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웨일즈에서 현역 연장, 5월 20일부터 1군 이적 가능…“당장 1군 마운드 오를 자신 있어”

5월 14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고효준을 만났다. 고효준은 2002년 롯데 자이언츠를 통해 프로 데뷔 후 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 LG 트윈스, SSG 랜더스, 두산 베어스를 거쳤고, 올 시즌 퓨처스리그 창단팀 울산 웨일즈에 입단해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두산에서 코치직 제안을 받았지만 고효준은 고민 끝에 현역 연장을 모색을 위해 개인 훈련을 이어가다 울산 웨일즈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지난 비시즌에도 항상 똑같은 루틴으로 개인 훈련을 이어갔었다. 그때 울산 웨일즈 장원진 감독님과 (박명환) 코치님이 전화해서 함께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어보시더라. 이후 (김동진) 단장님, 운영팀장의 연락을 받았다. 난 다시 1군에서 공을 던지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실전 등판 기회가 필요했고, 울산에서 선수 생활하는 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고효준은 지금까지 프로에서 다섯 차례의 방출 경험이 있다. 2002년 롯데 입단 후 이듬해 첫 번째 방출 통보를 받았다.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은 후 2016년 7월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됐고, 2017시즌 종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무려 15년 만에 ‘친정팀’ 롯데로 복귀했다. 2020시즌 이후 고효준은 웨이버 공시가 되면서 다시 롯데를 나왔고, 입단 테스트를 통해 2021시즌에는 LG에서 2022시즌은 SSG에서 그리고 2025시즌은 두산에서 현역 연장을 이어갔다.
두산에서의 나올 때의 나이가 만 42세. 지금 당장 은퇴를 선언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지만 고효준은 아직 은퇴할 생각이 없었다.
“나는 두산에 있을 때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직 공이 괜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즌 마무리될 즈음 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때도 은퇴할 생각이 없다고 구단에 정확히 말씀드렸다. 이후 코치직 제안을 해주셨는데 선수로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서 정중히 거절했다.”

“왜냐하면 내가 언제까지 선수로 뛸 수 있을까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참 고민하고 있는 내게 아내가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내가 야구하면서 목표로 삼은 기간이 1년 남았는데 여기서 그만 두기엔 아쉽지 않느냐는 내용이었다. 아내의 그 말이 정말 고마웠다.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고, 계속 선수 생활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렇다면 고효준의 야구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었을까. 그는 어느 순간부터 KBO 최고령 등판 기록을 갖고 있는 송진우의 43세 7개월 7일을 마음에 담았다.
“그때가 20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당시 송진우 선배님이 문학경기장에서 공 던지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모교인 세광고 선배님이시라 더 관심을 갖게 됐다. 내가 송진우 선배님의 나이대까지 공을 던질 수 있을까 싶었다. 내가 그 나이까지 야구한다면 프로에서 이름을 알리며 성공한 선수로 자리매김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목표로 향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30대 이후 숱한 은퇴의 기로에 놓였다. 힘들 때는 내 목표가 목표로만 끝날 것만 같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고효준은 지난 4월 11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26 KBO 퓨처스리그(2군) NC 다이노스와 홈경기에서 ‘43세 2개월 3일’의 나이로 승리 투수가 됐다. 이는 KBO리그 종전 기록인 송진우의 43세 1개월 23일을 17년 만에 경신한 KBO 역대 최고령 승리 신기록이었다. 단 1군이 아닌 2군에서 올린 기록이라 아쉬움을 남겼다.
방출과 입단 테스트로 이어진 야구 인생은 선수 자신이 가장 괴롭다. 그럴 때마다 모든 걸 포기하는 건 가장 쉬운 선택이었고, 포기의 순간을 극복해 이겨내는 건 잔인한 삶으로 펼쳐진다.
“프로 팀을 직장으로 표현한다면 한 직장을 다니다 잘리고, 또 다른 직장을 구해 다니다 잘리는 일의 반복이었다.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도 정직원이 아닌 계약직으로 시즌 마칠 때마다 가슴 졸이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해마다 내 한계와 싸우는 느낌이 들었다. 전혀 괜찮지 않은 삶이었다. 가족한테도 미안했다. 그런데 가족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그들은 온전히 나를 응원하고 기다려줬다. 그리고 마인드를 바꿨다. FA 선수들이 쉽게 하는 3년, 4년 계약이 내게 주어지지 않아도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다면 계약 햇수 상관없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오는 5월 20일부터 울산 웨일즈 소속 선수들이 KBO리그 10개 구단으로 이적이 가능하다고 한다. 국내 선수들은 물론, 외국인 선수들까지 이적할 수 있어 각 구단의 영입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적할 수 있는 울산의 최대 인원은 5명이다. 울산 소속 국내 선수들의 연봉은 3000만 원인데 울산에서 KBO리그 10개 팀으로의 이적이 유력한 선수로 일본인 투수들과 고효준이 꼽히고 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 18경기 평균자책점 1.83을 기록 중인 고효준은 이번 이적 시장에 기대감을 부풀린다.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1군 마운드에 오를 자신이 있다. 1군 생활을 오래 했고, 어떻게 공을 던져야 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기회를 잡으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내 나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프로의 세계는 이기려고 하는 거지, 나이의 많고 적음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팀의 방향성이 젊은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기조라면 나와 맞지 않겠지만 성적을 내야 하는 팀이라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한다.”
