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대통령 조카를 사칭, 국제 사교모임을 주선하다 구속된 바 있는 노씨는 최근 구속에서 풀려나와 또다시 비슷한 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씨를 잘 아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씨는 최근 40대 사업가에게 접근해 “오는 6월 미국에서 한미문화예술교류재단이 주최하는 행사 준비차 지금 정신이 없다”며 자신이 추진중이라고 밝힌 국제행사와 관련해 자세한 설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검찰에 의해 11월18일 구속된 바 있다. 하지만 확인 결과 그는 구속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풀려나와 국내외에서 활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사이트의 회원이었던 그는 골프 동호회방에 자주 들어가서 회원들과 함께 골프 정보 등을 주로 주고받았다. 이 방은 중년층의 사업가나 전문직 종사자들이 회원으로 많이 있었다.
여기에서 노씨를 만난 그는 채팅을 하며 골프 얘기도 하고 서로 사업 얘기도 주고받았다. 노씨는 주로 새벽 12시에서 1시 전후로 이 사이트에 자주 들어왔다는 것. 노씨는 자신을 예술 계통의 국제 사업가로 소개했고, 미국과 사업상 통화를 하기 위해 이 시간에 인터넷을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그러던 중 노씨는 “친정집이 부산이기 때문에 마침 내려가는데 한 번 만나자”며 A씨와 만나기를 요청했다는 것.
부산에서 만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식사를 함께 하며 서로의 사업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노씨는 구체적으로 자신에 대해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는 “나는 ‘한미문화예술교류재단’의 한국측 대표이며, 사무실은 서울 압구정동에 있다. 현재는 이혼한 상태의 독신녀이며, 대통령과는 먼 친척이 된다. 원래 예술 기획 사업을 해 왔으며 지난해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성황리에 진행된 한인이민 1백주년 기념 콘서트 행사 역시 내가 주최한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당시 행사 때 찍은 자신의 사진들도 여러 장 보여줬다는 것. 여기에는 얼핏 보아도 누군지 금방 알 만한 국회의원과 예술인, 체육인, 그리고 미국 정치인들과 나란히 찍은 사진들이 있었다. 그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국제 예술 기획가의 모습이었다.
이 사진을 본 A씨 역시 노씨에게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행사에 자신도 참여하고 싶다며 그는 “요즘은 미국에 한 번 가려고 해도 비자 발급받기도 힘들다”고 얘기하자 노씨는 “미국의 정치 예술계에 내가 알고 있는 유명 인사들이 숱하다. 그깟 비자 발급쯤은 문제도 안된다”고 말했다는 것.
노씨의 얘기는 여기서 그치질 않았다. 그는 “작년 행사에는 소프라노 박남현, 가수 김범수씨 등이 출연했는데, 이번에는 나랑 친분이 있는 인기 소프라노 조아무개씨를 섭외중”이라며 A씨 앞에서 직접 조씨의 매니저라는 사람과 통화를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A씨는 “내 앞에서 통화를 하며 조씨의 건강 상태를 묻는 등 다정하게 통화하는 것을 보니 진짜인 것 같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얼핏 <일요신문>을 통해 본 유사 사건 보도가 생각나서 노씨에게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노씨는 “대통령 주변에서 그런 유사한 사기 사건이 많은 것 같다”며 “그것 때문에 나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이어 “노씨가 서울로 올라가는 비행기표를 내가 직접 끊어 주었다. 그에게 신분증을 받아 내가 직접 적었다”며 노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해 주었다.
이에 따라 당시 노씨를 구속 수사했던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경찰청 특수과 관계자는 노씨의 근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그럴 리가 있나. 그 여자가 어떻게 벌써 나와서 밖을 활보할 수가 있나. 사기 전과 2범으로 대통령 친조카를 사칭해서 2억원의 피해를 입히고 작년 11월 구속됐는데…”라며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야 겠다”고 했다.
그런데 더욱더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다. 평소 A씨에게 계속 연락을 해오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던 노씨가 2월 말 갑자기 연락두절 상태라는 것. 이에 대해 A씨는 “곧 사업차 일본을 간다고 했는데 아마 일본에 다녀오는 모양”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A씨가 계속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끝내 노씨는 이에 응하지 않은 채 잠적 상태에 있다. A씨는 “노씨는 자신의 사업 홍보에 열심이었다. 부산까지 비행기로 내려올 만큼…. 그런데 내가 이렇게 먼저 관심을 표명하고 만나자고 하는 데도 응하지 않는 것은 정말 이상하다”며 의아해했다.
대통령 친조카를 사칭하며 2억원대의 사기 행각을 벌이고 검찰에 의해 구속기소된 여성이 불과 두 달 만에 버젓이 세상을 활보하며 다시 사기 행각을 벌이고 다니고 있는 점, 그리고 제보자의 도움으로 취재에 들어간 지 얼마 안돼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고 있는 점 등이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