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승리해야 조 2위로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이 가능한 리버풀에겐 더 이상의 실점 없이 두 골이 필요했지만 선수는 한 명 모자란 수적 열세 상태였다.
후반 36분 ‘캡틴’ 스티븐 제라드의 오른발 프리킥이 바젤의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리버풀 팬들은 하나 같이 기적을 떠올렸다. 기적의 사나이 제라드가 있기에 리버풀은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중계 화면 캡쳐
리버풀 팬들에게 제라드가 각인된 것은 바로 10년 전인 2004-05시즌이다. 당시에도 리버풀은 조별리그 5차전까지 16강행을 확정짓지 못했다. 2승1무2패(승점 7점)로 조 3위였던 것. 마지막 상대는 3승1무1패(승점 10점)의 올림피아코스. 당시에는 그냥 승리하는 것으로도 모자랐다. 반드시 2점 차 이상으로 승리해야만 했다.
그런데 리버풀은 전반 27분 올림피아코스의 히바우두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이제 더 이상의 실점 없이 세 골이 필요한 상황. 후반 교체 투입된 시나마 퐁골과 닐 멜러가 연속골을 터뜨리면서 2대 1로 역전에 성공한 것. 그렇지만 리버풀에겐 한 골이 더 필요했으며 그들에겐 제라드가 있었다. 제라드는 후반 40분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슛으로 팀이 절실하게 원한 세 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그렇게 힘겹게 16강에 진출한 리버풀은 16강에서 레버쿠젠, 8강에서 유벤투스, 그리고 4강에서 첼시를 연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그리곤 AC 밀란까지 이기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또 다시 터진 제라드의 동점골, 이제 단 한 골만 더 넣으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결국 바젤은 더 이상은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리버풀의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는 막을 내리고 말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