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도 끼리끼리 ‘갈 길 멀다’
지난 12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의에 문재인, 정세균, 문희상, 우윤근, 박지원 비대위원(왼쪽부터) 등이 참석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이종현 기자
2014년 세밑, 새정치연합 당대표 후보들은 각자 분주한 연말을 보냈다. 박지원 후보는 지난 12월 29일 여의도의 한 일식당에서 원내대표 시절 가까이 지낸 전·현직 의원 10여 명과 모임을 가졌다. 같은 날 오전 박주선·조경태 후보가 속한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역시 오찬을 겸한 송년회를 했다.
다음날인 30일 이른바 김근태(GT)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는 서울 마포구의 한 막걸리주점에 모였다. 민평련은 이번 전대에서 이인영 후보의 존재감 키우기에 올인 할 예정이다. 당초 당내 정치혁신실행위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현역 국회의원,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 중앙당 및 시·도당 당직자의 캠프 참여 등 특정 후보에 대한 공개적 지지나 지원 금지를 추진한 바 있지만, 전대 초반부터 무력화된 셈이다.
친노무현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문재인 후보는 당 안팎의 시선을 의식한 듯 공식적인 송년회를 갖지는 않았다. 대신 당 안에서는 문 후보를 지지하는 ‘문지기(문재인을 지키는 사람들)’ 모임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문지기는 7월경 노영민 의원이 주도해 만든 모임으로, 김경협 김용익 김윤덕 김태년 김현 노영민 도종환 박남춘 우윤근 윤호중 이학영 전해철 홍영표 의원 등 10여 명이 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후보 측은 해당 모임과의 관련성에 선을 긋는다. 문 후보 측은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저희가 파악하기로 그다지 실체가 없는 모임이다. 실체가 없으니 문 의원과 교류한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성립될 수 없다”면서 “문 의원이 대응하는 것 자체가 일을 키울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비노 성향의 한 고참 당직자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후보 측이 출마 선언 직후 마련한 당원 간담회에 백원우 전 의원(시흥갑 지역위원장) 최측근이 일반 당원 신분으로 버젓이 참여했더라. 문 의원 쪽에서 계파 청산에 신경 쓰고 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쏘아붙였다.
문지기 모임 논란에 친노계 백원우 전 의원 측근 간담회 참석까지, 이 같은 ‘쑥덕공론’은 다분히 문 후보를 향한 견제심리가 작용했다는 반발도 나온다. 언론에서 ‘친노강경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실 관계자는 “친노가 무슨 공식 기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문 의원이 친노 대변인도 아닌데, 그렇게 따지면 당에서 민집모, 민평련은 왜 그대로 두느냐”며 “친노 해체를 말하기 전에 본인들 모임부터 정리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일갈하기도 했다.
앞서의 야당 고참 당직자는 “민평련이 야당 내 유일하게 공인된 사조직 같은 측면이 있다. 지난 대선 때도 독자 후보를 내지도 못하고, 손학규-안철수 사이에서 갈팡질팡했잖느냐. 차기 대선 때도 민평련이 문재인-박원순 가운데 어느 쪽 손을 들어줄 것인지 관심이 쏠릴 텐데, 이게 당 혁신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조경태 후보는 민집모 소속이지만 독불장군 식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라지만, 사실상 당내 우군이 없기 때문이라는 평이 많다. 지난 30일 국회에는 자신들을 ‘새정치민주연합 청년당원 일동’으로 소개한 예닐곱 젊은이들이 조경태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는데, 해당 내용이 <일요신문i>를 통해 보도된 직후 친노 성향의 한 당직자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왜 ‘청년당원 일동’이라고 제목을 붙였느냐. 기자회견 참석자 가운데 조 의원 당대표 출마선언 당시 있었던 사람도 있었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