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수심.
형제나 다름없이 지냈던 죽마고우의 부인과 딸을 상습적으로 강간해 온 파렴치한 범죄가 발생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지난 1년 동안이나 이 모녀가 끊임없이 당해왔으면서도 주변에 말 한마디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왔다는 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아내와 딸이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고도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한 강아무개씨(42)의 행동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중학교 2학년인 딸 강아무개양(15)이 가해자 안아무개씨(45)의 성폭행을 견디다 못해 가출하면서야 불거졌다. 친구와 친구, 그리고 친구와 친구 부인의 이들의 미묘한 관계를 들여다봤다.
가해자 안씨와 피해자 김 여인의 남편 강씨는 한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절친한 친구였다.
이들은 40여 년 동안 한 마을에서 동고동락해 왔으며 이웃 주민들도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라고 밝혔다. 강씨의 부인 김 여인 역시 한 동네에서 자라 같은 마을 청년이었던 강씨와 결혼했다.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40대 중반을 넘어서고도 노총각 신세를 면치 못했던 안씨는 강씨 부부의 두 딸을 친자식처럼 대해 왔고, 이들도 안씨를 친삼촌같이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관계는 안씨가 친구의 아내를 범하면서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
지난해 5월. 안씨의 농사 일을 거들어주던 김 여인은 안씨의 거친 손에 휘둘려 뒷산으로 끌려갔다. 그에게 갑작스런 강간을 당하고 만 것.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40년을 얼굴을 맞대고 지낸 이웃이고 또 남편의 절친한 친구였던지라 “다시는 안 그러겠다”며 잘못을 비는 말에 그냥 비밀로 묻어두고자 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안씨의 두 번째 범죄 상대는 중학교에 다니던 김 여인의 딸 강양이었다. 안씨는 “딸같이 예쁘고 귀여워서 쓰다듬기도 하고 안아줬을 뿐”이라며 이 같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강양은 “지난해 5월 내 생일에 처음 그랬다”며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다. 수시로 집에 드나들던 안씨가 집에 혼자 있던 강양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던 것. 김 여인을 강간한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은 때였다.
어린 강양 역시 어머니와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하면 아빠도 엄마도 믿지 않을 것 같았다”는 게 강양의 고백이었다.
한 번 마각을 드러낸 안씨의 범행은 더욱 대담해졌다. 4개월이 지난 지난해 9월, 일하러 온 김 여인을 같은 수법으로 강간하면서 이들 모녀에 대한 안씨의 음탕함은 주기적으로 반복됐다.
특히 공사장 일을 주로 했던 김 여인의 남편 강씨는 지방을 다니며 일을 했기에 집을 비울 때가 많았다. 십수 년을 드나들었던 친구의 집이었기에 굳이 이웃 주민의 눈을 의식할 필요조차 없었던 안씨는 친구 강씨가 집을 비운 틈을 타 수차례에 걸쳐 김 여인과 강양을 강간했다.
강양이 안씨에게 당한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어느 날 강양이 두 살 아래 동생과 함께 집을 지키고 있자 안씨가 동생을 의도적으로 심부름 보내고 혼자 남은 자신을 덮치려 했다는 것. 그러나 동생이 예상 밖으로 빨리 돌아오자 당황한 안씨는 동생을 다시 심부름을 보내곤 기어이 자신을 또 한번 강간했다고 한다.
특히 강양이 안씨에게 마지막으로 성폭행을 당한 사실은 충격을 넘어서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 강양은 “안방에 엄마와 아빠, 동생이 있었다”며 “엄마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나자 아저씨가 급히 내 방에서 나갔다”고 말해 경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딸 또한 자신처럼 주기적으로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몰랐던 김 여인은 날이 갈수록 안씨의 강간 횟수가 늘어나자 결국 남편의 또 다른 친구 부인인 A씨에게 최근 이 사실을 털어놓았다. A씨는 이 사실을 자신의 남편에게 전했고, 그는 친구인 강씨에게 귀띔했다.
하지만 강씨의 대응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자신의 아내가 친구에게 상습적인 강간을 당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결국 뒤에 자신의 딸까지 함께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던 것.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강씨는 아내와 딸을 데리고 함께 오고 갔지만 조용히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뿐 전혀 동요가 없다”며 의아해 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강양이 상습적 성폭행을 견디다 못해 가출을 한 뒤에서야 뒤늦게 불거졌다.
가출 신고 역시 강양과 함께 집을 나간 친구의 부모가 한 것이었고, 경찰이 강양을 찾아서 가출한 이유를 캐묻는 과정에서야 모든 사실이 밝혀진 것.
자신의 딸마저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된 김 여인은 그제서야 눈물을 쏟아내며 남편 친구로부터 성폭행 당해왔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경찰은 지난 2월27일 안씨를 구속했고, 그는 현재 의정부 교도소에 송치된 상태.
안씨는 지금까지도 “김 여인과 성관계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서로 좋아서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양에 대한 성폭행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접한 이웃 주민들은 한결같이 “1년 동안이나 모녀가 그렇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하면서도 어떻게 덮어두고만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남편 강씨의 행동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심지어는 “안씨의 주장대로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해 그런 관계를 해온 게 아니었을까”하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 이웃 주민은 “안씨와 강씨 모두 환경이 비슷비슷한 친구들이다. 배운 게 짧고 순진한 농촌 사람들이다. 강씨 부인도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 형제처럼 지낸 남편의 친구에게 성폭행당한 사실을 털어놓으면 이 작은 마을에서 소문이 금세 다 퍼질 텐데, 태어나서 한 번도 떠나본 적 없는 이 동네를 떠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양하나 프리랜서
온라인 기사 ( 2024.07.06 1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