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개선된 ISCM 매각에 의외 반응도…SKC 화학·동박 적자 속 비주력 자산 매각 분석
#흑자로 돌아섰는데…ISCM 매각 추진
SKC는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인 ISC 지분 45%를 5225억 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획득했다. ISC는 반도체 테스트 솔루션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1402억 원을 기록했다. ISC의 글로벌 실리콘 소켓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 소켓은 메모리 반도체 테스트 개발·양산에 사용된다. SKC가 ISC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ISC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ISCM도 SKC에 피인수됐다. ISCM은 반도체 테스트보드(시험장치) 등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ISC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ISCM 매각을 결정했다. 이미 ISCM 인수 희망자와 협의를 마쳤고, 인수 절차도 조만간 마무리될 예정으로 전해진다. 재계에서는 올해 초 ISC의 자회사인 아이티엠티씨(ITMTC), 프로웰, ISCM 세 개 회사가 합병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ISC는 이 중 ITMTC와 프로웰만 합병시켰고, ISCM은 매각을 결정했다. ITMTC가 프로웰을 흡수합병하는 형태로 진행됐으며 지난 11월 5일 합병 절차가 완료됐다. ITMTC는 경영 효율성 제고 및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합병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ISCM 매각을 놓고 의외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SKC는 화학 중심 기업에서 반도체 소재 비중을 늘리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ISCM은 반도체 소재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SKC 스스로도 지난 11월 13일 SK넥실리스 박막 사업부 매각을 발표하면서 “강화된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고부가 제품 중심의 사업 재편도 가속화하고 있다”며 “반도체 테스트 솔루션 기업 ISC를 주축으로 반도체 소재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ISC와 ISCM은 SKC의 화학·동박 사업과 달리 최근 실적이 상승하고 있다. ISCM의 매출은 지난해 1~3분기 61억 6294만 원에서 올해 1~3분기 111억 4376만 원으로 80.82% 증가했다. ISCM은 지난해 619억 원의 순손실을 거뒀지만 올해 1~3분기에는 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ISC는 ISCM의 올해 실적이 반짝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ISC 관계자는 “(ISCM은) 지난 5년 동안 흑자가 난 적이 없고, 올해 어쩌다 흑자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적자에 장사 없다…자산 매각 행진 SKC
SKC는 최근 들어 다수의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SKC 자회사 SK엔펄스는 지난해 웨트케미컬 사업부와 세정 사업부를 매각했고, 올해는 파인세라믹 사업부까지 매각했다. 또 SKC는 올해 2월 자회사인 기초 화학연료 제조·판매 업체 SK피유코어를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에 매각했고, 최근에는 SKC의 다른 자회사 SK넥실리스가 박막 사업부를 어펄마캐피탈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SK그룹의 최근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최근 경영 효율화 및 비주력 자산 매각을 주문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11월 2일 ‘2024 SK그룹 CEO(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차세대 챗GPT 등장에 따른 AI(인공지능) 시장 대확장이 2027년을 전후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SK가 성장 기회를 잡으려면 현재 진행 중인 ‘운영개선(O/I)’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창원 의장도 이날 “하반기 이후 선제적인 리밸런싱(사업재편)과 운영개선 노력의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SKC는 최근 실적이 부진하다. SKC는 지난해 216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3분기에도 200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런 가운데 SKC의 차입금은 지난 9월 말 기준 1조 2286억 원에 달하지만 보유 중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821억 원에 불과했다. SKC로서는 적자가 지속되면 차입금 상환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SKC의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C의 자회사인 ISC는 흑자를 유지했지만 주력인 화학과 동박은 여전히 적자이며 특히 2차전지 동박 가동률은 30% 초반에 그치며 판매 부진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PO화학(프로필렌 옥사이드, 단열재·보습재) 부문과 2차전지 동박 부문의 글로벌 공급과잉은 2025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SKC로서는 원활한 차입금 상환을 위해서라도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SKC는) 기존 지분 및 사업부 매각 등을 통해 대응하면서 양호한 자체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사업 자회사 일부 지분 매각이나 사업 양도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여러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는 상황으로 이에 대한 진행 상황 및 실질적인 성과 등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ISC는 SK그룹의 현 분위기와 무관하게 이전부터 매각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앞서의 ISC 관계자는 “ISCM은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을 도급으로 만드는 회사인데 비주력 사업 정리를 위해 매각하는 것”이라며 “수익성이 워낙 좋지 않아 이전부터 매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ISCM의 구체적인 매각 조건이나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