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대로’, 한국경마 최고권위 ‘대통령배’·‘그랑프리 제패···내력 보니 경주마 명가 출신
<경부대로>의 그랑프리 우승 당시 모습.
[일요신문]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장 김병진)의 ‘경부대로’(한국, 수, 5세)가 지난 11월 대통령배에 이어 올해 최고의 경주마를 선정하는 그랑프리(GⅠ)까지 제패했다.
지난 14일 렛츠런파크 서울(구 서울경마공원) 9경주(2300m)로 열린 제33회 그랑프리(GI)에서 ‘경부대로’(부경, 오문식 조교사, 정광화 마주)는 초반 다소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100m 남기고 막판 스퍼트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당초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부경의 ‘벌마의꿈’(백광열 조교사)과 서울의 ‘원더볼트’(지용훈 조교사)를 3마신(8m)차로 따돌리고 역전명승부를 연출했다.
‘경부대로’는 지난해 ‘인디밴드’에 이어 국산마로 한국경마 최고권위의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거머쥐는 진기록을 이어갔다.
특히 오문식 조교사는 올해 기록한 3개의 대상경주를 모두 ‘경부대로’를 통해 기록했고, 최시대 기수도 올해 차지한 4개의 대상경주 중 3개의 우승컵을 ‘경부대로’를 통해 들어올렸다.
한국경마를 제패한 국산마 ‘경부대로’는 경주마 명가(名家) 출신이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스타 마주인 정광화(45) 씨가 지난 2005년 렛츠런파크 부경의 개장 때부터 배출한 명마 ‘동서대로’(12세, 서강목장), ‘연승대로’(8세, 해피목장), ‘천년대로’(7세, 해피목장) 등 이른바 ‘대로’시리즈의 막내다.
이들 ‘대로 4형제’는 지금까지 44승을 합작했으며 그중 대상경주서 12차례 우승의 기쁨을 안겼다. 정광화 마주와 오문식 조교사에게 무려 55억 6천만 원의 우승상금을 안긴 것이다.
맏형인 ‘동서대로’는 2006년 부산광역시장배, 2007년 경남도지사배 우승을 차지하는 등 외산 준족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다리에 경주마로서는 치명적인 굴건염이 생겨 경주 출전이 불가능해지자 2008년 씨수마로 은퇴했다.
‘천년대로’는 2010년 삼관대회 최우수마에 선정돼 5억 원의 삼관경주 우수마 인센티브를 지급 받고 씨수마로 은퇴한 부경경마의 대표적인 국내산 명마이다.
셋째 ‘연승대로’ 역시 2011년 부산광역시장배(GIII) 등 대상경주 2승, 특별경주 1승을 차지하고 씨수마로 은퇴했다.
이들은 ‘대로’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천년대로’와 ‘연승대로’만 민간 씨수마인 크릭캣을 아버지로 두고 있고, 나머지는 혈통적으로 남남이나 다름없다.
이번에 우승을 차지한 ‘경부대로’의 경우 2006년 당시 최고가인 40억 원에 수입된 씨수말 ‘메니피’와 어미인 ‘프린세스라니크’사이에서 태어난 자마로, 뛰어난 혈통과 500㎏대의 당당한 체구를 지녀 데뷔전부터 큰 관심을 모아왔다.
부경경마의 명문 마방인 3조 오문식 조교사는 “대로 형제들은 사람으로 치면 입양된 형제들이지만, 한국경마를 업그레이드 시킨 강력한 혈통적인 강점과 체형, 생김새 등 모든 면에서 명마의 조건을 두루 갖춘 공통점 있다”며 “경주마를 아들처럼 사랑하고 마주로써 다양한 사회공헌을 펼치고 있는 정광화 마주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영광스러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공인회계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정광화 마주는 “2009년 서울과 부경경마 간 오픈경주를 위해 경부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했는데 고속도로처럼 거침없이 우승행진을 바라면서 이름을 경부대로로 지었다”며 “아들 같은 경부대로가 자랑스럽다”라고 했다.
특히 정광화 마주는 대통령배(GⅠ)에서 획득한 상금 중 5천만 원을 렛츠런재단에 기탁해 장학금으로 사용하도록 했고, 그랑프리(GⅠ) 대상경주에 앞서 전달식을 갖기도 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