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기 제주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지난 해 우리 노동위원회는 노동조합과 회사간에 발생한 노사분쟁을 적극적으로 조정하거나 공정하게 심판하려고 노력하였다. 그 결과 조정성립률 66.7%, 초심유지율 95.0%, 판정수용률 60.4%로 당초 목표에 대비하여 초과 달성한 부분도 있지만 일부 사업장에서는 노사 불신이 심하거나, 교섭대상이 아닌 사항이 혼재되어 있어서 노동위원회 조정과 심판과정에서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우리 노동위원회가 하는 일 중 회사가 근로자를 해고나 징계를 줄 때 절차를 준수하였는지 징계사유나 양정은 적정한 지를 판정하는 ‘부당해고 심판제도’라는 것이 있다.
즉 회사가 직장내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 처분을 주면서 규정상 징계사유나 절차 등을 준수하면서 정당하게 징계권을 행사하였는지를 판정하는 것이다. 정당한 징계권한을 넘는 행위는 권한 남용으로서 최근 회자되는 ‘갑질’이 된다. 여기에서 ‘갑질’이란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갑질의 형태는 직장밖에서는 대․중소기업간, 원․하청간, 고부간, 사제간 권력의 불균형에 따라 상대방의 권리나 인격을 무시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직장내에서 상사가 부하직원 인격 모독, 조직내 왕따, 조직간 희생양, 정규직이 비정규직 차별, 손님이 종업원 하인 취급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사항 중 일부가 근로자에게 해고, 징계 등으로 불이익처분에 해당되어 우리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유업 대리점 횡포사건, 비행기내 라면사건, 땅콩회항사건, 백화점 주차장 알바사건 등 부당한 갑질사건이 연이어져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 이런 사건이 많아졌다고 보기 보다는 과거 같으면 참거나 묵인하였을 사건이 권리의식이 높아진 가운데 SNS 발달로 과거의 불합리한 관행이 갈등과 노출되어지는 과정이라고 보여진다.
앞으로 이러한 갈등과 노출 과정을 거쳐 상사와 부하, 손님과 종업원간 및 대․중소기업간 권리남용이 없이 신의성실이 전제되는 ‘합리적 갑을 문화’가 형성되어질 것으로 믿는다.
우리 노동위원회는 올해 제주지역만이라도 직장내에서 회사가 근로자에게 징계권을 행사할 때 법령, 규정 등에 입각하여 사유나 절차가 철저하게 준수하는 ‘합리적인 갑을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다음 사항을 내실있게 실천해 갈 것을 다짐한다.
첫째 위원과 조사관의 학습포럼을 강화하여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우리 위원회 위원과 조사관은 자체적으로 학습포럼을 구성하여 매월 제주도내에서 발생한 조정․심판사건 판정 사례 및 비정규직의 차별 사례 등을 분석, 토의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이러한 기회를 통하여 전문성을 높이고 개별 심판사건에서 공정하게 판정․홍보함으로써 직장내에서 ‘합리적인 갑을 문화’가 형성되는데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둘째 노동위원회 윤리 강령을 철저히 준수하여 노동위원회 신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우리 노동위원회의 위원과 조사관은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노동위원회 위원 윤리강령’에 명시된 공정․성실․청렴한 직무수행 등 실천사항을 준수하여 모든 이해관계자로부터 노동위원회에 대한 신뢰성을 제고할 것이다.
세째 예방적 조정활동 강화 등 노사분쟁 조정시스템을 내실화하는 것이다. 제주도내에서 노사분쟁이 발생한 적이 있는 사업장 위주로 교섭지원 대상사업장을 지정한 후 준상근 조정위원과 조사관이 노사관계나 교섭과정 등을 상담하는 등의 예방적 조정활동 실시 등을 통해 내실이 있는 조정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네째 위원․조사관, 노사단체 등 간에 소통성을 확대하는 것이다. 노동위원회 위원, 노동단체, 사용자단체 및 대학교수, 법조인 및 공인노무사 등이 참여하는 워크숍, 간담회 등을 통해 상호간 정보공유 및 소통 등을 확대하고자 한다.
다시 한번 을미년 새해를 출발하면서 제주지방노동위원회가 노사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중추기관으로 자리매김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