8월 설립 이후 줄곧 BMW와 미니(MINI), 두 브랜드만 판매했다. 그러다 2018년부터 브랜드 다각화에 나섰다. 도이치모터스는 2018년 포르쉐, 2019년 재규어·랜드로버, 2022년 아우디, 2023년 람브로기니, 2024년 애스턴마틴 사업권을 따냈다. 이로써 도이치모터스 계열사는 2018년 7개에서 2023년 14개로 곱절이 됐다.
#“주가조작 사건으로 BMW 등 이미지 큰 손상”
도이치모터스는 자회사 도이치아우토를 2018년 4월 설립해 포르쉐 광주 사업권을 보유한 쓰리피모터스를 인수했다. 또 도이치아우토는 2018년 5월 포르쉐 수원과 창원 신규 딜러사로 선정됐다. 2021년 포르쉐 제주 서비스센터도 열었다. 도이치아우토는 도이치모터스 자회사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곳이다. 2023년 매출 3434억 원을 기록했다.
도이치모터스 자회사 브리티시오토는 2019년 12월 재규어·랜드로버 평촌 신규 딜러사로 선정됐다. 브리티시오토는 2021년 10월 경기도 하남, 2023년 5월 서울 동대문에 전시장을 열었다. 브리티시오토 2023년 매출은 918억 원이다.
도이치모터스는 2021년 11월 대표이사가 권 전 회장에서 권 전 회장 아들 권혁민 대표로 바뀌었다. 권 전 회장이 2021년 11월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탓이었다. 오너 리스크가 본격화했지만 도이치모터스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은 계속됐다. 도이치모터스 자회사 바이에른오토는 2022년 12월 아우디 서울 마곡, 경기도 의정부 신규 딜러사로 선정됐다.
도이치모터스는 뒤이어 슈퍼카 브랜드로 사업을 확장했다. 도이치모터스 자회사 이탈리아오토모빌리는 2023년 람보르기니 판교, 부산 신규 딜러사로 선정됐다. 도이치모터스 자회사 브리타니아오토는 지난 5월 애스턴마틴 수입사로 선정됐다. 람보르기니 부산 딜러사 선정 과정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부산일보는 지역 수입차 딜러를 인용해 "평가 과정에 대한 설명 없이 선정 사실만 신청 업체에 통보해 사전내락설까지 나돌았다”고 지난 3월 보도했다.
도이치모터스는 중고차 매매 사업 확장과 해외 사업 추진을 위해 2023년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도이치모터스는 2023년 8월 335억 원에 사직오토랜드를 인수했다. 사직오토랜드는 부산에 있는 중고차 복합단지다. 해외 사업에도 나섰다. 도이치모터스는 자회사 도이치파이낸셜을 통해 2023년 3월 캄보디아 여신전문회사 BAMC를 439만 달러(약 57억 원)에 인수했다.
대기업과 협업에도 나섰다. SK그룹 계열사 티맵모빌리티는 온라인 중고차 매매 플랫폼을 운영하는 도이치모터스 자회사 차란차 지분 9.09%를 2023년 취득했다. SK그룹 중간지주사 SK스퀘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차란차 주식 취득 금액은 40억 원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 6월 티맵 앱에서 차란차와 제휴한 '내차사기' 서비스를 선보였다.
차란차는 온라인 중고차 매매에 블록체인을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차란차는 블록체인 업체 '앱토스 랩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지난 5월 밝혔다.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대표는 지난 7월 열린 블록체인 행사에서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도이치모터스 그룹의 초고속 성장에 대해 자동차업계 전문가는 “도이치모터스 그룹은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 공격적 확장에 나섰다”며 “권력과 자본력이 있으니 수입사들(BMW코리아, 포르쉐코리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등)도 오너 리스크를 알면서 (도이치모터스 그룹에) 딜러십을 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BMW코리아나 포르쉐코리아 수입사들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때문에 BMW 등 브랜드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 수입사들도 난감해한다. 그럼에도 도이치모터스 그룹에서 판매하는 물량이 있고 특별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딜러십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관측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그룹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도이치오토모빌그룹 성장 요인은 크게 멀티 브랜드 전략과 신사업 발굴을 꼽을 수 있다. 권혁민 대표 취임 이후 아우디, 람보르기니, 애스턴마틴 등 다양한 브랜드 딜러십 확보를 통해 국내 대표 수입차 딜러사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