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12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노조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하나금융의 대리인인 외환은행장에게 서신을 보내 향후 60일 이내인 3월 13일까지 통합여부, 통합원칙, 인사원칙 등에 관한 실질적인 협상을 통해 새로운 합의서를 체결할 것을 정식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하나금융)지주 측이 정당한 것처럼 포장되고 있다. 대승적 차원에서 노조가 논의의 장에 나서겠다”며 “금융위원회도 양측 대화가 원만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012년 2월 17일 외환은행 노조와 하나금융, 금융위 등 노·사·정은 향후 5년간 하나·외환은행 통합에 관한 논의를 하지 않는다는 ‘2.17 합의서’에 서명한 바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외환은행과의 통합을 강행하면서 이를 저지하려는 노조의 반발이 이어졌고, 이에 가담한 외환 노조 조합원의 징계처분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후 지난해 10월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의 발전적 미래를 위한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 협상의 진정성과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금융위의 중재 하에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을 추진했다.
하지만 대화 기간에 ‘통합절차 잠정중단 여부’,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등을 둘러싼 이견 등으로 본협상은 개시조차 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하나금융이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을 ‘노사 상생을 위한 공동선언문’ 정도로 변질시켰다”며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으로 본협상도 개시 못하고 대화가 경색되는 상황이라면 실질적인 사항에 관한 협상을 신속하고도 밀도 있게 진행해 새로운 합의서를 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이날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통합과 관련해 노조와 합의가 없어도 통합승인신청서를 처리할 수도 있다고 시사한 발언에 대해서는 “금융위도 2·17 합의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노사 간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촉구한 차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노조뿐만 아니라 이날 참여연대를 비롯한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도 외환·하나은행 조기합병 추진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노조와의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국외환은행은 지난 12월 30일 하나은행과의 합병기일을 예정됐던 오는 2월 1일에서 3월 1일로 한 달 연기한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