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낼까 VS 말까? 거짓말 상황별 훈육법
CASE 1 친구 장난감을 자기 것이라고 할 때
“아니야, 이거 내 거야”, “그거 없어. 몰라” 만 3세 무렵 아이는 다른 아이의 장난감도 자기 것이라고 하거나 뒤에 숨긴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자기가 갖고 있지 않다고 거짓말을 한다. ‘네 것도 내 거야’라는 식의 자기중심성과 소유욕이 강한 시기이기 때문. 이런 거짓말은 한편으로는 ‘우기기’라고 볼 수 있다.
Coaching 엄마가 “너 어디서 거짓말이야?”라고 다그치면 아이가 빼앗길까 두려운 마음에 놀라 더욱 고집을 부리기 쉽다. 이때는 “그게 정말 마음에 드는구나. 하지만 그건 네 것이 아니야”라고 말한 뒤 “친구에게 물어보고 여기서 잠깐 갖고 놀 수 있는지 허락을 받아야 해”라고 덧붙여 설명해준다. 지나치게 부드러운 말투나 웃음을 띠지 말고, 낮은 톤의 단호한 목소리로 말할 것. 이때 아이에게 ‘거짓말’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는 게 좋다. 야단맞는 상황을 피하고 뺏기기 싫어서 자기도 모르게 한 말을 ‘거짓말’이라고 이름 붙여서 도덕적으로 추궁하면 오히려 거짓말 횟수가 늘면서 아이 스스로 자신을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CASE 2 물건을 망가뜨리고 안 했다고 할 때
만 2~4세 아이는 호기심쟁이다. 이것저것 만져보고 돌아다니다 보니 사고를 치는 경우도 많다. 엄마가 잠시 한눈을 팔면 뭔가 깨져 있거나 망가져 있을 때가 많은데, 이때 엄마가 달려와서 “이거 누가 그랬어?”라고 물으면 즉각적으로 “나 아니야” 혹은 “안 그랬어”라고 발뺌을 하기도 한다. 이런 반응은 자신도 놀라 방어적으로 튀어나오는 말인 경우가 많다.
Coaching 만일 집 안에 엄마와 아이 둘만 있고 아이가 저지른 일이 뻔할 때는 “누가 그랬어?”라는 추궁이 별 의미가 없다. 만일 아이가 제대로 답하지 않고 “내가 안 했어”라고 말하면 오히려 엄마는 더욱 화만 날 뿐이다. 분명히 아이가 한 일이라면 아이가 다치지 않았는지 살핀 후 “이건 네가 잘못한 거야”라고 알려주고, “이건 위험해서 네가 만지면 안 돼. 엄마도 이제 여기 두지 않을 거야”라고 말한 뒤 조심하겠다는 다짐을 받는다.
만일 누가 망가뜨렸는지 분명치 않은 상황이라면 역시 아이들이 다치지 않았는지 먼저 살핀 뒤 상황을 들어본다. 엄마가 화가 날 만한 상황이지만 지나치게 목소리를 높여서 추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무서워서 거짓말을 하다가 오히려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 만 5~6세 아이의 경우 치울 때 위험하지 않은 물건이라면 엄마를 도와 함께 망가진 물건을 정리하도록 해 책임감을 길러주는 것도 방법이다.
CASE 3 엉뚱한 상상을 진짜처럼 말할 때
“어제 비행기 타고 어린이집 갔어”, “내가 아빠를 혼내줬어” 식으로 엉뚱한 이야기를 사실처럼 말하는 아이들도 많다. 만 3~4세 아이는 아직 현실과 판타지를 구분해서 표현하기 어려워 그림책이나 만화에서 본 얘기를 사실처럼 말하는 일이 많다. 또 만 5~6세 아이도 사실을 정확히 판단하거나 어떤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고 인과관계를 엉뚱하게 연결해 말하기도 한다.
Coaching 만 3~4세 아이가 엉뚱한 이야기를 진짜처럼 말한다면 “그런 말은 거짓말이야”라고 넘어갈 것. 사실과 판타지를 구분하려고 이것저것 질문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낫다. 엄마가 익숙한 얘기이거나 함께 본 만화가 연상된다면 “아, 그래? 그런데 또봇도 그렇게 하더라. 너 그거 생각났어?”라는 식으로 대답해줄 것. 만 5~6세 아이가 “선생님이 이제 유치원 안 온대”처럼 사실인지 아닌지 애매한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아이 입장에서는 “내일은 유치원 오지 않는 날이에요”라는 말을 자기 식으로 해석한 것일 수 있다. 이럴 때는 야단치기보다 전후 관계를 짐작해보고 “아, 그래? 선생님이 그 얘기를 언제 하셨어?”라고 좀 더 정확히 물어보자.
Tip 농담과 진담을 구부하기 어려운 시기
거짓말은 숨은 의도에 따라 반사회적 거짓말, 선의의 거짓말, 유희적 거짓말로 구별하기도 한다. 이 중 반사회적 거짓말을 가장 먼저 하고, 빨리 이해하는 데 반해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재미로 하는 ‘유희적 거짓말’은 초등학교 입학 후 발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를 곧잘 따라하며 장난을 치면서도, 다른 아이가 자신에게 유행어를 말하면 놀린다고 화를 내고, 엄마 아빠의 농담에 갑자기 토라지곤 한다.
CASE 4 친구나 동생을 때리고 아니라고 할 때
“내가 안 그랬는데?”, “쟤가 때렸다고!” 동생이나 친구를 때려놓고도 아니라고 발뺌을 하고, 먼저 공격한 뒤에도 상대가 먼저 때려서 그랬다고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은 일단 혼나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이지만, 공격적이거나 반항적인 문제를 가진 아이들이 많이 하는 거짓말이기도 하다.
