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인 듯 내 편 아닌 ‘무당파’ 수두룩
지난해 12월 17일 새정치민주연합 비상의원총회 모습. 의원들의 보좌진 중 상당수가 당원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야당의 결집력 실종이 보좌진들 문화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한 새정치연합 소속 국회의원 비서관이 국회 보좌진들의 당원 가입 논란에 대해 한 말이다. 최근 새정치연합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당원 가입 여부를 두고 미묘한 갈등이 일고 있다. 기본적으로 당직자들의 경우 자동으로 당원에 가입돼 당비를 내지만 입법부 소속으로 일하고 있는 보좌진들은 당원 가입에 있어서는 자율적이다.
그동안 보좌진들은 향후 정치적 입지나 도의적 차원에서 당연히 당원 가입을 했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국회의원 보좌진이 ‘전문직 공무원’이라는 개념이 커지면서다. 이 같은 현상은 상대적으로 자율적 분위기인 야당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당원 미가입의 문제는 단순히 당비에 대한 부담 때문은 아니다. 새누리당은 월 2000원, 새정치연합은 월 1000원 이상, 원하는 만큼 당비를 낼 수 있다. 앞서의 비서관은 이렇게 비판했다.
“보좌진이 당원으로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 방에도 보좌진 아홉 명 중 나까지 포함해서 세 명만 당원으로 가입돼 있을 뿐이다. 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표로 당선된 국회의원 아래서 그 덕을 보고 있는데 본인들은 당원으로 가입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지지층을 위해 정책을 내고 일해야 하는데 그런 마음이 없으니 당을 위한 정책을 낼 수 있겠나.”
당원 가입 여부는 굳이 본인이 드러내지 않고서는 알기 어렵기에 현실적으로 보좌진들이 얼마나 가입돼 있는지는 파악이 안 된다. 각 당에 보좌관협의회가 있지만 협의회 가입도 자율적이어서 가입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다른 새정치연합 의원 보좌관은 “우리 방 송년모임에서 당원 가입 여부를 털어놔보자고 진실게임을 했더니 나만 가입해 있더라”며 “당원도 아니니 당비를 내고 있는 당직자들이 보좌진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보좌진들은 새정치연합보좌관협의회에도 가입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앞서의 비서관도 “보좌관협의회 회의 때 단골로 나오는 의제가 의원실에서 보좌진 1명씩 비례대표 기회를 주자는 것인데 당원 가입이 안 된 보좌진들이 많으니 이런 얘기가 당에 먹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당적이 없는 경우도 그렇지만 보좌진 중 다른 정당 당원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보수정당보다 상대적으로 인사이동을 자유롭게 해온 진보정당들의 경우 이전에 가지고 있던 당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 새정치연합 비례대표 의원실에는 옛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당원인 보좌진이 있다는 소문에 당원 가입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 같은 논란이 크게 일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지난 지방선거 때 방 차원에서 가입한 경우가 많다. 한 새누리당 의원실 보좌관은 “대부분 당원으로 가입돼 있는 데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위해 다들 방 차원에서 가입한 경우가 많다. 당시 당에서 지역 의원들에게 책임당원 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보좌진들의 당원 가입 여부는 주로 새누리당보좌진협의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보좌진협의회에 의사를 전달하면 월급에서 협의회비와 함께 빠져나가는 형식이다.
새정치연합의 당원 가입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에 대해 보좌진들은 과거와 달라진 당 분위기를 꼽고 있다. 한 새정치연합 비례대표실 비서는 “17대 때 봤던 보좌관들은 의원과 거의 동급이었는데 지금 보좌관들은 상하관계가 뚜렷한 것 같다”며 “요즘에는 의원들이 전문직을 선호하면서 변호사 회계사들이 많이 들어와서 당에 대한 로열티가 부족한 면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젊은 보좌진들의 경우 불안정한 자리라는 이유로 당원 가입을 조심스러워하기도 한다. 아직 당원 가입을 하지 않았다는 또 다른 새정치연합 정책비서는 “회사원 마인드로 일하는 사람이 많아서 당원 가입을 서로 추천해주는 것도 어렵다. 당원 가입을 하면 기록에 남기 때문”이라며 “의원실에서 인턴할 때는 일반 회사로 가야할 수도 있어 일부러 가입을 안했다. 올해 안에는 가입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