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모뉴엘로부터 금품을 받고 대출한도를 늘려주는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로 전직 무역보험공사 허 아무개 씨(53)와 수출입은행 서 아무개 부장(54)을 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또한 수출입은행 이 아무개 부장(54)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 2011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모뉴엘에 대출 및 보증한도를 늘려주는 등의 업무편의를 제공하고 각각 6000만~1억 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허 씨는 지난 2012년 말부터 2013년 12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모뉴엘 박홍석 대표로부터 현금 6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허 씨는 무역보험공사에서 중소중견기업 사업1부와 중견기업부 부장으로 근무하며, 모뉴엘에 대한 무역보험공사의 단기수출보험 및 보증 총액한도를 책정하는 업무를 맡았다.
서 부장은 지난 2012년 10월과 올해 3월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 식당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식당 등에서 박홍석 대표로부터 수출입은행 대출 한도를 늘려달라는 청탁과 함께 총 9000만 원을 받았다. 서 부장은 지난 2012년 6월부터 2년가량 중소중견금융부장으로 근무했고, 지난 6월 은행장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 부장과 같은 부서에서 팀장으로 있던 이 부장은 2012년 11~12월쯤 모뉴엘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여신한도를 90억 원에서 300억 원을 늘려주는 등 특혜를 제공하고, 모뉴엘 측으로부터 1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부장은 지난해 1월부터 모스크바 사무소장으로 근무했지만, 모뉴엘 사태가 터지자 최근 본사로 발령받았다.
이에 검찰은 허 씨와 서 부장을 구속 기소했고, 이 부장은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28일 이 부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 부장이 차용증을 쓰고 돈을 받았고 수수시기가 모스크바 발령 직전이어서 뇌물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또한 검찰은 지난 2일 2010년부터 최근까지 모뉴엘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무역보험공사 전 이사 이 아무개 씨(60)를 구속했다. 검찰은 이씨가 지난 2011년 퇴직한 이후에도 회사 임직원들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모뉴엘에 각종 특혜를 제공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법원은 지난 10월 갑작스레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모뉴엘에 대해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지난 9일 파산선고를 내렸다.
이에 무역보험공사는 모뉴엘의 금융권 대출 3256억 원에 보증을 섰다가 날릴 위기에 처했다. 수출입은행 역시 1135억 원 전액을 담보 없이 신용대출로 빌려줘, 회수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