고효준에게 오는 5월 20일의 이적 시장은 매우 중요하다. 그가 1군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다면 송진우가 2009년에 세운 KBO리그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43세 7개월 7일) 경신에 도전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휴대폰이 항상 켜져 있다고 말하며 미소를 짓는다.
고효준은 현역 생활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어느 순간에는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는 “구속이 140km/h가 나오지 않으면 내 몸이 안 된다는 의미이고, 어깨도, 몸도 쉬어야 한다는 신호라 그때 그만둘 것 같다”라고 말한다. 건강한 어깨로 제구되는 공을 던지는 고효준에게 5월 20일 이후 깜짝 소식이 들려올까? 과연 어떤 뉴스가 나올지 궁금해진다.
2군 다녀와 본 궤도 오른 KIA 마무리 정해영
LG 트윈스는 최근 지난해 11승을 거둔 좌완 손주영을 마무리 투수로 활용하고 있다. 유영찬이 우측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뒷문에 고민이 깊었던 염경엽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처럼 마무리 투수는 어느 팀에게나 고민이 생길 수 있는 자리다.
이런 가운데 KIA 타이거즈는 마무리 투수 2명이 맹활약 중이다. 원래의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2군에서 재정비의 시간을 갖는 동안 성영탁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고, 성영탁은 정해영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맹활약을 펼치며 올 시즌(5월 14일 현재) 15경기 18이닝 5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0.50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고무적인 건 2군에서 조정을 거친 정해영이 1군에 복귀해선 호투를 펼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해영은 복귀 후 11이닝 연속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며 2군으로 내려가기 전 16.88에 이르던 평균자책점을 3.29까지 끌어 내렸다(5월 14일 현재).
정해영은 시즌 개막 후 9이닝당 볼넷이 13.50개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제구난을 겪었다. 4월 10일 한화전에서 3점차 앞선 9회 말 등판해 볼넷과 홈런 허용으로 2실점하고 강판당하자 이범호 감독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4월 11일 한화전을 앞두고 정해영을 2군으로 내려보낸 것이다. 이 감독은 정해영이 성적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재정비의 시간을 갖길 바랐다. 그 사이 마무리는 성영탁에게 맡겼다.
퓨처스 선수들이 모여 있는 전남 함평으로 향한 정해영은 타카하시 켄 코치, 박정배 코치와 미팅을 갖고 1군에서 어떤 문제들로 힘들어했는지 대화를 나눴다. 코치들도 처음에는 정해영에게 질문을 던지기보다 선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다음은 박정배 코치의 설명이다.
“1군 선수가 2군으로 내려올 때 대부분은 자신감을 잃고 상실감을 안고 온다. 그래서 선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게 우선 필요했다. 솔직히 코치들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데이터 팀에서 보낸 자료를 봐도 수치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심리적 요인이 가장 크다고 봤다. 마운드에 오를 때 가장 중요한 건 편해야 하고, 편해야 자신감도 생기기 마련이다. 타카하시 코치님이 정해영에게 최대한 심플하게 접근하자고 말씀하셨다.”
퓨처스에서의 정해영은 새로운 걸 채우기보다 갖고 있는 걸 보완하고 수정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는데 몰두했다. ABS 판정에 흔들리지 않도록 머릿속을 단순하게 만들었다. 점차 패스트볼 구속이 올랐고, 제구가 회복되면서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었고, 슬라이더와 포크볼의 위력이 살아났다. 박정배 코치도 정해영이 심리적으로 더 단단해질 수 있게 정성을 기울였다.
“(통산) 149세이브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데 왜 그렇게 안 맞으려고 애를 썼냐고 물었다. 안 맞으려고 피하다 보니 ABS와 싸우게 됐고,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공이 볼 판정을 받으면서 멘털이 흔들리는 게 반복됐다. 그래서 무조건 ‘네가 던지고 싶은 걸 던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중요했는데 (정)해영이가 묵묵히 잘 따라왔다.”
정해영은 약 열흘 간의 조정 기간을 마치고 4월 22일 1군에 복귀했다. 박정배 코치는 TV로 정해영의 등판을 챙겨 보며 진심으로 응원을 보냈다. 무엇보다 정해영의 표정이 한결 밝아 보여 더 좋았다고 한다.
“149세이브를 하는 선수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해영은 받아들이는 성향이 남달랐다. 그 점이 인상적이었다. 퓨처스리그에서 두 차례 등판 기회를 갖고 1군에 올라갔는데 150세이브에서 1개 남았으니 이후 남은 1개 빨리 채우라고 말했다.”
정해영이 복귀했지만 이범호 감독은 성영탁에게 계속 마무리 자리를 맡기고 있다. 정해영은 경기 중반 이후 승부처에 마운드에 올라 11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인 철벽 불펜으로 변신했고, 덕분에 KIA는 0점대 평균자책점을 이루는 마무리 투수 성영탁을 보유하게 됐다. 마무리 투수가 귀한 KBO리그에 KIA는 2명이나 되는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보유한 셈이다.
울산=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