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란주점 출입 공무원 리스트 파문으로 순창 지역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KBS 화면 촬영. | ||
2.장부에는 순창지역 경찰서 및 군청, 교육청 공무원 10명 명단이 있어 확인중. (특이사항) 일부 공무원 미성년 접대부와 2차까지 나감
▲수사상황: 명단에 포함된 경찰, 행정공무원, 교육공무원 등 10여 명에 대해 윤락 행위여부 조사중
현재 전북 순창지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단란주점 출입 공무원 리스트 파문에 대한 순창경찰서 수사과 형사계에서 작성한 수사일지 내용이다.
요즘 전북 순창지역은 이 사건으로 공무원들이 초긴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순창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미성년 접대부를 불러 ‘대낮 술파티’를 벌였다는 사실이 폭로된 데 이어, 이번 사건까지 터져 지역사회가 더욱 들끓고 있는 것이다.
지역 언론에 폭로된 ‘단란주점 공무원 고객 리스트’는 이 지역 경쟁 유흥업소의 업주간에 벌어진 감정싸움이 발단이었다.
리스트 폭로자는 순창 소재 B단란주점의 업주 김아무개씨(31)였다. 김씨는 같은 건물에서 Y가요주점을 운영하는 이아무개씨(55·여)와 보증금 문제로 다투다 Y가요주점의 고객관리 및 영업장부를 빼내 지역 언론사에 제보한 것.
확인 결과 김씨는 당초 이씨가 운영하던 Y주점에서 일을 하다 지난 11월 초 같은 건물에 B주점을 연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건물주의 허락도 없이 이씨가 운영하던 주점의 일부 공간을 빌려 보증금 1천만원을 내고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주점은 오픈한 날부터 장사가 안돼 적자로 허덕였다. 접대부 고용이 규제된 단란주점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김씨는 결국 문을 연 지 한 달도 채 안된 지난 11월 말 업소를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이씨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다.
문제는 이씨가 김씨의 보증금 반환 요구를 거부하면서 터졌다. 이씨는 재임대를 준 지 한 달도 안돼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하는 김씨의 요구가 이씨는 사리에 맞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일로 두 사람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고, 나중에 이씨가 보증금 1천만원 중 8백만원을 돌려주었지만 두 사람의 감정은 쉽사리 누그러지지 않았다.
보증금을 모두 되돌려받지 못한 데 대해 앙심을 품고 있던 김씨는 이씨를 골탕먹이기 위해 이씨의 비리를 폭로하려는 목적으로 Y주점의 영업장부를 빼낸 뒤 복사본을 한 방송사에 보냈다.
이 장부에는 지난 1월 이후 Y가요주점에 출입한 고객 명단과 날짜, 술값 등이 소상하게 적혀 있었다. 장부는 ‘쭛월쭛일, 쭛번 테이블, 쭛쭛쭛과장님, 쭛월쭛일, 30만원, 2차, 현금’,‘쭛쭛쭛, 30만원, 합계 60만원’ 식으로 기록돼 있었다.
특히 장부에는 테이블당 술과 안주내역, 현금 혹은 신용카드 결제 여부는 물론 외상 여부도 표시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쭛쭛지구대 20만원, 횟값 4만2천원,…’식으로 경찰관계자들에게 건넨 것으로 보이는 비밀스런 내용도 꼼꼼하게 기록돼 있었다.
이 사건이 확대된 것은 바로 이 내용들 때문이었다.장부 내용상 업소측이 공무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 장부에 기록된 공무원의 신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현지 취재 결과 ‘장부에 기록된 공무원은 누구누구’라며 사실상 명단이 모두 알려진 상황이었다.
현재 순창경찰서는 명단에 포함된 공무원들에 대해 일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가장 논란을 빚고 있는 부분은 장부에 기록된 내용 중 ‘2차’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부분이다.
수사경찰팀과 지역주민들은 ‘2차’가 곧 ‘외박’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당사자들은 ‘단순 여흥’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경찰 조사에서 2차가 외박 또는 윤락행위라고 판명날 경우 해당 공무원과 업주는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 부분을 둘러싼 논란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경찰측도 “만약 명단에 든 경찰관들의 윤락 사실이 드러나게 되면 해당자에 대해 사표를 받는 등 엄중문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사팀 관계자는 “문제 업소에서 일한 여성 종업원들의 소재가 일정치 않고 또한 업주나 장부에 오른 당사자들도 윤락 사실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해 윤락행위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특히 순창경찰서측은 지난 12월 초 터진 관내 경찰관들의 대낮 술파티사건에 이은 잇단경찰관 개입 스캔들사건이라는 점에서 이미지실추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순창지역 주민들은 공무원들이 연루된 추문이 잇따라 지역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며 지역 공무원사회의 쇄신을 촉구하고 있다.
한 주민은 “‘맛좋은 고추장과 넉넉한 인심’으로 유명한 순창의 이미지가 이번 사건으로 ‘비위 공무원과 폭로 주점’으로 바뀐 것같다”며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