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경기지방경찰청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용정)는 7일 박춘봉을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박 씨는 지난해 11월 26일 오후 2시 21분부터 32분 사이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 자신의 전 주거지에서 동거녀 김 아무개 씨(48·중국 국적)를 목 졸라 살해하고, 다음날인 27일 오전부터 28일 오후까지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 경기도 수원의 팔달산 등 5곳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는 지난 2014년 4월부터 동거해 온 김 씨가 지난 11월 4일 자신과 다투고 짐을 싸 집을 나간 뒤 만나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씨가 김 씨 살해 전날 미리 직장에 휴가를 낸 점, 김 씨와 함께 매교동 집에 들어간 지 10여분 만에 살해한 점, 사체훼손 및 유기 방법이 매우 신속하고 치밀한 점 등을 근거로 계획 범행으로 판단했다.
특히 전 주거지의 월세 계약 만료일이 보름가량 남았는데도 박 씨는 범행 당일 부동산 사무실 직원을 만나 시신을 훼손하기 쉽도록 화장실이 넓은 교동 반지하방을 가계약하고, 살해 다음날부터 이틀간 전 주거지와 반지하방에서 시신을 훼손했다.
그러나 박 씨는 현재 “김 씨와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화가 나 목을 졸랐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검찰은 CCTV, 계좌추적, 통화내역 조회, 주변인물 탐문수사 등을 통해 박 씨의 추가범행 여부를 수사했지만, 여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공조수사를 요청한 인터폴(ICPO·국제형사경찰기구)로부터는 아직 회신을 받지 못해 중국 내 범죄전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검찰은 운전면허가 없는 박 씨가 택시와 버스를 타고 다니며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여 범행 및 이후 과정에서 제3자의 도움을 받지 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장기 매매 가능성에 대해서 검찰은 김 씨의 장기 상당 부분이 수습됐고, 장기 추출에는 고도의 전문성과 장비가 필요하다며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박 씨는 범행직후 김 씨 휴대폰을 사용해 김 씨 지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피해자가 생존해 잠적한 것처럼 가장하고, 수사 과정에서도 불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억이 없다고 하거나 수시로 진술을 변경하는 등 시종일관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고 검찰은 전했다.
대검찰청에서 진행한 통합심리분석에서도 박 씨는 “반사회적 경향을 갖고 있고 일반인 수준 이상의 지능을 보유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수원출입국관리소와의 합동수사에서는 박 씨가 지난 1992년 1월 단기방문 비자로 한국에 처음 입국한 사실을 확인했다. 박 씨는 같은 해 9월 출국했다가 1996년 밀입국한 뒤 강제출국 당했고, 1998년 11월에는 이 아무개 씨(70) 명의로 된 여권으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 2003년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추방당했다.
이어 박은 지난 2008년 12월 다시 위명여권을 사용해 한국에 들어온 뒤 수원 지역에 머물며 일용직 노동일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검찰은 박 씨가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아직 수습되지 않은 김 씨의 사체 일부를 찾기 위해 경찰과 수색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