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요즘, 어쩌면 세상은 더 삭막해졌는지도 모른다. 이런 ‘비정한’ 어머니까지 최근에 등장했으니 말이다. 거액의 빚을 지고 있던 이 여인은 가출한 어린 딸을 윤락업소에 데려가 함께 일을 하다 지난 18일 경찰에 붙잡혔다.
이혼녀로 혼자 살면서 형편이 어려워지자 윤락업소를 전전해 온 김순미씨(가명·36)가 바로 그 장본인. 그녀가 딸과 함께 몸을 판 엽기 행각의 뒤에는 거액의 카드빚이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신용카드 연체금 3천5백만원을 갚기 위해, 가출해 어머니를 찾아온 딸 정영진양(가명·14)을 자신이 일하는 업소로 끌어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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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의자 모녀가 ‘근무’했던 J수면텔 내부 모습. | ||
“누가 물으면 주민등록번호는 이걸로 대답해.”
지난 6월4일 김씨가 딸 정양을 데리고 경기도 시흥의 ‘J수면텔’에 찾아가며 건넨 말이다. 지난 5월 문을 연 J수면텔은 방과 욕실 안마기구 등을 설치해 놓고 암암리에 퇴폐영업을 하던 윤락업소. 김씨는 아는 사람의 소개로 이곳에 ‘면접’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물론 딸까지 데려간 이유는 함께 몸을 팔 생각이었기 때문.
이 무렵 J수면텔 업주 황정식씨(가명·33)는 장사가 잘 안돼 속앓이를 하던 상태였다. 그러던 터에 “여자를 들여 봐라”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김씨와 정양 등을 맞게 됐던 것. 그러나 황씨는 두 사람이 모녀사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사는 곳마저 마땅치 않아 여관과 월세방을 오가던 김씨는 이곳에서 숙식이 가능하다는 업주 황씨의 말에 더욱 귀가 솔깃했다. 윤락업에 ‘초보’였던 황씨는 김씨가 마음에 들었는지 “하루에 한 사람당 33만원씩 일당을 쳐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손님이 한 명이 오든 백 명이 오든 상관없이 고정급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가만있자, 그러면 두 사람이니 하루에 66만원, 열흘에 6백60만원, 한달이면 2천만원….’ 얼른 계산해봐도 두세 달이면 빚을 너끈히 갚을 수 있는 수입이었다.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은 김씨는 업주 황씨의 눈을 피해 딸 정양에게 ‘절대 엄마라고 부르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즉석에서 채용된 김씨 모녀는 이날부터 바로 ‘근무’를 시작했다. ‘예쁜 여자가 특별한 서비스를 한다’는 입소문이 나자 손님들이 몰려들었고 김씨의 은행계좌에도 차츰 돈이 쌓여갔다. 하지만 채 보름도 지나기 전에 김씨의 비정한 모정은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제보를 받은 경찰이 불시에 이곳을 덮쳤던 것.
그러나 경찰도 처음엔 김씨와 정양이 모녀 사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경찰조사에서도 정양이 업소에 들어갈 때처럼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둘러댔기 때문. 하지만 어린 소녀의 이런 거짓말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담당 형사는 주민등록번호가 가짜임을 파악하고 정양을 추궁했다. 이내 정양의 주민등록상 세대주의 이름이 정양과 함께 일했던 또 다른 윤락녀 김씨의 이름과 같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이들의 주민등록번호까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자 그때서야 정양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함께 잡힌 김씨가 친엄마”라고 인정했다.
딸 정양은 재혼한 아버지와 함께 전남 여수에서 살다가 지난 5월 집을 나와 친어머니 김씨가 있는 시흥으로 올라왔다고 한다. 그러나 떨어져 지낸 지 오래 됐던 딸에게 약간의 모정마저 남아있지 않았던 걸까. 김씨는 학교도 그만두고 가출해 자신을 찾아온 정양까지 자신과 같은 윤락녀로 만들고 말았다.
김씨는 경찰에 잡힌 후에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내 딸은 원조교제도 해본 애”라고 말해 형사들을 아연실색케 했다고 한다. 업소에서 일할 때 정양이 아프다며 투정을 부리면 김씨가 “하루에 33만원을 벌 수 있는데 좀 참아라”며 등을 떠밀었다는 게 형사들의 전언이다.
이런 김씨의 ‘엽기 어머니’ 행각에 놀라기는 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김씨와 함께 구속된 업주 황씨 역시 마찬가지. 황씨는 “사정을 알았다면 내가 방이라도 얻어주고 정양은 못나오게 했을 것”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한다. 담당 형사는 “카드빚 몇천만원 때문에 딸까지 판 김씨가 곧바로 1천만원을 주고 변호사를 선임했다”며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