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먹칠할까’ 청와대도 촉각
▲ 그동안 크고 작은 분쟁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소망교회의 파벌 싸움이 새해에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그러나 보도 이후에도 내분은 잦아들기는커녕 갈수록 악화돼 최근에는 청와대에서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양대 파벌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 왔던 주임목사가 정년퇴임했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소식도 들린다. 대통령을 배출한 축복받은 교회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이렇게 장기간 ‘내전’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소망교회 내분은 2003년 김지철 목사가 담임목사로 부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소망교회 원로목사인 곽선희 목사는 아들인 곽요셉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주려 했지만 실패했다. 대신 독일의 한 신학대에서 신학박사를 취득한 김지철 목사가 새로운 담임목사로 부임하면서 갈등의 골이 패이기 시작했다. 담임목사 선임 및 교회 운영권 등을 놓고 김 목사 지지파와 반대파가 나뉘었고, 양측의 갈등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소망교회 분쟁은 김 목사 부임 후 6년여 동안 갈등의 골이 워낙 깊어진 탓에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내기가 쉽지 않다.
반대파 장로들은 김 목사가 자신이 근무하던 장로교 신학대학 출신 부목사 10여 명을 영입하면서 교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교회를 운영한 것이 기존 장로 등 신도들로부터 반발을 사는 빌미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곽선희 목사 체제에서 존재하던 기존의 부목사를 중심으로 노회 운영을 했더라면 내부 반발은 애초부터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반대파는 이 외에도 ‘군 선교활동 지원’ 중단, 목회 자금 운영 문제, 노회 선거 문제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른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어찌됐든 소망교회는 이런 문제들로 김 목사 지지파와 반대파 장로들이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고 이것이 장기화되면서 이른바 ‘곽선희 계파’와 ‘김지철 계파’로 양분된 상태다.
양 계파의 갈등은 때로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실제로 김 목사 지지파 윤 아무개 장로는 2008년 12월 곽선희 목사 계파로 불리는 허 아무개 집사를 심각한 언쟁 끝에 폭행한 일도 있었다. 허 집사는 당시 전치 8주 진단을 받았을 정도로 심한 후유증에 시달렸고 윤 장로는 몇 달 전 법정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뿐만 아니라 양 계파 간의 고소·고발 건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2009년 말 현재까지 검찰 측에 제출된 것만 해도 10여 건에 달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양측이 벌여온 갈등상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는 게 내부의 전언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망교회 내부에서는 “새해엔 더 큰 혼란이 올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망교회의 한 권사는 그 이유로 김 아무개 주임목사의 부존재를 들었다.
곽선희 목사 시절부터 23년간 소망교회에서 사역을 맡았던 김 주임목사는 사실 곽 목사 계파 측의 대표적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러나 김 주임목사는 교회 안에서 내분이 일 때마다 양측을 화합시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해왔다고 소망교회 내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런 김 주임목사가 지난 연말 정년을 채우고 구랍 31일 교회를 떠났다.
소망교회 분쟁 사태가 김 주임 목사 퇴임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란 소식에 청와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망교회의 분쟁은 이 대통령의 이미지에 상처를 입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지철 목사의 경우 주기적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이 대통령과 티타임을 가지며 소망교회 분쟁 문제에 대해 상의해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김 목사 지지파 측 장로들은 지난해 5월경 기자와 만나 “3월경에 김 목사를 비롯한 장로와 집사 등 몇몇이 청와대를 방문해 이 대통령과 면담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소망교회 문제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김 주임목사 퇴임 후 자칫 양 계파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진보 언론 등이 이러한 갈등을 이슈화시킬 경우 집권 3기에 돌입한 이 대통령 이미지에 또다시 먹칠을 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정실 관계자들은 최근 소망교회 분쟁 문제와 관련된 정보 수집에 적극 나서는 한편 김 주임목사 퇴임 이후 본격화될지 모를 양측의 전면전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경인년 새해에 소망교회 분쟁은 어떤 식으로 전개될까. 비록 전망은 비관적이지만 양쪽이 극적으로 화해를 해 “다니기 부끄럽지 않은 교회, 맘 편한 교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일반 신도들의 바람이 이뤄지기를 기원해본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