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조직 ‘내란 특검’ 출범 전까지만 수사 가능…검 ‘신뢰 회복’ 경 ‘수사역량 과시’ 공수처 ‘존재감 표출’ 목적
검찰과 경찰 그리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모두 ‘내 사건’을 외치며 수사에 돌입했는데, 기관마다 이번 수사를 통해 얻고자 하는 부분이 조금씩 다르다. 검찰은 잃어버린 신뢰를, 경찰은 굵직한 수사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수사 역량을, 공수처는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존재감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검찰은 ‘신병 확보’로 신속 대응
검찰은 주요 인물의 신병 확보를 통해 수사를 주도하고 있다. 12월 10일 법원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핵심 인물 신병 확보에도 성공했다.
검찰은 비상계엄 논란 이후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를 꾸리고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 8일 새벽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던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에게 내란 우두머리였던 윤 대통령을 도와 내란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그리고 10일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렸는데, 법원은 “범죄혐의 소명 정도, 범죄의 중대성,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고려했다”며 영장 발부를 결정했다.
특히 재판부가 ‘검찰의 수사권’을 인정해 준 부분은 중요한 점이라는 평이 나온다. 내란죄의 경우 지난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영역이 됐는데 영장전담 재판부는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나, 다목에 의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된다”며 검찰의 수사권이 있다고 봤다.
곧 윤 대통령에 대한 신병 확보 시도나 구속영장 청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전 장관 영장에 ‘윤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가 있다’고 적시한 만큼 빠르게 수사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회에서 잇따라 증언들이 나오는 것도 검찰이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에게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고,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윤 대통령에게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국회에서 나온 진술들이 수사보다 앞서 있기 때문에 거꾸로 검찰도 수사에 속도를 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며 “대통령에 대해 긴급 체포를 할 것인지 소환조사 없이 영장을 청구할 것인지, 시기는 언제로 할 것인지를 놓고 검찰 수뇌부들이 고심하고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경찰, 자기 조직 ‘수장’ 긴급체포하며 수사 박차
검찰의 합동수사 제안을 거절하고 ‘내란 수사’를 독자적으로 진행 중인 경찰도 주요 인사들 신병확보를 통해 성과를 보여주려 하고 있다. 검찰에서 “내란에 협조한 경찰 수뇌부가 있는데 수사가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하는 점을 고려한 듯, 11일 새벽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계엄군의 국회 출입 통제에 관여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긴급체포했다.
이들은 비상계엄 당시 두 차례 이뤄진 국회 전면 출입통제 조치를 일선 경찰에 하달하는 등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을 위해 국회로 들어가려던 국회의원들을 막은 혐의(형법상 내란 등)를 받고 있다. 조 청장은 또 선관위에 병력을 보내 계엄군을 도운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 수사에 ‘뒤처질 수 없다’는 분위기가 사뭇 드러난다. 검찰이 김 전 장관 신병 확보에 성공한 8일 경찰 국수본 특수단은 김 전 장관의 공관, 집무실, 자택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PC, 노트북 등을 확보했다. 피의자 신병은 검찰이, 증거물은 경찰이 제각각 확보한 셈이다.
#“수사 넘겨라” 명분은 있지만 규모 작은 공수처의 한계
공수처도 참전했다. 공수처는 검찰과 경찰에 이첩 명령권을 발동하는 동시에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도 조치했다. 또 김용현 전 장관의 영장 기각을 대비해 구속영장을 별도로 청구하는 등 형식적인 조치를 모두 취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작금의 상황에서 검찰이나 경찰이 공수처에 수사를 넘길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특히 이미 김 전 장관이 구속된 상황에서 타 기관으로 사건을 이첩할 경우 구속기한 산정 방식 등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9일 브리핑에서 “(김 전 장관 신병처리에) 문제가 있다”며 “공수처법과 형사소송법에 이런 조문을 두고 있지 않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동안 부실했던 수사 성과로 질타를 받았던 공수처가 ‘존재 이유’를 입증해야 하는 만큼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들을 하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미 검찰이나 경찰이 실질적인 소환 등은 다 하고 있으니 형식적인 조치라도 취해서 공수처도 하려고 했다는 걸 보여주는 것 아니겠냐”며 “검찰과 경찰에 공수처까지 수사하면서 교통정리가 절실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합동수사본부 출범할까
하나의 사건을 놓고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서로 ‘내가 수사하겠다’고 외치는 상황 탓에 법원에서 “공소권 없음”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때문에 검찰은 경찰과 공수처에 공문을 보내 ‘합동수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1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과 공수처에 공문을 보내 수사 관련 협의를 제안한 것. 합동 수사 여부나 방식, 지휘권 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자는 차원이다. 공수처와 경찰 모두 이에 참여해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세 조직 모두 경쟁을 하고 있지만 ‘내란 특검’ 출범 전까지만 수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전에 성과를 최대한 내기 위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릴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과 경찰, 공수처 모두 ‘수사 지휘’를 하겠다고 주장해서 이야기가 쉽진 않겠지만 합동수사본부에 합류해 공소권 논란은 피하려고 할 것”이라면서도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서 꾸려지려면 최소 2주 이상 시간이 걸리기에 검찰과 경찰, 공수처 모두 그사이 어떻게든 윤 대통령 신병 확보(구속) 등을 통해 다음 정권과 국민들에게 점수를 따려 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고검장 출신의 변호사는 “특검이 청문회를 거쳐 임명되고 파견을 받아 출범하려면 최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이번 사건은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그사이 수사를 얼추 끝낼 수도 있을 것 같다. 특검이 출범하기 전 윤 대통령이 구속기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