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 앤 더머’ 살인계획 코미디로 끝났다
영국을 대표하는 가수인 조스 스톤은 돈을 노린 ‘2인조’ 일당에 의해 봉변을 당할 뻔했다.
계획을 세운 사람은 리버풀이었다. 그는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범죄를 노렸고, 유명 스타의 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려 했다. 컴퓨터가 없었던 그는 지역 도서관에 가서 검색을 시작했다. 영국의 5인조 팝 그룹인 ‘걸스 어라우드’부터 비욘세와 에미넴까지 다양한 스타들을 점찍었다. 이때 조스 스톤을 알게 되었다. 1987년생인 조스 스톤은 13세 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2003년 16세 때 내놓은 첫 앨범부터 수백만 장이 팔리는 성공을 거두며 단숨에 영국을 대표하는 여성 싱어가 되었다. ‘백인 아레사 프랭클린’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소울 뮤지션으로 명성을 얻었고, 스무 살 즈음엔 1000만 파운드(약 173억 원)의 재산을 가진 부자가 되었다.
2010년 11월, 케빈 리버풀은 조스 스톤을 타깃으로 정했다. 나이 어린 여자라는 점에서, 쉽게 범행에 성공할 것 같았다. TV에서 스타의 집을 공개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스톤의 대저택을 미리 엿보았다. 그러던 중, 2011년 4월에 있었던 윌리엄 왕자와 캐서린의 결혼식에 조스 스톤이 초대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리버풀은 여왕이 악마이며 영국 왕실이 세상을 망치고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었다. 그는 스톤이 왕실과 가깝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했다. 그는 결심했다. 스톤을 죽이기로. 그리고 반드시 100만 파운드를 훔치기로.
2011년 5월 13일 새벽 2시. 케빈 리버풀은 주니어 브래드쇼를 데리고 길을 나섰다. 브래드쇼는 리버풀과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했다. 맨체스터에서 조스 스톤이 사는 이스트 데번까지는 430킬로미터의 긴 거리. 내비게이션이 없었던 리버풀은 도서관 인터넷에서 출력한 지도를 의지해 운전대를 잡았다. 안타깝게도, 아니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너무나 어설픈 2인조였다. 절반을 조금 더 지난 글로스터셔 지역에서 그들은 차에 기름이 떨어진 걸 알게 되었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후 돈을 내지 않고 급출발해 도망쳤다. 하지만 너무 속력을 낸 나머지 가드레일을 들이받았고 범퍼는 물론 차 앞부분이 적잖게 파손되었다. 경찰은 그들이 주유소에서 도망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고, 빨리 차를 수리하라며 훈방했다.
케빈 리버풀(왼쪽)과 주니어 브래드쇼.
다 부서진 차를 타고 아침부터 동네를 서성이는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수상했다. 컬럼턴 주민들은 곧 그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차에서 발견한 건 진정 놀라웠다. 사무라이들이나 쓸 법한 일본도를 비롯해 망치, 칼, 끌, 긴 호스와 강력 테이프, 장갑, 큰 자루 등이 있었다. 경찰의 추궁에 두 사람은 묵묵부답이었지만, 더 이상 캐물을 필요가 없었다. 뒷좌석에서 범행 계획을 적은 노트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거기엔 조스 스톤을 “인간의 육체를 지닌 악마”로 묘사하며, 참수한 후 시체를 자루에 담아 강에 버린다는 구체적 계획이 적혀 있었다. 그의 맨체스터 집에선 석궁과 BB건이 있었고, 핸드폰 문자 내역엔 범행을 준비하며 누군가에게 “조스 스톤을 죽이겠다”고 보낸 메시지도 있었다.
경찰은 “차 안의 물품으로 볼 때 범행의 의도는 너무나 뚜렷하다. 만약 제대로 주소를 찾아갔다면, 매우 심각한 사건이 일어났을 것이 분명하다”는 소견을 밝혔다. 사실 그랬다. 조스 스톤은 자신의 집을 동네 사람 누구나 들어올 수 있도록 개방한 채 살아가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럼에도 배심원들은 4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들의 행동을 리얼한 범죄의 실패로 봐야 할지, 과대망상인 두 남자의 해프닝으로 봐야 할지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유죄로 평결을 내렸고, 여기에 판사는 “정신 나간 사람의 정신 나간 계획일 수 있지만, 너무나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라는 이유로 리버풀에게 종신형을, 브래드쇼에게 18년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너무나 형량이 과하다는 여론과 함께 이후 재판에서 감형되었고, 브래드쇼는 정신 치료를 받게 되었다. 한편 조스 스톤은 “범죄가 생기지 않도록 도움을 준 이웃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나는 아무 이상 없으며 예전처럼 평범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