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학부모 이씨가 술에 취한 담임선생과 여관에서 하룻밤을 같이 자고난 뒤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이씨와 잘 알고지내던 김아무개씨가 담임선생 이씨에게 5천만원을 요구하면서 터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교사 이씨는 “술에 만취해 기억이 없다”며 학부모 이씨를 공갈혐의로 고발했다.
학부모 이씨는 아들이 다니는 U고교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학교 일에 열심이었다. 이씨는 운영위원이라는 점 때문에 자연스레 학교에 출입하는 경우가 잦았고 그 과정에서 아들의 담임교사인 이씨와도 친분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4월 학부모들이 주최한 일일찻집 행사가 끝나고나서 학부모와 교사들의 뒤풀이가 있었다. 담임선생 이씨는 평소 술을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니나 한번 마시면 두주불사형이었다. 이날 몸을 못 가눌 정도로 마신 이씨는 먼저 술자리를 떠났다.
이때 학부모 이씨가 이 교사를 집에까지 데려다주겠다며 따라 나섰다. 그러나 이씨의 집과 이 교사의 집은 정반대 방향. 함께 자리에 있었던 다른 학부모가 이 교사를 데려다 주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씨는 막무가내로 이 교사를 자신이 직접 데려다 주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씨의 의지가 너무 강해 다른 사람들도 말리지 못하고 내버려 두었다. 그러나 이씨가 이 교사를 데리고 간 곳은 집이 아닌 여관. 다음날 이들은 여관방에서 속옷차림으로 눈을 떴다.
당황한 이 교사는 이씨에게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따져 물었고, 이씨는 “나만 입 다물면 괜찮지 않느냐”며 이 교사를 안심시켰다. 대충 상황을 수습한 이 교사는 여관에서 곧바로 학교로 출근했다.
이렇게 사건이 끝난 것으로 안심한 이 교사는 다음 날부터 이씨의 집요한 애정공세에 시달렸다. 이씨는 아들의 진학문제를 핑계로 수시로 이 교사에게 전화해 만나자고 제안했지만 이 교사는 지난번 일로 마음이 꺼림칙해 만남을 계속 피했다.
이씨는 이 교사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종종 학교로 찾아와 이 교사를 협박했다. 이씨의 집요한 애정공세에 넌덜머리를 내던 이 교사는 계속되는 공세를 견디다 못해 한 차례 학교 밖에서 이씨를 만났다. 술집에서 만난 이 교사는 “그때 아무 일도 없지 않았는가. 제발 이러지 말라. 내 입장도 곤란하다”며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씨는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 자주 만나며 지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교사가 이를 거절하자 이씨는 이 교사에게 소주병을 던지는 등 행패를 부렸다.
그러던 중 이씨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김아무개씨(44)에게 자신이 이 교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씨 대신 학교로 찾아가 행패를 부렸다. 김씨는 이 교사에게 “당신이 이씨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다. 교직생활 그만두고 싶으냐”고 협박했다. 그런 후 김씨는 이 교사를 밖으로 불러내 5천만원을 요구했다.
이런 협박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그후로도 여덟 차례에 걸쳐 학교로 찾아와 돈을 요구했다. 이 교사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그간의 사정을 동료교사에게 털어놓기에 이르렀다.
사정을 들은 동료교사들은 “혼자 고민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하라”고 충고했다. 결국 이 교사는 사건이 발생한 지 10개월 만에 두 사람을 공갈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조사에서 이 교사는 “당시 술을 너무 많이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성관계를 했는지 여부도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학부모 이씨도 경찰 진술에서 “성폭행은 없었다”고 밝히고 “금품요구는 김씨 혼자서 한 것이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씨의 주장에 대해 이 교사에게 금품을 요구했던 김씨는 “이씨가 하라는 대로 한 것일 뿐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