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 ‘육보시’를 이용해 미성년자를 성매매 전선으로 내몬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너의 전생의 업보를 씻기 위해서는 1백 번의 육보시가 필요하다”는 이 남성의 꾐에 한 여대생은 너무나 쉽게 속아 넘어갔다.
이아무개양(19)은 이 말을 믿고 1백여 명의 성인 남성과 성관계를 가졌을 뿐 아니라 화대마저 고스란히 바쳤다. 중산층 이상의 부족할 것 없는 가정 출신인 대학생이 어떻게 이처럼 어이없는 사기행각에 빠져들었을까.
부산 서부경찰서는 지난 11월15일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미성년자 이양의 원조교제를 알선해 거액의 화대를 챙긴 신아무개씨(42)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신씨의 구속 사유는 미성년자를 부추겨 원조교제를 알선한 후 화대까지 갈취한 혐의다.
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인 이양은 평소 12시 이전에 집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엄격한 집안에서 자랐다. 물론 성매매에 나설 만큼 집안이 궁핍한 형편도 아니었다.
그런 이양이 성매매에 나선 데는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한 신씨의 덫 때문이었다.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는 이른바 ‘육보시’ 논리 이외에도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이양을 유혹했다”며 “결국은 이같은 집요함에 순진한 여대생이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육보시’를 통해 전생의 업보를 씻을 수 있다는 신씨의 감언이설 부분.
이양이 신씨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4월. 한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서였다. 40대의 나이였지만 신씨의 외모는 영화배우 뺨칠 정도였다. 그는 이양을 만나자마자 자동차를 선물하는 등 상당한 재력까지 겸비한 중년 남성임을 과시했다. 신씨의 돈 씀씀이와 매너에 호감을 느낀 이양은 걷잡을 수 없이 그에게 빠져들었고 순결을 바쳤다.
이때부터 신씨의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신씨는 이양에게 “졸업하면 결혼하자”는 뜻을 내비쳤다. 그가 내세운 결혼조건은 어이없게도 육보시였다. “너는 전생에 백정이었으니 살생의 업보를 씻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1백 명의 남자와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며 이양을 꼬셨다.
신씨의 이 수법은 주효했다. 이미 신씨를 아버지이자 남편처럼 철석같이 믿고 따르던 이양은 신씨의 말만 믿고 그가 주선하는 생면부지의 성인 남성들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성관계를 가졌다.
이렇게 해서 지난 4월부터 이양이 성관계를 가진 남성은 1백20여 명. 신씨는 “화대는 꼬박꼬박 절에 보시하고 있다”고 이양을 속였다. 이양에게는 용돈조로 1주일에 3만원씩만 줬다.
그러나 이 돈은 대부분 신씨의 또다른 동거녀인 이아무개씨(45)에게로 넘어가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신씨는 서면의 한 여관에서 동거를 하면서도 이양과의 관계를 지속했다”며 “이양이 벌어준 돈은 대부분 동거녀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신씨의 엽기적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육보시를 빌미로 이양과 7차례에 걸쳐 스와핑까지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신씨가 부부관계인 것처럼 위장해 스와핑을 가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경찰조사 결과 피의자인 신씨는 전과가 있는 이혼남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한때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엘리트.
경찰 관계자는 “프라이버시 보호상 구체적인 언급을 할 수는 없지만 굴지의 대기업에서 과장으로 근무했다. 그러나 그는 공금유용혐의로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지난 1월에 출소했다. 동거녀인 이씨도 대기업에 근무할 당시 만난 직장 동료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귀띔했다.
40대라고 보기에는 믿기 힘들 정도로 ‘귀공자풍’의 외모에 대기업 출신의 지적 수준까지 겸비한 신씨에게 사회 초년병인 이양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셈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이양은 신씨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양은 경찰에서 “그 사람이 나를 이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불교에 관심이 많은 미혼남인 줄로만 알았다”고 말해 경찰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아무리 신씨에게 빠졌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몸까지 팔도록 강요한 남자를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는 이양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부산=이석 프리랜서 zeus@newsbank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