Coaching 아이가 어쩌다 다른 아이를 때리고 무서워서 거짓말을 하는지, 아니면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좋다. 어쩌다 생긴 일이라면 “친구를 때린 건 분명히 잘못이야. 그런데 네가 거짓말을 하면 잘못이 두 개가 돼. 엄마는 네가 친구 때린 것만 혼내고 싶어”라고 말해 아이한테 솔직히 얘기할 시간을 줄 것. 정황상 때린 것을 분명히 알고 있는데도 모르는 척 “누가 때렸는지 사실대로 말해”라고 말하기보다는 “거짓말인 걸 알고 있으니 지금 솔직히 얘기해”라는 식의 태도가 낫다. 모르는 척하면서 야단을 치는 것은 일종의 함정수사이고 엄마 역시 거짓말을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를 때리는 일이 잦고 거짓말을 반복한다면 엄마의 고민이 깊어진다. 이때는 “뻔해. 물어보나마나 네가 그랬지 뭐”, “너 그렇게 거짓말하다가 나쁜 사람 돼”라는 식으로 아이를 상습범 취급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일단 왜 그랬는지 아이의 얘기를 들어본 뒤에 “네가 친구를 때린 것은 정말 화가 나. 그런 행동이 정말 싫고 위험하거든. 그래도 네가 미운 건 아니야. 그래서 엄마는 거짓말 말고 진짜 얘기를 듣고 싶어”라는 말로 잘못된 행동과 아이 자체를 미워하는 것은 다르다는 점을 전해준다. 또한 잘못했을 때 받는 벌에 대해 아이와 미리 약속해두고 그에 해당하는 벌을 받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CASE 5 어린이집 친구가 때렸다고 할 때
“친구들이 나만 미워해”, “00이가 때렸어”라는 말을 해 놀란 마음에 알아보면 사실과 다른 경우도 많다.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엄마 입장에서는 고민스럽게 마련. 만 4~5세 아이는 아직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거나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남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갈등 상황에서 자기가 큰 피해를 입었다거나 다른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을 때도 자신에게 그랬다고 오해하기 쉽다.
Coaching 일단 상황을 알아본 뒤 만일 거짓말인 게 분명하다면 속상했겠다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래야 아이가 다음 이야기를 풀어내도록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에는 “그런데 네가 어떻게 했을 때 친구가 너를 미워하는 것 같았어?”, “00이는 너한테만 소리를 지르니? 아니면 다른 아이한테도 그러니?”라고 상황을 돌아볼 수 있는 질문을 한다. 이럴 때 “몰라”라고 답하는 아이가 많은데 계속 기억해보라고 채근하기보다 상대 아이의 특성이나 갈등 상황에 대해 엄마가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 가령 “00이는 목소리가 크더라. 그러면 어떨 때는 00이가 지르는 소리가 아주 시끄럽고 무섭게 들릴 수도 있어. 근데 사실 그 애는 놀이하면서 신나서 소리를 지르는 거란다” 식으로 각자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CASE 6 남의 물건을 몰래 가져오고 내 것이라고 할 때
만 5~6세 무렵이면 남의 물건을 몰래 가져오고 나서 “선생님이 가지라고 했어”, “친구가 준 거야” 식으로 거짓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엄마 입장에서는 “훔친 것보다 거짓말하는 게 더 나빠”라며 더욱 화를 내게 된다. 사실은 엄마도 어떻게 해야 할지 무섭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화를 내는 것이지만 문제 해결의 초점이 흐려지기 쉽다.
Coaching 물건을 마음대로 가져온 뒤 거짓말을 할 때는 행동과 거짓말, 두 가지 잘못에 대해 엄마의 대처가 필요하다. 만일 거짓말하는 것이 명확하다면 떠보듯 심문하며 “마음대로 가져온 거야? 아니야?”라고 말하기보다 엄마가 알고 있다고 알리고 훔친 행동에 대한 대처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거짓말인지 아닌지 모호하다면 “엄마도 정확히 알아볼 때까지 시간이 필요해. 네가 솔직히 말해주길 기다릴 거야”라고 하며 상황을 좀 더 정확히 알아본다. 아이가 끝까지 거짓말을 하다 들킨 경우 엄마는 큰 배신감을 느껴 감정을 조절이 무척 힘들다. 무엇보다 “이제 엄마라고 부르지도 마”, “이럴 거면 나가” 식의 극단적인 표현은 삼갈 것. “엄마도 네가 왜 이렇게 거짓말을 했는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라고 말한 뒤 시간을 갖고, 이후 거짓말에 대한 벌을 받게 한다. 남의 것을 함부로 가져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행동임을 알려주고 다시 돌려주는 것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엄마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런 과정을 잘 마쳐야 찜찜함이나 죄책감이 남지 않는다.
Tip 물건 가져오기가 반복될 때 점검해야 할 것
만 5~9세 정도 되는 아이가 자꾸 남의 물건을 가져올 때는 엄마의 애정 충족도를 살펴봐야 한다. 이 시기의 이러한 행동을 ‘엄마의 사랑을 훔친다’고도 하는데, 마음의 허기를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채우려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아이가 충동성이나 품행 문제로 인해 순간적인 충동을 참지 못하는 것인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원인에 따라 아이가 충분히 사랑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방법 혹은 충동성을 조절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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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황선영 기자 / 글 김이경(육아 칼럼니스트) / 사진 이성우 / 모델 엘레인(5세) / 도움말 김미연(길아동청소년상담 센터 소장), 박소연(서울주니어상담센터 놀이치료사) / 의상협찬 유니클로(02-3442-3012), 퓨처퍼펙트(070-42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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