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12년 월드컵·올림픽 예선 등 7경기에 나선 심판에 유흥업소 접대 정황…FIFA·AFC 대응 여부 주목

단순 의혹 제기 수준이 아니었다. 당시 협회에 근무했던 관계자는 '심판들이 요구했다', '관행이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실제 있었던 일임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파급력이 클 수 있는 사안이다. 스포츠에서 심판은 청렴함이 더욱 강조되는 위치다. 국내 심판계의 경우 과거 지인이라도 함부로 인사조차 하기 어려운 특별한 문화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월드컵, 올림픽과 같은 중대한 경기를 전후로도 성접대가 이뤄졌다. 당시 협회 관계자는 '호각을 잘 불어주지 않겠나'라는 말을 남겼다. 접대에 '대가성'을 바랐다고 해석될 수 있다. 심판 매수, 경기 조작 등의 문제로도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축구협회의 '법인카드 비리'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 조사 결과 2010년대 초반 축구협회 임직원의 비리가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수장이던 조중연 전 회장도 해외 출장에 아내를 동반하고 법인카드를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임직원들의 법인카드 사용처가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유흥주점, 안마시술소, 노래방, 골프연습장 등에서 크고 작은 지출이 있었다.
당시는 축구협회의 '또 한 번의 암흑기'로 꼽힌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 진출로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협회는 빠르게 흔들렸다. 월드컵 이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조광래 감독 경질 과정에서 절차를 따르지 않고 협회 고위층 인사 몇몇의 '밀실 행정'이 이뤄졌다는 비판이 따랐다. 후임 최강희 감독 선임 과정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 전 회장이 최 감독을 불러 술잔을 기울이며 강권한 사실이 밝혀졌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 과정에서는 당시 선수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한 축구협회의 대응을 놓고 '굴욕 외교' 논란이 뒤따르기도 했다.
이에 더해 조 전 회장은 퇴임 이후에도 축구협회 '자문위원'으로 임명돼 보수, 차량과 전담기사까지 제공받았다. 17개월간 1억 4400만 원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회장은 정몽준 전 회장과 정몽규 전 회장 사이 축구협회를 이끈 인물이다. 장기간 협회에 몸담으며 공과가 뚜렷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당시 차범근 전 감독 중도 경질에서 중심인물로 활약했고 일각에서는 '고대 카르텔'의 중심으로도 지목받는다.
그럼에도 심판 성접대는 '암흑기에 일어난 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는 어려운 일이다. 국제무대에서 한국 축구에 대한 신뢰도에도 영향이 갈 수 있는 문제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7일 현재 FIFA와 AFC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이들 차원의 징계 가능성도 단정하기는 어렵다. 규정과 시효 등을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
팬들의 반응도 거세다. 국내에선 벌써부터 당시 경기에 나선 심판이 지목되고 있다. 보도에서는 구체적인 날짜와 경기까지 짚었다.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등 다양한 국가 심판들이 거론된다.
해외 팬들 역시 주목하고 있다.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이번 소식을 언급하며 과거 한국 대표팀의 경기에 심판 판정 관련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다만 이는 축구팬들 사이에서 단순한 의문 제기 정도에 그친다.
축구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참담한 심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밑바닥에서 농담으로라도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내용 아닌가.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부끄러운 일이다"라며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게 놀랍다. 그리 오래전의 이야기도 아니다. 국제대회 예선전까지 심판을 접대를 했고, 그걸 겁도 없이 협회 법인카드로 했다. 얼마나 비상식적인 집단인가"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남겼다.
또 다른 축구계 관계자는 "마음 같아서는 축구계를 떠나고 싶다"며 "심각한 사안이다. 승부 조작으로 번질 수도 있다. 국제무대와도 풀어야할 문제다. 한국 축구가 계속 '개혁'을 외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반성할 부분은 확실하게 반성하고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